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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캐릭터들이 안방극장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같은 직업을 갖고 있거나 주요 설정이 비슷해 더욱 흥미를 끄는 대결이다. 최근 들어 전문직 종사자들의 특수한 삶을 다룬 드라마가 부쩍 많아지면서 비슷한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있다.
12월 첫 방송을 앞둔 KBS2 새 월화극 '힐러'의 주인공도 기자다. 김문호(유지태)는 동료 기자들이 선망하는 상위 1% 스타 기자. 극 중 사건의 연결고리가 되는 인물이다. 그 대척점에는 영세한 인터넷 신문사의 연예부 기자 채영신(박민영)이 있다. 똘끼가 충만한 채영신은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처럼 진짜 기자가 되기를 꿈꾸며 취재 현장을 누빈다. 여기에 업계 최고의 심부름꾼인 코드명 '힐러' 서정후(지창욱)가 가세한다. '힐러'는 '모래시계'와 '여명의 눈동자'를 집필한 송지나 작가의 신작. 제작사는 "부모세대가 남겨놓은 세상과 맞짱 뜨는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정치, 사회, 역사적 맥락을 드라마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송지나 작가가 기자들의 삶을 어떻게 그려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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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추적자'의 박경수 작가가 12월에 새롭게 선보이는 SBS 새 월화극 '펀치'도 검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박정환(김래원)의 직업은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성공을 위해 불의와 타협한 검사였지만 악성 뇌종양에 걸린 후 후회없는 삶의 마침표를 위해 대한민국 엘리트 집단인 법조계를 향해 칼을 빼드는 인물이다. 김아중이 연기하는 신하경은 정의롭고 강단 있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이혼한 전 남편 박정환을 곁에서 돕는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검찰의 비리와 부패를 파헤치는 이야기라, 사회고발적 성격이 강한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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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방영될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은 다중인격장애를 갖고 있다. 현빈이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선택한 SBS 드라마 '지킬과 나', 이승기가 주인공 물망에 오른 MBC 드라마 '킬미 힐미'는 다중인격장애를 지닌 남자주인공을 내세운 로맨스물이다.
이충호 작가의 인기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드라마로 옮긴 '지킬과 나'는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로맨스를 다룬다. 현빈은 차가운 까칠남과 달콤한 순정남을 오가며 1인 2역을 연기한다. 겉모습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이지만, 실상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영화 '역린'에서 호흡을 맞췄던 한지민이 현빈의 상대역에 캐스팅됐다.
'킬미 힐미'의 설정도 재미있다. 무려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와 그의 비밀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차 여의사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 2012년 방영 당시 최고시청률 42.2%를 기록했던 인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진수완 작가가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제작비만 150억 원에 이르는 대작으로, 한국의 팬엔터테인먼트와 중국 절강화책미디어그룹이 공동 제작한다. '킬미 힐미'는 주요 캐스팅을 확정 짓는 대로 조만간 미국 로케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