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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봄 '마약류 밀수' 의혹 속 기로에 선 '룸메이트'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07-02 06:03


2NE1의 박봄.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SBS '룸메이트'가 박봄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룹 2NE1의 박봄이 지난 2010년 마약류를 밀수입하다 검찰에 적발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출연 중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SBS '룸메이트'의 하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작진은 보도가 난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1일 현재까지 박봄의 하차 여부를 놓고 긴급 대책 회의를 진행 중이다. 제작진은 1일 오전 "(박봄의 하차와 관련해) 섣불리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말했다. 일단 조심스럽게 지켜보겠다는 기류. 하지만 전체관람가 등급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입건 유예가 됐다고 하더라도 마약류 밀매에 관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데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한 관계자는 "하차 수순을 밟는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 본인도 이런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곧 입장 발표를 하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현재 하차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지만, 이는 지엽적인 문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미스런 일로 하차하는 예능인들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비판 여론도 있었으며 프로그램에 타격을 입은 적도 있지만, 큰 틀에서 위기를 맞는 경우는 드물다. 신정환 김구라 등 MC들이 하차했던 '라디오스타' 마저도 이와는 별개로 프로그램은 존속했다.

하지만 '룸메이트'의 경우는 다르다. 우선 '룸메이트' 내에서 박봄의 존재감이다. 엉뚱하면서도 솔직한 4차원 캐릭터로 등장한 박봄은 제작진 입장에서 애정이 가는 캐릭터다. SBS 새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간담회 당시에도 '룸메이트'에서 박봄의 캐릭터를 지켜봐달라고 자신했을 정도다. 실제로 예쁜 척하는 배우와 가수들 사이에서 망가져주는 박봄은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룸메이트'가 지향하는 철학을 곱씹어봐야 한다. '룸메이트'는 다양한 장르의 스타들이 한 공간에 살면서 벌어지는 소통과 위로, 성장을 담는다. 신성우와 찬열, 홍수현과 나나, 이동욱과 조세호 등 다소 억지스런 조합에도 이들이 조화를 이뤄가는 모습은 신선했다. 낯선 이들끼리 함께 사는 과정을 갈등 없고, 불편함 없이 따뜻하게 그렸다. 급기야 지난 6월 29일 방송에서는 애프터스쿨의 멤버 나나가 악플로 고생하자 다른 출연자들이 위로해주고, 힘이 돼주는 모습이 공개되며 감동을 자아냈다. 이게 바로 '룸메이트'가 보여준 셰어 하우스를 그리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룸메이트'의 이런 정서를 지키려면 박봄을 안고 가야한다. 박봄은 알려진 바와 같이 남모를 상처가 컸던 인물이고, 그 상처를 약물로 의존해갔다. 그렇다면 '룸메이트'를 통해 치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라면 말이다. 벌써 10회 방송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또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나마 강조했던 '감동과 치유'까지 놓친다면 이 프로그램의 존재의 의미는 없다. 제작진은 박봄의 하차 여부에 대한 고민보다, 프로그램 성격 자체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 돼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라이벌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승승장구 중이라 '런닝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위해서라도 빠른 해법이 필요하다.

한편 박봄의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1일 오전 "박봄 기사에 관한 해명글"이라는 제목으로 해명했다. 이에 따르면 박봄은 미국에서 끔찍한 일을 겪은 후 4년 전까지 미국 대학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수년간 복용해왔다. 바쁜 스케줄로 미국에 갈 수 없게 돼 박봄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같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우편으로 전달받는 과정에서 국내에는 금지된 약품으로 세관에서 문제가 됐다고 해명했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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