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아케이드 게임산업, 부활의 날갯짓 시작하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5-06-01 08:41


'아케이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하다!'

지금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지만 예전만 해도 동네 오락실은 첨단 놀이문화의 '보고'였다.

올림픽에 나가서 신기록을 겨루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스타 플레이어가 돼 우승을 다툰다. 때로는 우주로 나가 외계인들과 싸우기도 하고 좋아하는 춤도 마음껏 출 수 있다.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세계를 누비고 세계 최고가 되는 꿈, 이는 아케이드 게임기가 가득한 오락실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1조원이나 되던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바다이야기'라는 성인용 불법 겜블과 동일시 되면서 철퇴를 맞았다. 동네 골목길마다 들어찼던 오락실(게임센터)은 한 때 전국에 2만2000여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600여곳으로 97% 넘게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새로운 게임기가 나왔을 때 구매 가능한 곳은 그 절반인 300여곳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아케이드 상생협의체'를 만들고, 체감형 아케이드 게임 개발을 지원하는 등 진흥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다른 플랫폼과 비교하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내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시도가 꿈틀대고 있다.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가 하면, 유명 게임을 활용해 전문 게임센터를 만들고 오락실 팬들을 다시 불러모으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청소년 아케이드 게임기 '블랙홀'이 유니아나 수원공장에서 제작돼 미국으로의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유니아나 윤대주 대표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드리겠다."

어려운 국내 아케이드 게임산업에도 불구하고, 최근 의미있는 뉴스가 들려왔다. 30년 가까이 청소년 아케이드 게임기만을 고집하며 'DDR'(댄스댄스레볼루션)과 '유비트' 등을 히트시켰던 유니아나가 '블랙홀'이라는 자체 개발 게임기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북미의 유명 게임센터인 데이브앤버스터에 입성하는 등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이미 1000여대 수출계약을 맺었다.


아케이드 게임기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장치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높다. 5000여대만 팔아도 초대박이라 할 수 있기에 그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블랙홀'은 게이머가 손잡이를 잡아당겨 공을 쏴 위치에 따라 득점이 각기 다른 구멍에 짚어넣는 방식이다. 공이 동심원을 따라 빠르게 회전, 좀처럼 고득점을 하기 쉽지 않기에 오감을 잘 활용해야 한다. 간단한 방식이라 남녀노소 누구가 즐길 수 있고 온라인이나 모바일게임과는 또 다른 손맛이 느껴진다. 점수에 따라 티켓이 나오고 이를 선물과 교환할 수 있는 전형적인 '티켓 리뎀션' 게임기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방식의 이 게임기는 정작 국내에선 시판할 수 없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로 티켓 리뎀션은 엄격하게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티켓을 받아 볼펜이나 인형, 생활용품 등을 바꾸며 게임도 즐기고 행운도 덤으로 얻는 이런 방식이 국내에선 사행성으로 변모되면서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유니아나 윤대주 대표는 "성인용 겜블이 아케이드 게임기와 섞이다보면서 국내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완전히 쇠퇴하게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아케이드 전문 게임사에 주어진 부정적인 인식을 털쳐내기 위해 윤 대표는 100여명의 개발인력을 두고 온라인게임 '카오스잼'과 '카오틱에덴', 웹게임 '웹영웅전'을 선보이는가 하면 지난 2013년에는 온라인 MMORPG '라프' 등을 출시했고 모바일게임도 개발했다. 하지만 일본 코나미와의 오랜 파트너십으로 출시하고 있는 '위닝일레븐' 콘솔게임 패키지 정도를 제외하곤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한국에서 모든 플랫폼을 섭렵한 유일한 게임사인 유니아나와 윤 대표로선 '결국 아케이드'로 회귀한 셈이다.

윤 대표는 "비 전문적인 분야에 도전하다보니 얻은 것도 있었지만 반대로 잃은 것도 많았다. 이제 다시 아케이드로 돌아오니 고향에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아케이드 시장은 여전히 크고 부가가치도 높다. 미국 어린이 레스토랑인 '척앤치즈'에도 곧 납품을 할만큼 해외에선 남녀노소 누구나 티켓 리뎀션을 즐기고 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로도 진출하는 등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대표는 "국내 아케이드 시장이 붕괴된 사이, 10년전만 해도 한국에 와서 중고기판을 얻어가는 수준이던 중국이 이제는 반대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청소년용 아케이드 게임기에 대한 진흥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규제부터 풀어줘야 한다. 겜블 게임은 사행성감독위에서 강하게 규제를 하는 것으로 구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케이드 게임시장에는 좋은 인력들이 오지 않고 그나마 명맥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윤 대표는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문화콘텐츠인 동시에 세일즈와 자재 구매, 제조의 맛을 함께 경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또 우리 브랜드를 단 게임기가 해외 유수 게임센터에 들어가 있으면 뿌듯하다"는 윤 대표는 "힘 닿는대까지 계속 도전하겠다. 시장성에 걸맞게 경쟁이 심한 세계 아케이드 산업에서 히트작을 계속 낼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와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 게이머가 넷아레나에서 '철권7'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넷아레나


해외의 경우 게임센터는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놀이문화공간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에다 각종 규제와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며 사실상 명맥이 끊긴 상태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오락실 게임인 '철권7'이 지난 3월 출시되면서 침체된 게임센터 시장이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 또 '철권7'을 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센터 '넷아레나'가 오픈하면서 예전 오락실 문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일본 반다이남코가 만든 대전액션게임 '철권' 시리즈의 최신작인 '철권7'이 전작과 확실히 다른 점은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게임센터에 모인 사람들끼리만 대전을 즐길 수 있었다면 이번 시리즈부터는 온라인게임과 같이 네트워킹 기능이 탑재되면서 시간과 장소 구분없이 대전을 즐길 수 있다.

또 '철권7'은 모델 유승옥을 홍보모델로 기용하고 이 게임을 즐기는 가수 남규리를 비롯해 많은 연예인들이 각종 이벤트 대회에 나와 직접 대전을 즐기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산업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마케팅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초반 인기몰이로 인해 '철권7'은 초도물량이 모두 팔리는 등 현재까지 약 500대가 팔렸다고 한다. 신종 게임기를 구매할 수 있는 게임센터가 전국에 300여개에 불과한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수치이긴 하지만 그래도 '철권' 마니아들이 즐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철권7' 전용게임장인 넷아레나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트워크 경기장'이라는 뜻의 넷아레나는 현재 서울 홍대와 건대, 연신내점이 오픈했으며 경기도에는 의정부점이 있고 부천과 부평에도 이번달 내로 들어선다. 현재는 수도권 위주이지만 조만간 부산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각종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선 넷아레나에서 '철권7'을 즐긴 방문기 등이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게임의 커뮤니티와 비교해선 아직 소규모이지만, 특정장소에 모여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센터의 한계를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직접 몸을 움직이면서 마치 스포츠처럼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에 여전히 목말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넷아레나에는 '철권7'뿐 아니라 '태고의 달인'이나 노래방과 같은 음악게임기, 경품게임기 등도 설치해 연인들이 함께 즐기는 복합 놀이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넷아레나 관계자는 "함께 모여서 즐겼던 오락실의 부활을 이끌어보려 하고 있다"며 "'철권7'의 경우 현재는 국내 유저들끼리만 대전을 즐길 수 있지만, 향후 아이템 잔존가치 등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세계 유저들과 언제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사와 연계해 매장에서 지속적으로 '철권7' 이벤트 대회를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또 연내에는 글로벌 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아케이드 게임기는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철권7'과 같은 게임뿐 아니라 리듬액션게임의 경우 스포츠 경기를 보는 관전의 재미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가요를 탑재해 2000년대에 일찌감치 중남미에 K-POP을 전파한 국산 리듬액션게임 '펌프잇업'도 올해 네트워크 기능을 짚어넣으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대전이 가능해졌다. 다른 플랫폼의 강점을 차용한 아케이드 게임이 e스포츠로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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