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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재현 "연기 재능 없는 나, 배우를 꿈꾸게 된 이유는…"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8-27 08:02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에서 인생을 배우고, 주머니 가벼웠던 시절 친구들과 푼돈 모아 술잔 기울이던 시간을 그리워하고, 다시 태어나면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맨발로 춤추면서 뚱뚱한 아저씨로 살겠다는 이 남자. 여러 모로 범상치 않다. 패기 충만한 보통의 신인 연기자들과 달리 "연예인의 삶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는 말도 무심하게 내뱉는다. 도무지 속내를 읽을 수 없는 표정, 그럼에도 언뜻 비치는 미소마다 온화한 성품이 묻어난다. 묘하다. 끌린다. 궁금해진다. 이 남자, 안재현.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의 동생 천윤재.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신입경찰 박태일. 단 두 작품만으로 안재현은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시청률이 높아서도, 캐릭터가 강렬해서도, 하다 못해 연기력이 뛰어나서도 아니다. 누구도 갖지 못한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분명, 배우로선 타고난 재능이자 장점이다. 몇 년 전부터 여러 감독들이 '톱모델' 안재현을 탐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연기에는 관심이 없었고 솔직히 소질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별그대' 장태유 감독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지금도 안재현을 화보나 런웨이에서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안재현의 인터뷰 기사에 흥미를 느낀 장 감독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처음엔 정중히 거절했던 안재현은 다음날 그를 직접 찾아온 장 감독의 모습에 믿음을 갖게 됐다. "사실 그동안 연기에는 관심 없다고 말해왔는데 어떻게 하나 고민이 됐어요. 그때 집에서 책을 찾아봤는데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네가 과거에 한 말 때문에 오늘의 너를 버리지 말아라.' 사람은 늘 변하는 건데 스스로 자신을 가뒀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델 활동하면서 화보의 한계성을 느끼기도 했고요. 영상이라면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동안 생각이 '봄'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 '여름'이 찾아온 거죠."

'별그대'에 이어 영화 '패션왕'을 찍고, 곧바로 '너포위'를 시작했다. '별그대' 스태프들이 그대로 참여한 작품이라, 안재현도 당연하다는 듯 합류하게 됐다. "'별그대' 때는 연기가 처음이라 한 장면 찍으면 눈가에 다크서클이 내려왔어요.(웃음) '너포위'를 하면서 비로소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죠. 종방연에서 스태프의 환호성을 들으며 처음으로 전율했어요. 아, 이런 느낌 때문에 연기하는구나 싶었죠."

런웨이나 카메라 앞에 선 모델에게도 순간적인 집중력과 연기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연기는 호흡이 길다. 안재현도 꽤나 애를 먹었다. "특히 한번 쏟아낸 감정을 다시 불러와서 또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버거웠다"고 했다. 그러나 조급해하진 않는다. "인생은 적금처럼 하나씩 쌓여가는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안재현은 "몸은 너무 바쁜데 손에 잡히는 게 없는 시기가 있더라"고 했다. 톱모델로 인정받기까지 힘들게 버티며 깨달은 사실이다. 모델로 데뷔했을 땐 "나쁜 일이 한 가지 생기면, 좋은 일은 열 가지 생긴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오디션을 앞두고 일부러 복권을 사기도 했다. '꽝'이 나오면 그와 반대로 오디션엔 붙을 거라고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당시엔 정말 열정적으로 일했어요. 돈이 아니라 좋은 결과물을 남기고 싶었어요. 저는 20대는 투자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결실은 30대부터 돌아오는 거고요. 그런데 그때가 생갭다 빨리 찾아온 것 같아서 가끔은 불안하기도 해요."

안재현은 연기자라고 불리는 게 아직은 어색하다고 했다. 연기자라는 타이틀보다는 자신의 이름이 더 앞에 있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사과나무에 꽃이 핀다고 해서 '사과꽃' 나무라고 부르지 않듯이" 말이다. "최종 목표는 즐길 수 있는 단계로 가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 뭐든 배울 생각이에요. 새로운 기계를 다룰 때 처음엔 활용법을 몰라서 답답하잖아요. 능숙해지면 즐거워지고요. 저도 지금은 조금 답답함을 느껴요. 이제 막 책의 목차와 인사말을 읽고 본문 첫 장을 시작한 것 같아요. 이 책을 여유롭게 소개하고 설명할 수 있는 단계로 가고 싶어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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