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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밤 10시~11시. 오랜 시간 공고한 자리를 잡아온 지상파 미니시리즈 방송 시간대다. 어느 날 문득 판도 변화가 생겼다.
둘째, 케이블과 종편 프로그램의 약진이다. 출범 초기 저조한 시청률을 면치 못하며 잔뜩 위축돼 있던 종편과 케이블. 시간이 흐를수록 고정 시청자를 모으며 점점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다. 초기만 해도 지상파 인기 시간대를 피해가는 등 수세적 전략을 써왔던 비 지상파 채널들이 하나둘씩 정면승부에 나서고 있다. 이미 밤 11시대는 종편 예능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비정상회담'은 시청률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4%로 월요일 밤 11시대 종편 왕좌를 굳게 지키고 있다. TV조선 '강적들'은 지난달 28일 5.659%의 시청률로 지상파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수요일 밤 10시대 종편 프로들은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청층을 잠식하는 주범이다. 지난달 28일 jtbc '유자식 상팔자'는 5.631%을 기록했다. 같은 날 MBN '나는 자연인이다'도 5.38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유자식 상팔자'와 '나는 자연인이다'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지상파 미니시리즈와 달리 비교적 높은 연령층을 흡수하고 있다. '유자식 상팔자'가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면 '나는 자연인이다'는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하는 남자 시청층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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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시청층의 고령화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드라마의 '대박' 시청률은 미니시리즈가 아닌 연속극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가족끼리 왜 이래', 종방한 '왔다! 장보리' 등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본방 사수 시청층이 고령화된 탓이다. 나이 든 시청층은 아직까지 다른 플랫폼을 사용한 드라마 시청이 익숙치 않다. 인기 연속극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는 반면, 평일 밤 미니시리즈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다. 고령 시청층은 평일 밤 10시대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지상파 대신 구미에 맞는 종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플랫폼과 채널의 확대, 본방 사수 시청층의 고령화. 평일 밤 미니시리즈 시청률 답보를 장기화하는 요소들이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지상파 3사는 평일 밤 10시대에 고령 시청층을 흡수할 수 있는 연속극 요소가 강한 미니시리즈나 사극을 기획하는 등 시청층 확대를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