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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크라키의 좌충우돌 이카루스 유랑기 - 1화

이덕규 기자

기사입력 2015-04-07 17:39


시작에 앞서...

2000년, 내가 딱 10살이던 해에 10살들을 열광케 한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바로 '포켓몬스터'다. 지우와 피카츄의 모험, 다양한 포켓몬의 활약도 재미있었지만, 10살이 되면 포켓몬 트레이너가 될 수 있다는 애니메이션 속 설정은 마침 10살이던 나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포켓몬스터 빵에 들어있던 스티커를 미친 듯이 모았고, 게임도 열심히 했다. 몬스터나 동물을 수집하는 게임을 즐기게 된 것은 이 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면 트레이너 자격증을 주던 보크라이스... 어머니에게 졸라 겨우 얻어낸 기억이 있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외에 날 만족시킨 게임은 없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MMORPG를 즐기곤 했는데, 대부분의 펫은 단순히 캐릭터 따라다니면서 공격 정도나 해줄 뿐인 서브 콘텐츠이었다. 온라인에서 포켓몬스터를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경 써주는 게임이 있기를 바랐는데…

그러다가 작년 '이카루스'를 시작하게 됐다. 내 취향을 잘 알고 있던 친구가 추천해준 게임이었다.

슈마이: 사냥이나 그런 거 관심 없으면 도와줄 테니까 펠로우나 모아

나: 펠로우가 뭔데

슈마이: 펫인데 이걸로 지상전투도 하고 공중전투도 함. 쩔음 ㅇㅇ

세상에 그런 게임이? 바로 영상부터 찾아봤다. 새를 타고 창공을 날아다니다 다른 몬스터 위로 떨어져 투닥대더니 여유롭게 타고 다니는 모습은 신세계였다. 펠로우에 타고 활도 쏘고 창도 쓰며 적들을 쓸어버리는 강력한 모습에 반해버렸다. 이렇게 멋진 콘텐츠가 '중심'이라니. 'MMORPG가 질색인 나라도 이카루스라면 평생 게임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잔혹한 레벨업 노가다가 날 가로막았다. 어릴 때야 괜찮았지만, 직장인인 지금은 MMORPG의 레벨업 노가다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레벨을 높여야 멋진 펠로우를 가질 수 있다니… 펠로우를 길들일 때 들이는 열정은 넘쳐났지만, 레벨업에 들일 열정은 더 이상 없었다. 그래서 접었다. 따로 목표가 없던 슈마이는 나보다 더 빨리 접었다. 나쁜 -_-…

그러고 1년. 슈마이가 또 나에게 이카루스를 추천해줬다. "니가 하라는 게임은 안할거임"이라며 거절했던 나였지만, 레벨업이 쉬워졌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레벨업만 해결되면 펠로우 마스터로의 길은 열정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 이카루스의 모든 펠로우를 만나기 위한 사크라키의 좌충우돌 이카루스 유랑기. 앞으로 잘 부탁 드린다.


'급하면 마법이 아니라 주먹이 먼저 나가는 위자드'가 콘셉트다. 건장한 근육맨


1화 등장인물 소개

사크라키 - 레벨업 노가다가 지겨운 게이머. 이카루스의 레벨업 속도가 빨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시작했다. 이카루스의 모든 펠로우를 타보는 것이 목표.

슈마이 - 사크라키를 이카루스로 끌어들인 장본인. 하지만 항상 도와준다고 해놓고 제대로 도와준 일이 거의 없다. 사크라키보다 레벨은 낮지만 이카루스에 대한 방대한 지식으로 도움을 준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펠로우 마스터도 레벨업부터!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이카루스의 모든 펠로우를 타보려는 나 역시 레벨업을 먼저 해야했다. 우선 펠로우 길들이기 스킬을 배우는 9레벨을 목표로 삼았다.

초반은 거의 변한 게 없었다. 크로우님은 여전히 멋있었고 내 손을 잡아 감옥 밖으로 인도해주셨다. 1년 새에 퀘스트 동선이 조금 수정됐는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진 않았지만, 그 다음에 부상자 치료하고, 불을 끄고, 버섯도 구해다 주고... 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평일 오후시간이었던 만큼 사람도 별로 없어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여기에 중간에 퀘스트를 통해 '길들인'이 붙은 지상형 펠로우와 공중 펠로우가 지급돼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는 많이 줄었다.


앞장서서 몬스터를 정리해주시는 크로우님

귀여운 새와 말을 받았다. 성능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어려운 부분은 여전했다. 1년 전에는 파티플레이로 겨우겨우 진행했던 '브라기 본거지'에서는 사람이 적어 한산한 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혼자 본거지에 쳐들어갔다가 생갭다 강한 정찰자에게 쫓겨 도망치기도 하고, 가까스로 혼자 족장을 죽였더니 남아있던 족장의 멧돼지 '서리 어금니 포치'에게 한 방에 죽기도 했다. 너무나도 힘든 사투가 이어졌다.

사크라키: 포치놈… 탑승물 주제에 지나치게 강하구나


엄청 강했다. 내 첫 죽음을 가져간 녀석...
탑승물 따위에 털리는 내 모습을 보고 한심했는지 슈마이가 한 마디 던졌다.

슈마이: 뭘 그렇게 힘들게 하냐. 지금 1주년이라 장비 지원도 해주고 한다던데. 그렇게 해서 언제 레벨업 하고 펠로우 마스터가 될건데?

그 말을 듣고 바로 공식 홈페이지로 날아갔다. 세상에. 레벨 구간마다 장비를 지원해준다니. 왜 이런걸 이제야 알았을까? 장비도 감동이었지만 무슨 물약을 먹었더니 생명력과 마나가 1천씩 늘어나는 건 좀 충격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면 밸런스 파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게다가 양복 스타일의 꾸밈 옷도 받았다.


레니티와 함께 '백마탄 왕자님' 풍으로...
사크라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첫 정예 펠로우는 우두머리 트루탄! 너로 정했다!

지원 장비로 쉽고 편하게 레벨업을 하며 달려온 나는 드디어 하카나스 성의 펠로우 조련사에게 펠로우 길들이기 스킬을 얻었다. 길들이기 스킬이 생기니 필드에 널리고 널린 펠로우를 닥치는 대로 길들였다. 퀘스트를 진행하며 길들이기 가능이라고 보이는 녀석들은 웬만하면 다 건드렸다.


그리고 들어갈 자리가 없어 놔줬다.
어느 정도 펠로우를 길들이다 보니 일명 '정예 펠로우'라 불리는 이름있는 펠로우에 관심이 갔다. 찾아보니 나의 첫 죽음을 가져간 '서리 어금니 포치'도 정예 펠로우였다. 하지만 첫 정예 펠로우인 만큼 함부로 고를 수 없었다. 어디 멋진 펠로우 없나 하고 어슬렁거리던 찰나, 곰 형태의 정예 펠로우 '우두머리 트루탄'이 눈에 들어왔다.

안 그런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예 펠로우는 길들이기 위한 특별한 조건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서리 어금니 포치'는 주인인 브라기 족장을 먼저 죽여야 하고, '우두머리 트루탄'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올라타야 길들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높은 곳에서 펠로우를 길들이던 영상에 훅 가버렸던 만큼, '우두머리 트루탄'의 길들이기 조건은 매력적이었고, 첫 정예 펠로우로 결정했다.


저 멀리 보이는 우두머리 트루탄.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했다
우두머리 트루탄을 길들이기 위해선 일단 높은 곳을 찾아야 한다. 마침 근처에 '여기서 뛰어 내리세요'라고 알려주듯 알맞은 높이의 절벽이 있었다. 여기서 길들이기 스킬을 사용한 채로 우두머리 트루탄이 오길 기다렸다가 근처에 오면 머리 위에 떨어져서 올라타면 길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말로는 쉬운데… 직접 해보니 매우 어려웠다. 우두머리 트루탄의 걷는 속도를 고려해 조금 빨리 뛰면 이 녀석이 누굴 놀리는지 제자리에 딱 멈춰버린다. 아니면 그냥 내가 잘못 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길들이기에 실패하면 후유증으로 잠시 동안 캐릭터가 굳는데, 우두머리 트루탄은 선공 몬스터인 만큼 가만히 있는 날 놓치지 않았다. 이벤트로 얻은 포션이 아니었다면 내 캐릭터의 건장한 근육은 한낱 고깃덩어리가 됐을 것이다.


실패의 순간
계속 실패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첫 번째는 우두머리 트루탄은 내가 뛸 때 딱 멈추니까 바로 밑에 왔을 때 시도해도 된다는 것, 두 번째는 생갭다 캐릭터의 점프 거리가 길어 살짝 뒤에서 점프해야 한다는 것. 요령을 생각하고 다시 한번 도전! 그리고 드디어 탑승에 성공했다.


드디어!!!
과연 사크라키는 우두머리 트루탄을 자신의 첫 정예 펠로우로 만들었을까? 다음화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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