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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사라진 지상파 미니시간대, 시청자는 어디로?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5-02-02 05:41


수요일 밤 10시대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청률 잠식의 주범인 MBN '나는 자연인이다', jtbc '유자식 상팔자' MBN, jtbc 캡쳐

평일 밤 10시~11시. 오랜 시간 공고한 자리를 잡아온 지상파 미니시리즈 방송 시간대다. 어느 날 문득 판도 변화가 생겼다.

언젠가부터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시청률 묘사 문구 중에는 '대박'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달달한 로맨스나, 야심찬 대기획, 고정 시청층이 있는 사극 역시 시청률은 모두 도긴 개긴이다. 그저 8~12% 대(이하 닐슨 코리아 기준)에 불과하다. 꾸준히 12%를 넘나드는 KBS 1TV '가요무대'(월요일)나 10%대를 오가는 '생로병사의 비밀'(수요일) 시청률만큼도 안된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들린지 오래.

시청률 고공 행진을 이끌던 미니시리즈 시청층. 다 어디로 갔을까. 크게 세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시청 행태의 변화다. 미니시리즈는 비교적 젊은 시청층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 많다. 문제는 그 젊은 시청층의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 제 시간에 TV로 시청하는 '본방 사수'는 이미 옛 이야기.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적극적 시청층이 대거 등장했다. "다분화된 시청층을 반영하기 위해 기존 피플미터에 의존하는 시청률 조사 방법에 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드세진 이유. 방송 시청 형태는 갈수록 분화될 전망이라 통합시청률 조사 방법의 발굴은 조사기관의 과제로 등장한지 오래다. 결국, 미니시리즈 시청층은 갑자기 사라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분화됐다는 표현이 옳다.

둘째, 케이블과 종편 프로그램의 약진이다. 출범 초기 저조한 시청률을 면치 못하며 잔뜩 위축돼 있던 종편과 케이블. 시간이 흐를수록 고정 시청자를 모으며 점점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다. 초기만 해도 지상파 인기 시간대를 피해가는 등 수세적 전략을 써왔던 비 지상파 채널들이 하나둘씩 정면승부에 나서고 있다. 이미 밤 11시대는 종편 예능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비정상회담'은 시청률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4%로 월요일 밤 11시대 종편 왕좌를 굳게 지키고 있다. TV조선 '강적들'은 지난달 28일 5.659%의 시청률로 지상파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수요일 밤 10시대 종편 프로들은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청층을 잠식하는 주범이다. 지난달 28일 jtbc '유자식 상팔자'는 5.631%을 기록했다. 같은 날 MBN '나는 자연인이다'도 5.38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유자식 상팔자'와 '나는 자연인이다'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지상파 미니시리즈와 달리 비교적 높은 연령층을 흡수하고 있다. '유자식 상팔자'가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면 '나는 자연인이다'는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하는 남자 시청층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


금요일 밤 10시대의 강자 tvN의 '삼시세끼 어촌편'. tvN 홈페이지 캡쳐
지상파 3사의 미니 경쟁이 사라지는 금요일 심야 시간대는 그야말로 장르 불문 춘추전국시대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은 지난 30일 밤 9시 45분에 방송된 2회가 케이블, 위성, IPTV 통합에서 가구 평균 10.8%, 최고 14.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꽃 시리즈' 전회 차를 통틀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지상파 부럽지 않은 수치. 동 시간대 경쟁한 SBS '정글의 법칙 with 프렌즈' 편은 15.7%로 지상파의 자존심을 지켰다. 논란 속 시작된 MBC '나는 가수다3'는 6%로 출발했다. 밤 9시부터 11시8분까지 2회 연속 방송된 KBS2 금요미니시리즈 '스파이'는 각각 4.2%, 3.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셋째, 시청층의 고령화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드라마의 '대박' 시청률은 미니시리즈가 아닌 연속극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가족끼리 왜 이래', 종방한 '왔다! 장보리' 등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본방 사수 시청층이 고령화된 탓이다. 나이 든 시청층은 아직까지 다른 플랫폼을 사용한 드라마 시청이 익숙치 않다. 인기 연속극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는 반면, 평일 밤 미니시리즈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다. 고령 시청층은 평일 밤 10시대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지상파 대신 구미에 맞는 종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플랫폼과 채널의 확대, 본방 사수 시청층의 고령화. 평일 밤 미니시리즈 시청률 답보를 장기화하는 요소들이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지상파 3사는 평일 밤 10시대에 고령 시청층을 흡수할 수 있는 연속극 요소가 강한 미니시리즈나 사극을 기획하는 등 시청층 확대를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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