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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서열'이 1년 사이에 또 급변했다.
업계에선 사실상 처음 시도된 것이고, 서열이란 자체에 관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 웃는자가 있으면 우는자도 나오게 마련이고, 매해 서열표 발표 전후로 담당기자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격려보다는 더 많은 항의를 받아야했다.
특히 올해는 걸그룹 인기 전성기를 열었던 1세대들이 대거 세대교체란 큰 파도에 흔들린 동시에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하는 등 변화가 커 그 결과를 두고 가요 관계자들은 설문에 응하면서 더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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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서열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이 어떻게 평가됐느냐에 따라 공감과 비공감으로 나뉠 수 밖에 없다. 각 걸그룹의 소속사 역시 할말이 많을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실제로 본지가 앞서 세번의 서열표를 발표하자 몇몇 기획사 측에서는 결과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반응은 한 네티즌의 재미로 시작된 '걸그룹 서열표'가 업계 관계자들에서는 상당히 민감한 결과물임을 고스란히 입증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서열은 각 그룹이 신곡을 발표하고 활동하는 시기가 언제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평가를 위해 만났던 가요 관계자들 대부분은 신곡을 발표했다고 무조건 서열이 오르거나 유지되는 것은 아닌거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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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와 2NE1에겐 그러나 이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않다. 소녀시대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2NE1 역시 하늘이 주신 기회를 날렸다. 소녀시대와의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갈 최고의 기회를 잡았지만 '박봄 사태'에 발목이 잡히며 넘사벽 유지에 만족해야 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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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에서 걸그룹 서열표의 최상단인 넘사벽 내에서도, 내년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설문 응답자가 많았다. 소녀시대와 2NE1이'불안한 1등'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씨스타의 상승세가 거침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가장 많이 서열을 끌어올렸던 걸스데이가 올해는 넘사벽 입구까지 성장한 만큼 소녀시대와 2NE1의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넘사벽 진입 후보 1순위가 된 걸스데이는 지난해 '섬싱'과 '달링'을 잇달아 히트 시킨데 이어 멤버 혜리까지 전국구 스타가 되며 경쟁력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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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많이 서열을 끌어올린 걸그룹은 AOA였다. 지난해 서열표에서 인기 마지노선에 올랐던 AOA는 단숨에 마니아층과 사교계를 뛰어넘어 전국구 스타 문을 두드리는 위치까지 성장했다.
지난 2012년 타이틀곡 '엘비스'로 데뷔할 당시만 해도 AOA는 5인조 밴드 유닛 'AOA 블랙'과 3인조 댄스 유닛 'AOA 화이트'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2013년 '흔들려' 활동 때부터 7명의 멤버로 팀을 재정비했고, 지난해 섹시 걸그룹으로 콘셉트를 바꾸며 급성장했다.
지난해 1월 '짧은 치마'로 남성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더니 '단발머리' '사뿐사뿐'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며 걸그룹 서열표에서도 무려 서열을 2.5계단 끌어올렸다.
응답자들도 AOA의 섹시 콘셉트 변신에 높은 점수를 줬다. 에이큐브의 강윤식 대리는 "음원 성적도 나쁘지 않고, 섹시 콘셉트 전향 후 성공한 팀"이라고 밝혔고 드림티엔터테인먼트의 나상천 이사는 "꾸준히 성장하며 인지도를 쌓고 있어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그룹"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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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데뷔한 EXID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가운데 지난해 발표한 디지털 싱글 '위아래'도 반응이 좋지 않아 그대로 활동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11월경 인터넷 게시판에 직캠(팬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올라온 이후 춤과 노래가 재평가를 받으며 지금까지도 '핫'한 반응을 얻고 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서현주 이사는 "직캠으로 멤버 하니에 대한 남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더불어 '강제 컴백'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게 한 그룹"이라고 높게 평가했고, 이제컴퍼니의 정원정 이사는 "차트 역주행의 신화를 쓴 주인공"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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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니콜과 강지영의 탈퇴로 지난해 서열표에서 무려 3계단이 하락했던 카라는 새 멤버 영지가 연착륙에 성공하며 서열을 사교계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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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이 오르는 그룹이 있으면 당연히 떨어지는 그룹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2015년 걸그룹 서열'에서는 서열표에서 이름이 사라진 '서열 아웃' 그룹이 다수 발견돼 걸그룹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서열 아웃'의 불명예를 안은 팀은 브라운아이드걸스와 애프터스쿨, 원더걸스, 레인보우 등이다. 특히 브라운아이드걸스와 애프터스쿨은 지난해 마니아층에 랭크되어 있던 만큼 팬들로서는 안타까움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들 '서열 아웃'팀들의 공통점은 공백기가 길었다는 것.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지난 2013년 7월 '킬빌' 이후 활동이 없고, 애프터스쿨 역시 2013년 6월 '첫사랑'이 마지막 활동이었다. 원더걸스 역시 멤버 선예의 결혼 이후 활동이 전무하며 사실상 해체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레인보우는 지난 2013년 6월 '선샤인' 이후 1년 8개월에 신곡 발표를 앞두고 있어 내년 서열표에는 재진입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와 비교해 서열이 떨어진 팀은 에프엑스, 미쓰에이, 크레용팝 등이다.
이 중 에프엑스는 특히 서열 하락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에프엑스는 지난해 멤버 설리의 열애설 이후 활동 중단, 그리고 탈퇴설까지 이어지며 서열이 전국구에서 사교계로 하락했다. 소녀시대에 이어 넘사벽 진입까지 노리던, 어찌보면 데뷔 이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주춤하면서 안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것이다.
미쓰에이는 더 우울하다. 그나마 올해 마니아 층에 이름을 올린게 다행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설문 응답자는 "멤버 수지가 버티고 있으나 그룹 자체의 힘은 점차 떨어지는 중"이라고 평가했고, 다른 응답자는 "수지 없으면 아무 의미없는 그룹"이라고까지 답했다. 이 밖에 '빠빠빠'로 탄탄한 마니아 팬을 거느리고 있는 크레용팝은 이후 히트곡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인기 마지노선으로까지 서열이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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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의 김은아 실장은 "여자친구는 풋풋한 이미지로 최근 남성 팬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소나무는 파워풀한 댄스와 강렬한 이미지로 눈에 띄는 활동을 했다"며 "마마무 역시 실력파 신인그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원정 이사는 "레드벨벳은 SM의 새로운 걸그룹이라는 점만으로도 기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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