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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룹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멋있게 보이고 싶어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정반대의 길을 걷는 그룹도 있다.
멤버들은 "처음 곡을 받았을때부터 웃기고 특이해서 '이걸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이 노래로 무대에 서보니 주변 분들이 다들 좋아해 주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그래도 지난 2012년 '미스터리'란 곡으로 잔뜩 어깨에 힘을 줬던 에이블을 생각한다면 지금 모습이 너무 낯설다.
에이블이 아이돌의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2년 6개월이란 장기간의 공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공백기 동안 준비가 부족했던 것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다. 각자 자동차 정비공, 바리스타, 토익 강사, 애견샵 알바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다시 무대에 서는 그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며 "지금은 '빵야'가 아니라 더한 콘셉트의 노래라도 부르라면 부를 것이다. 그만큼 활동을 하고 성공을 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이블은 스스로 아이돌과 트로트 그룹의 중간에 있다고 팀의 콘셉트를 자리매김했다."'빵야'가 처음 나왔을때 댓글에 '갈수록 왜 이러느냐'라는 글을 보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멋있는 콘셉트로 시작해 반대로 가고 있으니까 당연한 말인데 속이 상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에이블이 대중의 사랑을 받을때까지 꾹 참고 열심히 '빵야'를 외치고 다닐 것이다."
뻔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아니다 보니 팀을 부르는 호칭도 바뀌었다. 네티즌들이 예전에 아이돌 일때는 '쟤들'로 불렀다면, 요즘은 '형들'이라고 더 자주 칭한다. 그만큼 10-20대 보다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그룹으로 커가고 있다는 증거다. 철웅은 "지금 콘셉트가 멤버들에게 더 잘 맞는것 같다. DJ DOC가 어른 팬들이 많은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되고 싶은데, 느낌은 '남자 크레용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며 웃어보였다.
'빵야'라는 곡이 쉽게 부를 수 있다지만 사실 에이블은 가창력이 빼어난 그룹이다. 주호와 성민이 미성의 목소리라면 철웅은 중저음 보이스로 노래를 이끌어 간다. 여기에 지열은 랩을 소화하며 노래에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한다.
에이블은 "지금은 우리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 하지만 이후 인지도가 쌓이고 나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멋진 무대를 선사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모처럼 방송 활동을 하며 힘을 내고 있는 에이블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부지런히 움직여 대중에게 에이블의 팀명을 알린 뒤 추석에는 특집 프로그램인 '아이돌 육상대회'에 꼭 참가해 보고 싶다. 그리고 연말에는 시상식에 참석하는게 우리의 꿈"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