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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과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 시작되나?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5-01-27 17:16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드디어 점화될 조짐이다.

넥슨은 주식이 상장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27일 공시를 통해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이번 투자 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는 넥슨 스스로가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다'라고 반발했다.

엔씨소프트의 대주주인 넥슨은 지난해 10월 엔씨소프트의 지분 0.4%를 추가 취득,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기준인 15%를 넘기면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넥슨은 지분 추가 목적을 여전히 '단순투자'로 명시하면서 이 문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시장에선 언젠가 넥슨의 경영참여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계속 이어졌다.

이 때문인지 엔씨소프트는 지난 23일 정기인사에서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NC웨스트 CEO를 사장으로 승격시키고, 회사 내 가장 영향력이 큰 임원 중 한 명인 정진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친정체제를 구축, 향후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불과 4일만에 결국 경영참여 이슈가 불거진 것이다

넥슨은 지난 2012년 6월 엔씨소프트와 양사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협력하기로 하면서 김택진 대표의 지분을 인수, 대주주로 부상한 바 있다. 이후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행보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업계에서는 넥슨이 지분을 넘겨받을 당시보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기대했던 게임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회장이 크게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제기됐다.

이로 인해 넥슨이 조만간 경영참여를 본격화 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터질 것이란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엔씨소프트와 넥슨이라는 게임계 양대 산맥을 만들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회장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완전히 갈라선 후 경영권 다툼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넥슨은 공시자료를 통해 '2년여 전보다 더욱 긴박해진 게임 산업의 변화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과 민첩한 대응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 어려운 글로벌 게임 시장환경 속에서 양사가 도태되지 않고, 상호 발전을 지속해 양사의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넥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엔씨소프트와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즉각 반발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이질적이어서 이번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의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엔씨소프트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고, 더 나아가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신규 MMORPG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모바일게임 개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경영 성과를 기록했다. 또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창사이래 최대 주주 배당(685억원)을 의결했고, 게임쇼 지스타를 통해 차기 게임들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며 '앞으로도 건전한 수익 구조를 공고히 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룬다는 경영 목표 아래 현재의 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라며 넥슨의 경영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번 역시 넥슨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사항이다. 양사가 모든 면에서 이질적임에도 불구, 넥슨이 섣불리 경영참여를 할 경우 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원칙대로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넥슨 관계자는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공식입장처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엔씨소프트와 대화해 나가겠다. 상호 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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