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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수목극 새판짜기, 춘추 전국 시대가 열린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4-09-12 05:51


수목극 판도, 춘추 전국 시대가 열린다.

지상파 3사가 새로운 수목 미니시리즈를 선보인다. KBS 2TV '아이언맨', MBC '내 생애 봄날'이 10일 나란히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일주일 후인 오는 17일에는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가 첫 선을 보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삼각 경쟁 구도. 로맨스란 같은 장르로 무장한 세편의 드라마라 대결 결과가 더욱 흥미롭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될까? [편집자 주]


사진제공=SBS
수목 드라마의 새판 짜기. 승자에 대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변수가 많다.

MBC와 KBS가 나란히 새 수목 드라마를 선보인 10일.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청률 순위(이하 닐슨코리아 기준)가 거꾸로 뒤집어졌다. 'KBS - MBC - SBS' 순서였던 것이 'SBS - MBC - KBS' 순으로 재정렬됐다. 종방을 하루 앞둔 SBS '괜찮아, 사랑이야'가 반사이익을 봤다. 지난 회 대비 2% 상승한 11.4%로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수목극 1위로 올라섰다. 수목극 1위였던 KBS '조선총잡이'와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 밀려 단자리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터. 라이벌 드라마들의 집단 종영이 일단은 반갑다.

그렇다면 두편의 새 드라마의 첫방 시청률은 어땠을까. MBC 새 수목 드라마 '내 생애 봄날'은 8.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작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10.5%를 고스란히 받지는 못했지만 일단 KBS와의 새 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서 이겼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KBS는 다소 당황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KBS2 새 수목 드라마 '아이언맨'은 6.6%의 시청률에 그쳤다. 전작인 '조선총잡이'가 기록한 12.8%가 거의 반토막났다. 첫 방송에 불과하다고 위안을 삼기엔 다소 불안한 스타트다.

진검 승부는 17일부터다. SBS도 11일 막을 내리는 '괜찮아 사랑이야' 후속으로 새 드라마를 선보인다. 비(정지훈)-크리스탈 주연의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하 '내그녀')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컴백한 비와 f(x) 크리스탈이 첫 주연으로 호흡을 맞출 작품. 대한민국 최고 연예기획사 AnA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나(크리스탈 분)와 비밀남 현욱(정지훈 분)의 꿈과 사랑을 그린 뮤직 드라마다. 경쾌한 음악과 사랑이 하모니를 이룰 전망. 인기 그룹 인피니트 엘과 호야가 극중 그룹 무한동력 멤버로 출연한다.

로맨스란 공통점이 있는 세 드라마. 하지만 시청 타깃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일 전망. 일단 청춘남녀의 좌충우돌 로맨틱 판타지를 그릴 '내그녀'의 타깃은 가장 젊다. 음악과 아이돌이 어우러져 젊은 시청층에 크게 어필할 공산이 크다. 충성 시청층이 얼마만큼 '본방'을 고수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


이동욱 신세경 주연의 '아이언맨'은 독특한 콘셉트가 특징. 마음 속 상처와 분노가 몸에 칼이 되어 돋아나는 주홍빈(이동욱 분)과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손세동(신세경 분)의 로맨스. 이 드라마 역시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대한 어필 여부가 향후 시청률 반등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가 전망이다.

'내 생애 봄날'의 시청 연령은 두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전망이다. 정통 멜로를 표방한 작품. 시한부 인생을 살다 장기 이식을 통해 새 심장을 얻은 여자 이봄이(수영 분)와 심장 기증자의 남편 강동하(감우성 분)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휴먼 멜로드라마. 진한 최루성도 있다. 정통 로맨스가 그리운 시청층의 선택을 받을 공산이 크다.

큰 차이 없는 수치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수목극 대결 2라운드. 춘추전국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MBC
가을날에 꼭 어울리는 어른들의 힐링동화가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자신에게 심장을 준 여자의 남편을 사랑하게 된 여자와 아내의 심장을 가진 여자에게 끌리는 남자의 이야기.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는 따뜻한 멜로가 봄날의 햇살 같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10일 첫 방송된 '내 생애 봄날'은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멜로 드라마다. 제주도의 그림 같은 풍광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심장을 기증받아 새 삶을 살게 된 여주인공 이봄이(최수영)는 기증자의 몫까지 두배 세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여자다. 병원의 임상영양사로 한우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강동하(감우성)와 다툼에 휘말렸고, 이후 심장 기증자의 기일에 맞춰 찾아간 제주에서 또 다시 동하와 우연 같은 만남을 반복하며 운명적으로 얽혔다. 동하의 아이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떨군 봄이, 봄이에게서 죽은 아내의 환영을 보는 동하.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시작이었다.

셀룰러 메모리. 장기 이식자들에게 기증자들의 성격이나 습관이 전이되는 현상. 아무리 막으려 해도 어쩔 수 없는 감정의 격랑을 납득시키기에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소재가 또 있을까. 나이도 관습도 윤리도, 심장에 새겨진 사랑 앞에선 무력해진다. 그 사랑에 쏟아질 비난도 힘을 잃는다. 최루 효과도 보장한다. 셀룰러 메모리가 다소 식상한 소재임에도 멜로 드라마에서 자주 변주되는 이유다.

'내 생애 봄날'은 가벼운 코미디를 섞어 신파로 흐르지 않도록 감정의 과잉을 막았다. 제주 바닷가에서, 관광버스에서, 히치하이킹을 한 트럭에서, 두 남녀는 하루 동안 무려 네다섯 번이나 우연 같은 만남을 거듭하지만, 억지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코미디 요소 또한 과하지 않았기 않았기 때문이다. 통속과 순수, 신파와 코미디의 적정 함량. 우선은 합격점이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파고 앞에서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극중 봄이와 동하의 나이 차이는 18세. 더구나 봄이와 결혼을 약속한 연인 강동욱(이준혁)은 동하의 동생이다. 동하 입장에선 동생의 연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두 형제가 한 여자를 놓고 다투는 이야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들 사랑의 윤리적 취약점을 셀룰러 메모리로만 납득시키려 하면, 로맨스가 힘을 잃는다. 시청자들을 그 사랑을 지지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뜨릴 수 있다. 때문에 앞으로는 우연의 반복 나열이 아니라, 개연성이 담보된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필요하다.

기대 요소는 역시 배우들의 연기다. 감우성은 무심하고 까칠하면서도 은근히 다정한 동하 역을 마치 그 자신인 듯 편안하게 소화한다. 시청자들이 가장 호평을 보내는 것도 감우성의 연기다. 매력적인 중년남자의 새로운 표상이 될 듯하다. 우려됐던 최수영의 연기도 무난하다. 로맨틱 코미디 톤의 연기가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다만 극이 흐르면서 극중 캐릭터의 감정을 성숙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걸그룹 이미지를 희석시킬 필요도 있어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제공=KBS
KBS2 새 수목극 '아이언맨'이 베일을 벗었다.

10일 방송된 '아이언맨'은 6.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작 '조선총잡이' 마지막회(12.8%)에 한참 뒤진 기록이자 동시간대 방송된 수목극 중 최하위다. 이동욱 신세경 김갑수 등 화려한 캐스팅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그러나 예단하긴 이르다. 반등 포인트는 분명히 있다.

'아이언맨' 첫 방송에서는 주홍빈(이동욱)이 손세동(신세경)의 체취를 맡고 이에 반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인간의 체취로 세상을 구분한다거나 온 몸에 칼이 돋아난다는 독특한 설정, 유치하지 않았던 CG효과 등은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남자 주인공인 이동욱의 변신도 반갑다. 이동욱은 그동안 '키다리 아저씨'를 주로 연기해왔다. SBS '룸메이트'에서도 자상한 오빠로 통했기에 대중이 기억하는 그의 이미지는 '부드러운 남자'다. 그런데 이번엔 180도 달라졌다. 사소한 일에도 사사건건 화 내며 주변 사람들을 쥐잡듯 잡아댔고, 첫사랑 김태희(한은정)와 이별하게 만든 아버지(김갑수)를 만났을 때는 분노 게이지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한 마디로 60분 내내 화만 냈다는 뜻. 그럼에도 이동욱의 연기는 지루하지 않았다. 다소 경직된 표정은 옥에 티였지만, 단계별 분노법으로 몸에 칼이 돋아나는 판타지적 설정을 이해시키는데 도움을 줬다.

남겨진 숙제는 있다. 우선 '과유불급'이다. 주홍빈은 과거의 상처로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캐릭터다. 남들이 보기엔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자신이 간절하게 원했던 사랑을 얻지 못했기에 그 상처를 분노로 풀어내는 인물이다. 그러나 화를 내는 과정이 지나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 틀리면 욕설을 내뱉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모습이 장유유서 정신이 강한 국내 시청자에게 불편한 기분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를 보는 10대들 생각도 해줬으면 좋겠다', '한회동안 내내 소리지르고 욕하고. 불쾌했다'는 등의 의견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는 돈봉투와 승진으로 합의 보려 하는 주홍빈의 모습 역시 '매값 폭행'을 연상하게 한다는 의견이다.

어수선한 분위기도 잡아내야 한다. 1회에는 주요 등장인물의 관계와 성격 풀이가 진행되는데, '아이언맨'의 경우 이를 예능처럼 유쾌하게 풀어내려다 보니 어수선한 느낌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주홍빈이 폭력을 행사할 때 들리는 효과음, 붕붕 뜨는 BGM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언맨'이 판타지 멜로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수목극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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