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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의 평일 심야 예능이 새 판짜기에 돌입한다. 안정적 인기를 누려온 장수 프로그램들의 아성에 신참들이 도전장을 냈다. 파일럿 프로그램을 연달아 선보이며 편성 실험을 해온 MBC와 SBS가 지갗동을 주도하고 있다. 시청률 10%를 넘기는 프로그램을 찾기 어려운 평일 예능가에 새 바람이 불지 관심이 모아진다.
동시간대엔 강호동이 진행하는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은 4~5%대로 신통치 않다. 절대강자가 없는 화요일 심야는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던 셈. 그 반전 카드로 '우리동네 예체능'은 브라질 월드컵 특집을 진행 중이다. 출연진이 최근에 브라질 현지 촬영을 떠났고, 김병지, 유상철, 고종수, 이천수 등 월드컵 스타들의 출연도 예고돼 있다. 월드컵 열기가 '우리동네 예체능'에 호재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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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법칙'은 '정글의 법칙'을 연출했던 이지원PD가 메트로폴리스로 무대를 옮겨 새롭게 선보이는 야심작이다. '서울 촌놈'을 자처하는 7인의 스타들이 무일푼으로 의식주를 해결해가며 뉴욕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고군분투기를 그린 10부작 시즌제 프로그램. 배우 김성수, 정경호, 이천희, 백진희, 가수 에일리, 존박, 문(로열파일럿츠)이 뉴욕 편에 출연한다. 3일 제작발표회를 갖고 11일 야심차게 발을 뗀다.
수요일 편성이 유력한 KBS2 '나는 남자다'도 기대작이다. 파일럿에선 유재석이 MC를 맡아 250명의 남성 방청객과 함께 남자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의 보도 개입 의혹과 길환영 사장의 퇴진 문제로 KBS 양대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언제쯤 정규 편성이 확정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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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 : 유재석 VS 강호동 '빅매치'
목요일 밤엔 '투톱 MC' 유재석과 강호동의 '빅 매치'가 성사됐다. 방송 14년차 국내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 KBS2 '해피투게더'에 맞서 MBC '별바라기'가 이달 중순 전파를 탄다. '별바라기'는 팬미팅 형식을 빌린 새로운 형식의 토크 프로그램. 지난 4월부터 MBC가 차례로 선보인 '컬투의 어처구니', '연애고시', '백투더스쿨' 등 여러 파일럿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결국 정규 편성을 따냈다. '황금어장-무릎팍도사' 폐지로 위기를 겪었던 MC 강호동은 친정 같은 MBC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MBC가 근래 몇 년간 극심한 부진을 겪어온 시간대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해피투게더'의 벽도 여전히 높다. '해피투게더'는 가장 최근 방송인 지난달 29일에 시청률 9.6%를 기록하며 유재석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동시간대 SBS '자기야-백년손님'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시월드'와 대비되는 '처월드' 이야기로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함익병과 김일중 등 '국민사위'도 여럿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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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엔 예능 전쟁터가 해외로 옮겨간다. SBS '정글의 법칙'은 현재 브라질 편을 방영 중이고, 동시간대 MBC '7인의 식객'은 중국을 누볐다. 해외 버라이어티의 정면승부인 셈이다.
'7인의 식객'은 세계 각국의 음식 문화 체험을 선보이는 맛기행 프로그램.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중국 편에서는 가수 신성우, 방송인 서경석, 김경식, 배우 이영아, 개그맨 손헌수, 국악인 남상일, 아역배우 김유정, B1A4 산들이 배낭팀과 테마팀으로 나뉘어 '극과 극'의 여행을 선보였다. 시청률은 4.9%로 아쉬웠지만, 음식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접근법은 신선했고 뜻밖의 재미도 쏠쏠했다. 중국 편에 이어 최근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이 평일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12~13%대 시청률을 점하고 있어 '역전승'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