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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승부수가 될까?'
설날 앞두고 '서프라이즈'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17일 제휴식에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을 비롯해 엔씨소프트 윤재수 CFO, 배재현 CPO 그리고 넷마블게임즈 권영식 대표, 백영훈 사업총괄부사장 등 양사의 경영진이 모두 출동했다.
"제휴식을 맺은 날 하얀 눈이 내려 좋은 날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말로 운을 뗀 김 대표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퍼블리셔의 블록화로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면에서 국내 모바일 1위 업체인 넷마블의 플랫폼을 활용하게 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양사가 국내 각 분야에서 국내 선두에 그치지 않고, 중국 업체들이 급성장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이해관계가 딱 맞았기 때문에 이번 제휴를 맺게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타사에 우리의 경쟁력 있는 온라인게임 IP를 개방한 적이 없다"는 김 대표는 "그런 면에서 넷마블도 마찬가지다. 양사가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고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번 제휴가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우선 넥슨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근심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이번 협약은 이 부분과 관계가 없으며,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문제다. 이미 정체기에 접어든 국내 게임산업이 지속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을 계속 생각했고, 이를 극복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판단으로 진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방준혁 의장 역시 "큰 위기감을 느낀 상황에서 넷마블은 플랫폼을,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IP를 서로 개방한 것이다"라며 지난해 3월 중국 텐센트로부터 5300여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을 상기하며 "지난해에도 밝혔듯 결국 글로벌 진출, 그리고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좀 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상호 투자를 통한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했고 오늘은 이를 밝히는 자리"라고 말했다.
특히 방 의장은 "이 자리가 단순히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이슈에 넷마블게임즈가 지분 투자만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넷마블은 지금도 많은 투자 제의가 들어오는 경쟁력 있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제휴에서 넷마블게임즈가 단순히 우호세력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에 강한 경계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번 제휴를 통해 양 사는 자신들이 가진 IP에 기반한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개발을,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글로벌 IP를 활용한 온라인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등 시너지를 꾀하기로 했다. 또 상호 퍼블리싱 사업 협력, 크로스 마케팅, 합작회사 설립 및 공동투자,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 공동 진출 등 다양한 협력 모델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개발 기술력과 서비스 능력, 유명 IP의 결합 등 양사의 시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모바일게임 시장에 주안점을 두고 글로벌게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양사는 게임 개발 및 마케팅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크로스 마케팅을 위해 양사가 개발한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을 상호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하는 것을 비롯, 모바일게임을 공동으로 연구, 개발하기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넥슨, '서프라이즈' 준비하나?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의 제휴는 온라인과 모바일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상당한 파급력이 있다. 여기에 넥슨과 분쟁중이라 향후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택진 대표의 이날 발언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글로벌에서 성공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다. 또 저와 방 의장은 여전히 현직에서 개발에 매진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흔쾌히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개발 현장을 떠나 사업 제휴와 IP 확보, M&A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넥슨의 지주회사 NXC의 김정주 회장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는 의미도 된다. 차별점을 강조함으로써 3월 주주총회에서도 선명성을 부각시킬 의도로 해석된다.
회사 명운에 가장 중요한 결정임에도 불구, 1대 주주인 넥슨이 통보를 받지 못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넥슨은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 앞으로 주주가치가 떨어지지 않는지 지켜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의 불쾌감을 나타냈다. 주총까지 한 달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넥슨이 과연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넷마블이 엔씨소프트를 지지할 경우 넥슨은 주총에서 1대 주주로서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엔씨소프트가 되사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곳에 팔 수도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 가운데 하나는 세계 최대 게임-IT사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 텐센트이다. 하지만 한국 회사들이 경계하고 있는 대상이기에 우려감이 크다. 텐센트가 넷마블의 3대 주주라는 점도 상당한 변수다. 엔씨소프트가 이번에 넷마블 지분을 주당 1300만원에 인수한 반면 텐센트는 지난해 3월 700만원에 사들인 덕에 1년도 되지 않아 지분가치가 2배 가까이 성장, 이번 딜에서 최고의 수혜를 입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제휴로 엔씨소프트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판단할 경우 넥슨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번 계약으로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8.9%를 획득, 김택진 대표의 9.98%와 1%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되면서 향후 또 다른 경영권 분쟁 불씨가 되지 않을지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