[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올 상반기 '죽을 쒔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라 한국영화 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졌었다. 기대작이었던 작품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블록버스터를 앞세운 할리우드에 안방을 고스란히 내주고 말았다. 한국 영화가 승기를 잡은 것은 올 여름부터다. '암살'과 '베테랑'이 개봉하면서 빼앗겼던 스크린을 야금야금 다시 찾아오고 있다.
'암살'은 10일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첫 한국영화 1000만 관객의 기록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이 작품으로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에 이어 두번째 1000만 관객 영화를 갖게 됐다. '베테랑'의 기세도 무섭다. 개봉 첫주 276만을 기록한 '베테랑' 역시 1000만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뷰티인사이드' 역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을 예감케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영화는 흥행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까지 준비하고 있다. 여름 시즌 다음으로 극장가에 관객들이 많이 몰리는 추석 시즌이 바로 2라운드다. 추석 시즌에는 이준익 감독의 '사도', 권상우 성동일의 '탐정:더 비기닝'(이하 탐정), 그리고 설경구 여진구의 '서부전선'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준익 감독이 10년 만에 정통 사극으로 돌아온 영화 '사도'가 추석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사도'는 조선왕조 3대에 걸친 비극을 그려낸 영화로, 송강호와 유아인의 연기 호흡이 벌써부터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만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영화다. '왕의 남자'를 비롯해 사극 장르에서 독보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이준익 감독은 "약 250년 전 조선 왕조에서 일어난 '임오화변'은 그리스로마 신화, 셰익스피어의 어떤 비극보다 더 참혹한 실화"라고 전하며 '사도' 이야기를 재조명했다. 이 감독은 "56년의 이야기를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교차시키는 구성으로 두 시간 안에 담아낸다면 3대에 걸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새로운 구성을 취한 이유에 대해 밝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탐정'은 전통적으로 명절에 강세를 보이는 코미디 장르라 더욱 관심이 높다. '탐정'은 한국의 '셜록'을 꿈꾸는 추리광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의 비공개 합동 추리작전을 담은 작품. 형사 뺨치는 추리력을 당최 쓸 데가 없는 만화방 주인으로 변신한 권상우의 코믹 연기 귀환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명품 연기력에 생애 첫 은발 변신으로 색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줄 성동일의 코믹콤비 호흡으로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설경구와 여진구의 색다른 조합이 기대감을 키우는 '서부전선'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작품은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전달해야 하는 남한군 남복(설경구)과 우연히 비밀 문서를 손에 쥐게 되며 탱크를 사수해 집으로 돌아가려는 북한군 영광(여진구)의 위험천만한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농사 짓다 끌려온 남한군으로 구르고 뛰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설경구와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군기 바짝 든 소년병을 연기한 여진구의 새로운 변신, 그리고 그들이 선보이는 케미가 볼거리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올 여름 개봉작들이 예상보다 높은 완성도로 좋은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추석 개봉작들 역시 관계자들 사이에서 '잘 나왔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름시즌과 추석시즌 흥행작들로 상반기 부진을 어느 정도 씻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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