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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지 않고 인터뷰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영화 '인간중독'의 시사회 일정이 미뤄지며, 부득이하게 그렇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것도 배우와 감독을 함께 하는 인터뷰로 말이다. 결국 한 사람 당 인터뷰 시간은 더욱 짧아지는 셈이다. 그래서 고민도 됐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허용된 시간 안에 두 사람과 무슨 대화를 해야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두 남자는 묻지 않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던져줬다. 여자, 결혼, 영화, 그리고 첫사랑까지…. 짧은 시간동안 알찬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라디오스타'를 보는 수밖에….
"김대우 감독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특기가 인간의 욕망이나, 본성을 조금 비틀어서 풍자 또는 코믹하게 야하게 그려내는 것에 고수지 않나. '방자전', '음란서생', '스캔들'을 보고 '이 사람은 고수구나'란 생각을 했다. 물론 '인간중독'은 좀 다르다. 첫째도 둘째도 '아, 이 사람, 사랑때문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 없이 숨조차 쉴 수 없는 그런 느낌을 주는 영화다. 마케팅적으로 노출을 자꾸 들춰내는 데 그보다 '아, 이게 사랑이구나'란 생각이 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송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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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온 김에 송승헌에게 첫사랑의 추억을 더 물었다. "고2때부터 고3 올라가면서였다. 만났을 때 운명을 느꼈다. 처음 본 순간이 웃기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번개가 스쳐갔다. 그리곤 사랑의 트라우마가 생겼다. 표현을 못하겠더라. 혼자 좋아하고, 앓고 그 친구가 나에게 분명 호감이 있는데 고백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가슴 앓이를 하다가 1년 반 후에 다시 만났고 고백을 했다. 그 후 3년을 만났다. (송승헌)"
송승헌은 영화 속 진평과 자신이 매우 닮았다고 말했다. "진평의 입장에서는 장군이고,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충분한데, 애써 사랑의 감정을 누르기보다 사랑이 더욱 크다고 믿었다. 그런 순수한 사랑이 꼭 나의 첫사랑 때를 떠올리게 하더라.(송승헌)"
사실 이번 영화는 송승헌에게 도전이다. 격정 멜로라는 장르 특성상 수위 높은 노출씬이 있을 수밖에…. "노출이 고민이 안될 수 없다. 노출씬에 대해서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지만, 그냥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행위라고 생각했다. 사랑을 좀 더 보여주는 노출, 노출을 위한 노출이 아니길 바랐다. 그런 신뢰감이 있기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송승헌)"
"시나리오를 읽으면 이런저런 영화를 떠올리는 데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오히려 '데미지' 였던 것 같다. 전체적인 톤은 아들의 여자를 사랑하는 영화 '데미지'와 더 비슷하지 않을까. (김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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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송승헌과 김대우 감독은 인터뷰 후 토크쇼 '라디오스타'의 촬영이 예정됐었다. 짓궂기로 유명한 토크쇼에 출연한다는 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
"나 뿐 아니라, 조여정, 온주완, 감독까지 모두 나간다. 혼자 조명받는 토크쇼보다 덜 부담되는 편이다. 물론 나와 관련된 이런저런 스캔들을 물어보면 답은 하겠지만, 굳이 알리고 싶진 않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공개 연애는 하지 않고, 둘 만 알고 있을 생각이다. (송승헌)" 이에 김 감독도 거든다. "이렇게 잘생기고, 좋은 타를 타고 다니는 남자가 스캔들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게 아닌가. 얼마나 매력이 없으면. 하하.(김대우)"
그렇다면 송승헌의 이상형이 알고 싶다. "이상형은 따로 정하진 않는다. 다만 만난 친구들을 보면 어딘지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다. 백치미가 좀 있고, 너무 예쁜 여배우들을 많이 보니까 오히려 그렇지 않고 뚜렷하게 생긴 여성보다는 허전한 느낌의 여성이 좋다.(송승헌)"
"내가 듣기로는 순종적인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 결국에는. (김대우)" 송승헌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조용한 성격의 그런 여성을 선호하는 편이다. 나를 리드하고, 밝은 성격은 좀.(송승헌)"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