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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또 가자고 하면? 무조건 가야지." (백일섭)
"다음엔 쿠바나 발칸반도의 나라들에 가면 어떨까 싶네." (이순재)
'꽃할배' 4인방은 벌써부터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소년처럼 설레어하고 있었다. 2013년 프랑스·스위스와 대만, 2014년 스페인에 이어서 2015년 tvN '꽃보다 할배'의 여행은 신화의 나라 그리스로 이어진다. 젊은 시절 사회적 경제적 여건 때문에 여행을 전혀 못해봤다는 노배우들은 황혼의 배낭여행에서 추억을 쌓고 50년 우정을 다지고 있다. 빠듯한 예산에 어느 정도 몸고생도 따르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여행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이순재(80), 신구(79), 박근형(75), 백일섭(71), 그리고 그들의 충실한 짐꾼 이서진(44)은 그렇게 또 다시 의기투합해 여행짐을 꾸렸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된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 나영석 PD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선생님들(꽃할배)의 의지다. 억지로 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원하고 즐거워야 한다. 여행지로 그리스를 선택한 것도 선생님들이 원하셨기 때문"이라며 그리스편을 기획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배낭여행 컨셉트에 대해서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방송이기 때문에 우리가 즐겁게 여행하는 것 못지않게 시청자들도 중요하다"며 "선생님들이 저 연세에도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짐꾼은 여행 내내 마치 '썸 타는' 연인처럼 아웅다웅했다. 경비를 지키려는 이서진과 경비를 타내려는 최지우의 신경전은 그리스편의 새로운 재미 요소다. 제작발표회에서도 두 사람의 앙숙 케미는 이어졌다. 최지우가 "이서진이 생활비를 안 주고 과소비한다고 구박해서 서러웠다"며 장난스럽게 폭로하자 이서진은 "최지우가 배낭여행이란 걸 망각하고 감성적으로 여행을 즐기다 보니 평소 본인이 여행하던 때처럼 낭비를 하더라"는 짓궂은 농담으로 반박했다. "예산에는 내 몫의 여행비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내 몫을 정당하게 받아가는 것"이라는 최지우의 항변에 이서진은 "돈을 갖고 있을 것 같은데 자꾸 더 달라고 해서 그런 것"이라면서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서진은 "여행을 앞두고 요리에 대한 걱정이 컸는데 최지우가 요리를 도맡아 해주고 선생님들과 편하게 어울리면서 여행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줘서 큰 도움이 됐다"며 최지우에게 고마워했다.
두 짐꾼의 모습을 지켜보던 '맏형' 이순재는 "최지우가 아주 훌륭한 짐꾼이었다. 저런 며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서진과 잘 됐으면 한다"며 흐뭇해했다.
할배들에게 여행은 특별한 의미다.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자 남은 인생에 대한 기대감이기도 하다. 이순재는 "위대한 역사를 지닌 그리스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침운한 분위기인 걸 보면서 더 힘차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젊은 친구들이 여행을 통해서 많은 걸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구도 "여행은 평소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박근형에게 여행은 "큰 것을 내려놓고 아주 사소한 얘기를 하는 것"이고, 백일섭에게 여행은 "피곤하지만 또 떠나고 싶은 것"이었다. 듬직한 짐꾼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선생님들이 최고로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보필하는 게 나의 여행"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영석 PD는 그리스편에 대해 "무뚝뚝한 집안에 명랑한 딸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봐달라"며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아울러 "'꽃할배'의 배낭여행이나 '삼시세끼'에서의 밥 짓는 일이나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 특별하지 않은 일이라 시청자들이 즐겁게 봐주시는 것 같다. 이번 그리스편도 매년 특집으로 방송되는 연속극 보듯 봐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은 오는 27일 첫 방송 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