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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의 충격으로 슬픔에 빠져 있던 대한민국이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결방시켰던 드라마들을 정상적으로 방송한 것을 시작으로, 애도 분위기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들까지 조심스럽게 내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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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들은 대부분 방송사 음악 순위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 이후 음악 프로그램들이 모두 취소되면서 주요 활동 무대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무작정 해외 활동을 위해 떠날 수도 없다. 한 가요 관계자는 "사전에 국내 음악방송 활동을 잡아놨던 그룹들은 당연히 해외 스케줄이 없다. 국내 방송이 취소됐다고 갑자기 해외 스케줄을 잡을 수는 없는 구조"라며 "설령 해외에서 섭외가 온다고 해도 이런 애도 분위기에 해외에서 춤추고 노래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유키스는 지난 26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 오크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무엇보다 이날 유키스 멤버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깜짝 등장해 일본 언론과 일본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유키스 소속사 관계자는 "그동안 시구 초청에 응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노랑 리본을 착용하는 것은 사전에 일본 방송사와 구단에 양해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멤버들이 깜짝 결정한 것"이라며 "다행히 방송을 본 일본 시청자들까지 함께 애도의 뜻을 나타내줘 멤버들이 큰 힘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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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또 조심! 술집 출입부터 공항 패션까지 '주의보'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들은 국내에서 휴식기를 갖고 있다. 정신없이 스케줄을 소화하고 지내다 갑자기 여유가 생기가 보니 각 소속사 별로 '행동 주의보'를 내렸다.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음주. 전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에서 자칫 고급 술집이라도 출입하는 장면이 포착될 경우 이미지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지만 음주운전이나 폭행 사건 등에 휘말릴 우려가 있는 만큼 일부 기획사들은 숙소에 돌아가 술을 마실것을 권하기도 한다.
실제로 리쌍의 길은 지난 23일 혈중 알코올 농도 0.109%의 상태로 자신의 차를 몰다가 적발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길은 토요 예능의 대표주자인 MBC '무한도전'의 자진 하차까지 발표해야 했다.
음주 만큼이나 주의를 당부하는 부분이 의상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공항에서 보여주는 패션은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사다. 그러다보니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출입국하는 연예인들에게 자신들의 옷을 입히기 위해 물밑 접촉이 활발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애도 분위기에서는 패션 브랜드들이 스폰해 주는 화려한 컬러의 옷을 덥석 받아 입었다가는 욕먹기 십상이다. 따라서 각 연예 기획사는 스타일리스트에게 되도록이면 검정이나 회색 같은 차분한 단색의 의상을 입히라고 내부 지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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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직전에 신곡을 발표한 가수의 경우 대부분 갑작스런 활동 중단으로 그동안 준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한 가요 관계자는 "한참 신곡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었던 만큼 홍보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아 보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현재 음원 차트는 세월호 침몰 이후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다"며 "따라서 다시 음악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이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컴백을 앞뒀던 댄스 가수나 아이돌 가수들은 활동 재개 시기를 넉넉히 늦춰놨다.
실제로 지난 21일 신곡 '예쁜 속옷'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댄스 가수 지나는 신곡 발표 시기를 5월 중순 이후로 잡고 있다. 많은 가수들이 5월 둘째주부터 방송사 순위 프로그램들이 정상적으로 방송될 것으로 예상하고 활동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지만 댄스 가수들은 애도 기간을 더 길게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
한 아이돌 그룹의 제작자는 "활동 시기가 늦춰졌다고해서 더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이미 뮤직비디오며 안무, 의상까지 세팅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그저 사회 분위기가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는 시기가 바로 아이돌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기"라고 전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