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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미소를 돋게 만드는 이가 있다. 딱히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았는데도 밝은 에너지를 내는 이. SNS를 통해 본 전혜진이 그랬다. 그저 남편과 아이와 평온한 일상을 보여주는 모습일 뿐인데 빛이 난다. 그와 커피향 진한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고 들어 온 전혜진, 실물이 20대 초반으로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최근에 영화 작업을 했었죠. 영화에 애정이 많은 편인가봐요.
네. 사실 아역시절부터 연기를 하면서 영화 작업을 좀 늦게 접했거든요. 처음 보면서 마냥 끌렸던 것 같아요. 요즘에도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영화보기'에요. 제가 집중하면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모습이 되는데, 누가 보면 엄청 웃을 거여요.
-영화 '화장'에서 연기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기에서 몰입한 게 느껴져요.
'화장'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과 후에 대한 의미가 확연히 달려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임권택 감독님이란 명성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해야할까요. 그 속에서 촬영을 시작하니 긴장돼더라고요. 하지만 어린 배우의 감정과 의사에도 귀 기울여주는 감독님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그런 과정때문에 이 작품의 처음과 끝이 다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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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쑥스럽다는 말이 현장에서 느끼고 전하고자 했던 감정이 막상 스크린에서 만족스럽지 못할 때를 말하는 건데요. 이번 현장에서는 시나리오나 콘티에만 의존하지 않고, 감독님의 디렉션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서 결과물을 예측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더 편집된 영상을 보고 새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아! 저렇게 쓰려고 감독님께서 그런 요구를 했다는 것도 알게 되고요.
-'화장'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꼽는다면요.
병세가 악화된 아버지(안성기) 선배의 병간호를 받으면서 의식이 또렷할 때도 혼자 힘으로 몸을 다스릴 수 없어 괴로워하는 김호정 선배의 모습이 실제처럼 생생했어요. 작업이 끝나고도 너무 힘드실 거 같아서 계속 마음이 먹먹했거든요.
-안성기, 임권택 감독이란 두 거장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앞으로 또 언제 작업할 지 모르는 명성의 두 분이잖아요. 현장에서도 이 말을 해도 될까. 여러 번 고민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여쭤보면, 그 고민이 무색하게 세심하게 말씀해주셨어요. 안성기 선생님은 현장에서 항상 제가 우니까 걱정해주시기도 하고요. 사실 가볍게 갈 수 있는 장면이 하나도 없거든요. 너무 감사했죠.
-'관능의 법칙'에 이어 명필름과 또 만났네요. 이번 '화정'에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전혜진씨를 적극 추천했다고 하던데요.
감사하다는 말 이상으로 무언가 자꾸 표현하고 싶지만, 어떤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 지 몰라서 지나간 적이 많아요. 제가 여자 연기자치고 좀 무뚝뚝한 편이거든요. 웃긴 웃는데 마음을 드러내는 법을 잘 모르겠어요. 시사회가 끝난 후 문자를 드린 게 제 진심이죠. "좋은 영화를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요.
-당시 소속사 없이 직접 차를 몰고 촬영을 했다고 하던데, 힘겹지는 않았나요?
겁 없이 달려들었다는 말이 어울리겠어요. 소속사 계약 기간이 끝나 혼자 있다가 갑자기 '화장'을 들어가게 됐을 때 '운전하는 것 좋아하니까'라고 단순하게 뛰어들었어요. 그런데 장소가 경상도, 강원도의 바다나 산으로 가야할 때는 드라이브 중이라며 스스로 세뇌 시키기도 했죠. (2편에 계속)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