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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화장' 전혜진,배우로서 관객에게 마음을 드러내는 법①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5-05-08 17:53



보기만 해도 미소를 돋게 만드는 이가 있다. 딱히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았는데도 밝은 에너지를 내는 이. SNS를 통해 본 전혜진이 그랬다. 그저 남편과 아이와 평온한 일상을 보여주는 모습일 뿐인데 빛이 난다. 그와 커피향 진한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고 들어 온 전혜진, 실물이 20대 초반으로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에이. 아니에요. 이십대 초반으로 보인다는 말은 처음인데요. 사실 외보가 완벽하게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보다는 결핍이 있는 편이라서요."

앳된 외모도 외모지만, 말투도 소녀같은 그가 7살 아이의 엄마라니. "아무래도 결혼을 일찍해서요. 어린 엄마죠. 하하.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아내', '엄마'의 자격이 항상 부담스럽긴 해요. 사실 전혜진이라는 사람이 변한 것은 없는데요." (이하 '일문일답')

-최근에 영화 작업을 했었죠. 영화에 애정이 많은 편인가봐요.

네. 사실 아역시절부터 연기를 하면서 영화 작업을 좀 늦게 접했거든요. 처음 보면서 마냥 끌렸던 것 같아요. 요즘에도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영화보기'에요. 제가 집중하면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모습이 되는데, 누가 보면 엄청 웃을 거여요.

-영화 '화장'에서 연기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기에서 몰입한 게 느껴져요.

'화장'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과 후에 대한 의미가 확연히 달려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임권택 감독님이란 명성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해야할까요. 그 속에서 촬영을 시작하니 긴장돼더라고요. 하지만 어린 배우의 감정과 의사에도 귀 기울여주는 감독님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그런 과정때문에 이 작품의 처음과 끝이 다를 수 있었죠.


-다른 인터뷰에서 봤는데, 자기 작품을 보면 쑥스럽다고 하던데요. 이 작품도 그랬나요?


그쵸. 쑥스럽다는 말이 현장에서 느끼고 전하고자 했던 감정이 막상 스크린에서 만족스럽지 못할 때를 말하는 건데요. 이번 현장에서는 시나리오나 콘티에만 의존하지 않고, 감독님의 디렉션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서 결과물을 예측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더 편집된 영상을 보고 새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아! 저렇게 쓰려고 감독님께서 그런 요구를 했다는 것도 알게 되고요.

-'화장'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꼽는다면요.

병세가 악화된 아버지(안성기) 선배의 병간호를 받으면서 의식이 또렷할 때도 혼자 힘으로 몸을 다스릴 수 없어 괴로워하는 김호정 선배의 모습이 실제처럼 생생했어요. 작업이 끝나고도 너무 힘드실 거 같아서 계속 마음이 먹먹했거든요.

-안성기, 임권택 감독이란 두 거장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앞으로 또 언제 작업할 지 모르는 명성의 두 분이잖아요. 현장에서도 이 말을 해도 될까. 여러 번 고민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여쭤보면, 그 고민이 무색하게 세심하게 말씀해주셨어요. 안성기 선생님은 현장에서 항상 제가 우니까 걱정해주시기도 하고요. 사실 가볍게 갈 수 있는 장면이 하나도 없거든요. 너무 감사했죠.

-'관능의 법칙'에 이어 명필름과 또 만났네요. 이번 '화정'에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전혜진씨를 적극 추천했다고 하던데요.

감사하다는 말 이상으로 무언가 자꾸 표현하고 싶지만, 어떤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 지 몰라서 지나간 적이 많아요. 제가 여자 연기자치고 좀 무뚝뚝한 편이거든요. 웃긴 웃는데 마음을 드러내는 법을 잘 모르겠어요. 시사회가 끝난 후 문자를 드린 게 제 진심이죠. "좋은 영화를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요.

-당시 소속사 없이 직접 차를 몰고 촬영을 했다고 하던데, 힘겹지는 않았나요?

겁 없이 달려들었다는 말이 어울리겠어요. 소속사 계약 기간이 끝나 혼자 있다가 갑자기 '화장'을 들어가게 됐을 때 '운전하는 것 좋아하니까'라고 단순하게 뛰어들었어요. 그런데 장소가 경상도, 강원도의 바다나 산으로 가야할 때는 드라이브 중이라며 스스로 세뇌 시키기도 했죠. (2편에 계속)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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