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제작한 게임중독 공익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몰아가는데다가, 그 기준 또한 모호하기 때문이다. 광고를 보고 게임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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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힘내라 게임인상 밴드의 1주년 축하메시지를 통해서 1주년이 됐다는 걸 봤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다. 작년 주요 활동인 '힘내라 게임인상'은 위메이드 대표로 있을 때부터 고민했다. 당시 모바일게임 산업이 PC게임 산업에 비해 3~4배 빨리 성장했고, 이런 추세면 결국 자본 중심의 시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야 자본이 있는 회사에 있었으니 나쁘지 않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시각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산업은 허리가 돼주는 중소기업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PC 시절에는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모바일 시장은 너무나 빠르게 성장한 탓에 후발 주자들에게는 자본과 마케팅 등 여러 면에서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아졌다.
결국 퍼블리싱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고,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곳 저곳 떼주다 보면 남는 게 없다. 퍼블리셔의 선택도 받지 못하면 게임은 유저들 앞에 나설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보통 첫 작품부터 잘되기 보다는, 한 번 정도의 실패를 딛고 그 다음 작품이 좋은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다. 충분히 두 번째 작품을 만들 역량이 되는 개발사에게는 그런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싶어 '힘내라 게임인상'을 기획했다.
힘내라 게임인상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모바일 게임 업계에 자리잡았던 것 같다. 가장 어필할 수 있었던 포인트는 제약조건이 없다는 것. 그리고 간단하게 심사에 출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APK파일만 내면 되고, 선정되더라도 퍼블리싱 해야 한다는 조건 없이 상금만 받고 끝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다. 다만, 상금을 받은 기업이 잘 돼서 기부금을 받고, 그 기부금으로 재단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쪽은 기대한 만큼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임팩트나 게임 업계 내에서의 가치는 기대 이상이었다.
겜밍아웃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작년에는 게임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자제하자고 생각했다. 지스타 보이콧 트라우마라고 해야하나, 욱해서 하긴 했는데 파급을 보고 조금 자제해야겠다 싶었다. 다른 한 면으로는 굳이 재단이 나서서 게임산업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우리의 예산 구조상 다소 과했다. 그래서 중소게임사 지원에만 집중하자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저변에는 게임에 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게임산업이 부족한 점도 있지만,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말도 안 되는 광고를 틀고 있는데, 우리는 왜 우리의 가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가? 속으로 남 탓만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해보자'라는 생각에 '겜밍아웃'을 준비했다. 게임산업이 만들어나갈 미래는 지금과 현저히 다르다. 4년 전만 해도 노점상 아줌마,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게임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지금은 일어난 지 몇 년이나 됐고, 앞으로 일어날 변화는 지금에서는 어차피 상상도 못한다. 현재 법안은 미래의 모습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안을 만든 이들의 책임이 아니다. 이건 우리 책임이다. 게임의 이점이나 미래에 있을 가치 등은 그들은 당연히 알기 힘들다. 우리가 알려줬어야 됐다. 게임을 떠나서는 삶 자체가 힘들어지는 미래, 게임을 알지 못하면 취직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앞으로 게임 산업이 사물인터넷과 연결되면 곳곳에 게임적 요소들이 들어갈 것이다. 게임은 자동차 산업, 레저 산업 등 삶의 곳곳에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며, 당신의 자녀가 어떤 직업을 선택하던 게임을 떠날 수 없다. 게임과 관계없는 미래 산업은 없다.'
이 것을 학부모에게 알려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적이 없다. 가끔 자기들끼리 이야기했을 뿐, 사회를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 적은 없다. 그런 작업들을 나는 재단의 이름을 통해 진행하다 보면 조금의 변화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첫 영상인 문화인 편은 두 개의 파급을 생각했는데, 나레이션을 담당한 BJ 양띵 스스로의 매체력, 재단 SNS를 통한 파급 효과다. BJ를 통한 파급력은 괜찮았는데, SNS의 파급효과는 정말 미미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저처럼 번거롭게 얼음물에 맞는 것은 모두 쉽게 공유하면서도, 게임의 긍정적 의미를 공유하는 것에는 모두들 손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여가부나 보건복지부보다 인터넷의 파급력을 훨씬 잘 알고 있다. 파급력이 있는 것을 가지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혹은 반대 논리를 펼쳐야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 좋아요, 영상 공유, 아이디어 등 많은 사람이 도와준다면 2차, 3차는 보건복지부의 게임 중독 영상을 찍어 누를 수 있는 의미 있는 영상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겜밍아웃 프로젝트가 게임이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툴로써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
게임인재단의 2015년 새로운 각오는 무엇인가?
2014년의 게임인재단이 중소게임사 이슈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게임산업에 전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작게나마 해보려고 한다. 큰 예산이 들지 않아도 아이디어와 노력에 의해 가능한 것이라면 조금씩 풀어나갈 것이다.
사실 게임업계는 '무기'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게임업계 스스로 정신적인 무장이 되어 있어야 한다. 비무장 상태에서 신의진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동조하게 된다. 게임업계 사람인 나도 그러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어떻겠는가? 이 얘기는 게임업계 스스로 논리적 무장이 안돼있다는 의미다. 논리적 무장이 되고, 모두가 게임이 왜 좋은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꿰고 있어야 공격을 받아도 스스로 방어할 수 있고, 상대방이 무방비상태일 때 치고 들어갈 수 있다.
나는 게임이 진짜 좋은 것인지에 대해 계속 자문해왔다. 미래를 본다면 좋은 것이 맞고, 현재도 이미 좋다. 문화적으로 좋고, 경제적으로 좋고, 미래 산업적으로 굉장히 좋다. 더 쉽고, 많은 사람이 이러한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영상으로 담은 것이 겜밍아웃 프로젝트다. 1차는 문화인 편, 2차는 경제인 편, 3차는 미래인 편이다. 다른 주제는 UCC 콘테스트를 통해 받을 예정이다.
1차 문화인 편 진행 이후 유저 반응을 보고 묘한 희열을 느꼈다. 양띵의 초등학생 팬이었는데, "그래, 게임은 좋은 거야"라며 정말 신나 하더라. 자기는 그 동안 어른들이 게임은 나쁜 것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니까 은근히 찔렸던 것 같다. 그런데 영상에서 어른들이 게임은 좋은 것이라고, 즐기라고, 문화라고,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음악/영화와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니 죄의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우리가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고객들에게 최소한 우리 제품을 쓰는 것을 부끄러워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게임 산업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2015년에는 힘내라 게임인상 활동과 함께 이런 영상을 계속 만들고 다양한 루트로 공개하면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게임의 긍정적인 의미에 대해 계속 알릴 것이다.
미래인 편의 '미래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미래인 편을 통해서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에 대한 것을 풀어낸다. 자전거를 예로 들면, 지금은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혼자서 달릴 뿐이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면 자전거에 장착된 스마트폰 화면에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누가 가장 빨리 달렸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상위 랭커들의 경우 추월 당하면 알림도 뜨고, 그게 또 자전거를 타는 동기 부여도 된다. 현실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게임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의 게임은 그냥 게임일 뿐이지만, 미래의 게임은 삶의 일부분이 된다. 게임의 핵심인 경쟁과 협력은 사회를 촉진시킬 수 있는 요소다. 혼자 하면 재미없지만, 경쟁과 협력을 하면 재미있다. 내가 삼성에 있을 때 맡은 첫 프로젝트가 국방부 프로젝트인데, 우리나라의 해저 지도의 UI를 전략 게임에 기반해 만들었고 이는 실제로 적용됐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 훨씬 많아질 것이다. 게임이 삶의 곳곳에 쓰이게 되고, 게임을 아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교 경쟁력에서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재단을 운영하면서 얻게 된 것이 있다면?
안식일에는 단순히 쉬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배움을 얻어오라는 의미가 있다. 업계에 있을 때는 게임에서 튼 크기 하나, 위치 하나, 모양을 다 신경 썼는데, 재단에서 한 발짝 뒤에서 보니 장기, 바둑을 둘 때 훈수 두는 느낌처럼 게임산업을 더 잘 보게 됐다. 힘내라 게임인상 심사를 위해 출품작을 해보면서 매번 바뀌는 트랜드를 잘 볼 수 있게 됐다.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타입인데, 재단 일을 하면서 치유가 많이 됐다.
게임 업계는 과연 좋은 업계인가?
이번에 지스타에 갔다가 스스로에게 반성하게 됐다. 지스타를 쭉 둘러보기 위해 오픈 전에 들렀는데, 벡스코 전시장 앞에 줄이 엄청났다. 그걸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내가 저들만큼 게임을 사랑하고 있는가? 내가 저들만큼 게임에 애정이 있나.'하고 자문했지만, 나는 '저렇게 기다려서 이건 못 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 열정도 없고 관심도 없다는 느낌이었다. 왜 그랬는지 생각하면, 초심을 잃었다고 볼 수도 있고, 게임이 돈 버는 수단에만 그쳤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게임인재단을 '게임인재단'이라고 한 것은 영화인, 음악인이 부러워서다. 하지만 지스타에서의 일 이후 솔직히 느낀 건데, 우리는 정말 당당하지 못할 수 있겠다. 영화인, 음악인, 연극인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이 사람들은 진짜로 그걸 좋아해 직업으로 삼았다는 느낌이 든다. 돈을 못 벌어도 음악, 연극, 영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들, 그런 그들을 '~~인'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문화 콘텐츠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자체가 그들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초심도, 유저로서의 감정도 다 잊어버리고 게임을 단순히 경제적인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 영화인, 음악인과 비교해 게임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 그런 부분이 분명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인가 하는 자조적인 생각도 들더라.
겜밍아웃에 개인적으로 바라는 목표가 있다면?
성경에는 십계명을 통해 10가지 지켜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도 이처럼 게임이 왜 좋은가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하고 싶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로 전 국민이 왜 독도가 우리땅인지 알고 규합할 수 있던 것처럼, 왜 게임이 의미가 있는지, 미래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정리해 게임인들이 전부 논리적 무장상태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해의 추가적인 목표다.
지스타 때 택시에 탔는데, 게임회사서 왔다니까 무슨 마약딜러를 택시에 태운 느낌으로 쳐다보더라. 우리가 고용 창출이 얼마고 부산에 기여하는 경제적 이익이 얼마라고 설명해도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런 천대에 가까운 대우를 받지 않도록 사회와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사실 유저들은 게임 업계가 뭘 하든 관심이 없다.
이게 진짜 우리 산업에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가장 품어야 할 대상은 유저 층이다. 우리랑 가장 가까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 유저 입장에서는 게임 회사가 재미있는 게임을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의 돈을 뺏어가는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회사는 유저를 모시지 못하고, 유저들은 게임 회사를 그냥 무조건 까고 본다. 이 괴리는 남북갈등보다 심하다. 언론에 올라온 댓글을 보면, 게임 유저 층에서는 "니들이 그렇게 쳐먹고 중독시키니까 그렇지", "돈만 벌지 말고 책임을 져라"와 같은 의견이 대부분이다. 유저들이 우리의 힘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당연히 지원해주지 않을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우리의 논리로 유저들을 우리의 편으로 흡수하지 못하면 학부모들을 흡수하는 것은 더욱 더 힘들 것이다. 정말 힘들겠지만, 문화 자체가 그런 측면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진짜 게임인이란 무엇인가?
게임업계 종사자들도 유저들만큼 게임을 사랑해서 시작했겠지만 일을 하다 보니 그냥 일이 됐고 단순히 돈벌이가 돼버렸을 것이다. 유저와 게임회사의 괴리감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다. 별거 아니지만 '겜밍아웃'이라는 캠페인을 만든 것도 지스타에서 유저들을 보며 느꼈던 스스로의 반성에서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진짜 게임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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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어바웃 문의식 기자 www.gameabou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