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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널사'-'노다메', 두 리메이크 드라마의 같고도 다른 길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7-18 05:32



요즘 리메이크 드라마 두 편 때문에 온라인이 난리법석이다. 한 편은 재미있다는 반응으로 '화제만발'이고, 다른 한 편은 캐스팅을 놓고 '갑론을박'이다. 전자는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후자는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 얘기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대만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지난 2008년 평균 시청률 10.2%(국내 대비 약 70~80%에 해당하는 시청률)로 대만 방송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명중주정아애니'가 원작이다. 30대에 단명하는 집안 내력 탓에 후세를 잇는 것이 사명인 재벌가 9대 독자와 로펌의 계약직 서무로 일하는 평범한 여자가 마카오 리조트 여행에서 뜻하지 않게 하룻밤을 보낸 뒤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물오른 코믹 연기로 원맨쇼를 펼치고 있는 장혁, 평범한 캐릭터를 공감 가도록 그려낸 장나라, 그리고 두 배우의 '특급 케미'에 힘입어 순항 중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방송 전까지도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리메이크 드라마라는 걸 잘 모르는 시청자들이 꽤 많았다는 사실이다.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12년 만에 만난 장혁-장나라 커플의 캐스팅 소식이 이슈를 선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원작의 유명세가 비교적 덜했고 제작진이 리메이크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홍보사 관계자는 "대만드라마 리메이크에 대한 선입견과 중국 수출용 드라마가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리메이크라는 걸 굳이 강조하진 않았다"며 "'로비스트' 주찬옥 작가와 '안녕, 프란체스카'의 조진국 작가가 한국판 대본을 맡았는데 이들 작가진만으로도 충분히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인 대만드라마가 정서적 이질감이 덜하다는 것도 리메이크인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무난히 안착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요인이다. 제작사 페이지원필름의 정재연 대표는 "인물들의 감정 흐름이나 정서적 교감, 드라마 안에서 가족의 가치를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 등이 대만과 한국이 상당히 비슷하다"며 "한국드라마가 대만에서 인기를 끌었듯, 대만드라마 리메이크도 한국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고 말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한국적 정서에 맞게 캐릭터와 세부 설정을 다듬었다. 남자주인공 캐릭터가 원작에선 이기적이고 진중한 성격인 반면 한국에선 코믹하고 과장된 느낌이 가미됐다. 미련할 만큼 착한 여주인공도 '오지랖녀'로 재탄생했다. 로켓이 발사되고 기차가 터널을 통과하는 장면으로 표현된 남녀주인공의 하룻밤은 아기자기한 떡방아 신으로 재치 있게 묘사돼 큰 화제를 모았다. 원작의 재미는 가져가되 한국적 상황에 맞는 매끄러운 각색이 더해진 덕분에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잘 만든 리메이크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에 아직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하지도 않은 '노다메 칸타빌레'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캐스팅 문제로 호되게 진통을 겪고 있다. 2006년 일본에서 방영된 '노다메 칸타빌레'는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끈 작품이다. 노다 메구미 역의 우에노 주리와 치아키 신이치 역의 타마키 히로시는 이 드라마로 일약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는 '칸타빌레 로망스'라는 제목으로 KBS에서 10월 편성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치아키 역에는 주원이 일찌감치 낙점됐다. 문제는 노다 메구미다. 엉뚱하고 4차원적이지만 천부적 음악성을 지닌 노다 메구미 역을 누가 맡을지를 두고 온라인이 들끓었다. 우에노 주리는 마치 만화를 실사로 보는 듯한 코믹 연기로 캐릭터를 소화했다. 워낙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한 탓에 원작 팬들은 '한국판 노다메'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윤아, 천우희, 하연수, 이하나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그때마다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결국 기획 초반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심은경에게 다시 그 역할이 맡겨지면서 비로소 캐스팅 논란도 잦아들고 있다.

때문에 캐스팅 난항을 놓고 일각에선 여배우들이 출연을 꺼려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우에노 주리와의 비교도 부담인 데다 '한국판 노다메'로 이미지가 각인될 경우 연기 변신이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한국판 리메이크가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치 만큼 좋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만화처럼 기상천외한 캐릭터와 과장된 코믹 연기 등이 한국적 정서와는 좁히기 어려운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MBC '여왕의 교실'과 SBS '수상한 가정부' 등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가 왜색을 걷어내지 못해 고전했던 사례도 있다.

원작을 감춘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원작 때문에 홍역을 치른 '노다메 칸타빌레'. 두 리메이크 드라마의 같고도 다른 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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