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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드라마 위기론', '미생'이 답이다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4-11-27 15:28



'미생'이 답이다.

최근 '드라마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방송사마다 출생의 비밀, 복수와 배신, 배다른 형제 등 이른바 '막장 코드' 드라마를 줄줄이 내놓거나 몇 회 건너뛰더라도 예측이 가능한 멜로물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반감을 사고 있다. 시청자의 반응 역시 차갑다. 지상파 3사 방송사의 월화극, 수목극 모두 시청률 10%를 간신히 넘으며 의미없는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드라마 위기론'까지 제기된 것. 그러나 예외가 있다.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다. 드라마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요일에 편성된데다가 케이블 드라마라는 핸디캡까지 갖고 있음에도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


시청률 수직상승, 파급효과까지 '헉'

'미생'의 인기는 뜨겁다. '미생'은 10월 17일 1.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첫 발을 내딛은 뒤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22일 방송분은 6.3%, 최고 7.8%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 방송이 끝날 때마다 온라인이 '미생' 관련 기사 및 검색어로 도배되는 것도 일상사다. 제작진조차 "이렇게 흥행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

드라마의 인기는 원작 웹툰 다시보기로 이어졌다. 드라마 방송 기념으로 포털사이트에 연재했던 '특별편 5부작'은 연재 동시에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1년 동안 90만부 팔리던 단행본도 지난 달 26일 100만부가 팔려나갔고 한달 만에 200만 고지를 넘어서며 올해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주간 VOD판매도 마찬가지. 지난 일주일(11월 17~23일) 매출만 3억 원에 달하며 누적판매액이 15억 원에 근접했다. 이는 지상파 방송사 대표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3~4배 앞서는 수치다. 지상파 3사, CJ E&M 채널 드라마 오락 정보 음악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뉴스 구독 순위, 직접 검색 순위, 버즈 순위 등 3개 영역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콘텐츠파워지수(CPI)도 10월 4째주부터 4주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웹툰 캐릭터 상품의 인기도 높아졌다. GS25에 따르면 '미생' 1회가 방송된 10월 17일 부터 지난 12일까지 '미생' 관련 캐릭터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8.9% 증가했다. 이처럼 '미생'은 잘 만들어진 '원 소스 멀티 유즈' 컨텐츠임을 입증하고 있다.


해외서도 관심 폭발… 웹툰 관련 사업 확장

'미생'의 인기는 국내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미생'을 기획한 CJ E&M 이재문PD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미생' 원작자 윤태호 작가와의 좌담회에서 "아직 (드라마가) 방영 중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전에 들은 얘기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은 우리와 직장 문화가 비슷해 반응 있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은 문화가 전혀 다른데도 반응이 뜨겁다고 하더라. 중국 CCTV는 수출 전인데도 이례적으로 14분 정도 소개 특집을 방영한 적도 있다. 동남아도 비슷한 반응"이라며 "미국에도 수출될 것 같다. VOD는 물론 리메이크도 가능하다는 반응이다. 미국 방송계에 정통한 분은 월스트리트로 배경을 바꾸면 통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생'의 성공에 힘입어 웹툰 관련 사업도 확장될 분위기다. 우선 다음카카오가 웹툰 사업 강화에 나선다. 이들은 해외 웹툰사업을 다양화 하고 자체적으로 캐릭터 라이센스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2005년부터 웹툰사업을 시작한 네이버도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러브콜은 해외에서도 이어진다. 한국 컨텐츠 사업에 눈을 돌린 중국은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거나 리메이크하는 대신 인기 웹툰을 사서 중국판 드라마 및 영화 제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재문 PD는 "원작의 성공적인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위해서는 원작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에 충실한 활용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기업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관련 제품을 출시할 때도 원작 '미생'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원작자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 문화콘텐츠의 창조적인 비즈니스의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인기 비결? '리얼리즘'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미생'은 시즌2 제작을 논의 중이다. 윤태호 작가는 "내년 3월 시즌2를 연재할 계획"이라고, 이재문PD는 "우리도 이런 분위기라면 시즌2 제작을 하게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런 '미생'의 인기 비결은 뭘까.

배우들의 연기는 항상 주목받는 대목이다. 장그래 역의 임시완은 물론 강소라 김대명 변요환 강하늘 등 에피소드마다 한 명 이상의 배우들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과도하게 남발되고 있는 PPL조차 '미생'에서는 호평받고 있다. 숙취해소음료, 생수, 커피, 휴대전화, 복사용지 등의 소품이 배경 그 자체로 쓰이면서 자연스럽게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 제작진은 "기획 단계부터 드라마와 어울리는 협찬만 받도록 했다"고 비결을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인기 비결은 '리얼리즘'이다. 지상파 드라마의 공식이라 할 수 있는 러브라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과감하게 들어내고 실제 직장인의 삶을 그대로 조명하려 노력했다.

윤태호 작가는 "'미생'이란 책이 만화가 아닌 실용서라 여겨지는 부분도 있고 직장인들의 교과서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기본 질서에 따르지 않은 성공적인 사례다. 만화 쪽으로 보자면 '왜 직장인들이 술 마시고 상사 욕을 하며 일을 하나'에 대해 고민했다. 그동안 나왔던 작품과 달리 '앞으로 독자들이 이런 것도 요구하겠구나'라는 걸 추구했다"고 밝혔다.

이재문PD는 "실제 상사회사의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작가들을 직접 회사에 출근하게 했다. 덕분에 실제 회사에서 사용하는 어려운 용어들도 익숙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웹툰 위주로 드라마가 제작되면 작가의 창작물 보다는 기획력에 달려있다. 리메이크 열풍은 오래됐다. 시청률 올리는 공식, 강력한 스킬, 작가와의 협업 등 전반적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빨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게 위기를 만들었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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