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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영화 그리고 뮤직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에도 능통한 김호정. 그는 북촌과 걷는 생활만큼이나 착한 사람들을 좋아했다. '좋은 배우'의 대한 물음에 "배우든 감독이든 역시 최고는 늘 따뜻한 사람.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예를 들면 송강호 같은 배우를 보면 늘 인간적이고 소탈하다"고 답하기도. 그의 작품에서 만난 '착한 인연들'의 이야기와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의 비하인드를 들어보았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다, 윤건 씨와 단편 음악영화 '5분 고백'도 했다. 인연이?
건이 씨는 5, 6년 전에 음악때문에 건너 건너 알게 되었다. 명동성당에서 콘서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윤건씨도 한 파트를 하고 저도 낭독공연을 했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날 연락와서는 단편인데 뮤직드라마를 같이 하자고 했다. 뭐냐 그랬더니 연상녀에 대한 러브스토리라고.. 왜 나를 했을까? 어린배우들 많은데 왜 나를...(웃음) 노래 잘 부르냐기에 제가 막 잘난 척 했다. 나름 어릴 때 뮤지컬을 좀 하고 그래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그러나 현장에서 노래했더니 '누나 차라리 부르지 말고 읽어' 라고 하더라. (사실 윤건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살면서 연상녀는 대학교 3학년 때 딱 한번 빼고 관심 밖이였다. 연기였지만 촬영 때 호정 누나 눈빛에 잠시 진심으로 설레였다 호정 누나 최고"라고 그녀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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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이랑은 두 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 때는 제가 무용선생이었고 혜진이는 실제 고3 고등학생역이었다. 처음에는 잘 못 움직이다가 한,두달 넘어가면서 정말 가르치는 선생님이 무용과를 가라고 할 정도로 실력 향상되었다. 그래서 제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제 후배로 들어왔는데, 착해서 너무 예쁘다. 오래가는 사람일수록 심성이 착하다. 세상은 늘 좀 여우같은 친구들이 잘 되지만 영원하지 않다. 결국은 정직하게 노력하는 친구들이 진짜 배우로 나가게 된다. 사람들에게 좋은 배우로 남는 건 다른 의미다.
-'풍문' 유호정, 백지연씨와는 어떤지, 촬영현장 분위기는?
그분들은 워낙 경험이 많아서 뭐. 백지연씨는 신인이지만 방송을 오래 하셔서 카메라가 어딨는지 다 알고 잘 하시더라. 저는 정신없고 좀 떨기도 했는데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는 전혀 떨리지 않으신다고 하셨다. '풍문' 팀은 NG를 내지 않는다. 한번 찍으면 쭉 간다(웃음)
-'엄소정' 캐릭터가 '영라'한테 치이고 또 '연희'한테 치인다. 중간자적인 역할인데, 개인적으론 어느 쪽에 마음이 가나?
앞으로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권력에 센 쪽으로 가지 않을까. 이 드라마의 인물들이 제가 보기에는 한 두명 빼고는 거의 속물적인 근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력과 권력을 다 가진 쪽을 더 많이 신뢰하지. 이 쪽이 망하면 저 쪽으로 또.. 그게 제가 가진 엄소정이라는 캐릭터다.
-그간 삶이 힘든 역할을 했다. 그러나 '풍문'에서는 유머스럽기도하고 현대적인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배우는 사실 주어진대로 해야하는 것지만, 2002년도 '나비'를 찍을 당시 너무 우울한 느낌이었다. 얼떨결에 상도 받았었는데 그덕에 이후로도 우울한 영화만 계속 들어왔다. 그러다보니 자주 못하게되었다. 너무 힘드니까.. 그러나 이번 '화장'에서 제 스스로가 깬 게 있다. 그래서 전보다 더욱 여유로워졌다. 그러다보니 '풍문'에서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반응도 좋고. 앞으로도 밝은 작품을 좀 더 하고 싶다.
아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표정은 내내 밝았다. 유쾌하면서도 20년 내공이 느껴지는 그와의 대화 속엔 건강한 에너지가 분명 있었다. 그 에너지가 바로 죽음을 맞은 여인에게도 생명력을, 권력을 탐하는 속물녀에게도 강력한 존재감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올 가을, 연극을 통해서도 그녀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활력 넘치는 모습이 궁금하다.
전혜진기자 gina1004@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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