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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일 줄 아무도 몰랐다. 대진표도 안좋았다. 국가대표급 걸그룹 하나만 상대해도 '헉'소리가 나올 판인데, 두 대표 그룹과 붙었다. 그런데 소유&정기고는 소녀시대, 2NE1과 붙어서 절대 강자로서 막강 파워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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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썸탄다(섬씽+타다)'는 말을 모르면 유행에서 뒤처진 사람 취급받는다. 남녀간 핑크빛 감정을 일컫는 이 신조어는 소유&정기고의 듀엣곡 '썸'을 통해 더욱 인기를 끌면서, 중장년층에까지 퍼져나갔다. '요즘 따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네 거인 듯 네 거 아닌 네 거 같은 나,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라는 '썸'의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와 감각적인 가사가 폭넓은 연령대를 사로잡은 것.
지난달 7일 발표된 '썸'이 세운 기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10개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고, 지난 22일까지 무려 40여 일간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차트 정상을 지켰다. 그 뒤 2NE1과 소녀시대의 협공에 잠시 순위가 하락하는가 했더니 다시 1위에 오르는 괴력을 과시했다. 심지어 지난 21일 KBS2 '뮤직뱅크'에선 다시 1위에 오르며, '뮤직뱅크' 트로피를 4개나 가져가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이후 추가 수입 발생에 대해서도 업계에선 상당히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음원차트만큼 하루하루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이 없다. 1~2주 만 버티기만 해도 대박 히트곡이라 할 만하다"며 "더욱이 빅그룹들이 쏟아져나온 요즘 가요계에서 '썸'의 활약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노래 자체의 파워가 상당하기에, 그 열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추가 음원 수입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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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는 앞서 인디 출신 가수들과의 협업에 있어 매번 홈런을 터뜨려 왔다. 매드 클라운의 '착해 빠졌어', 홍대광의 '굿바이', 긱스의 '오피셜리 미싱 유, 투' 등 객원가수로 참여한 모든 노래를 장기간 음원차트 정상에 올려놓으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정기고 또한 정통 인디 출신. 5장의 싱글과 1장의 미니앨범을 발매할 정도로 뛰어난 작사, 작곡 능력까지 겸비한 싱어송라이터로 이미 인디 세계에선 그 실력을 충분히 인정받았으나, 상업무대에선 새로이 접점을 찾아야했던 상황. 이번에 '썸'의 대박을 통해 9월 단독 앨범 발표를 앞두고 대중과의 의사소통에 있어 성공적인 베이스를 구축하게 됐다.
이처럼 인디 출신 남자 가수들과 손을 잡고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소유를 두고 가요계에선 '킹 메이커'라 부르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소유만 잡으면 남자 신인을 띄울 수 있다"며 협업을 제안하는 가요 관계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소유가 이번 '썸'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소유'라는 이름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씨스타의 다른 멤버들에 비해 그간 다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소유가 이번 대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팬들에게 확실히 알리는데 성공, 이후 보다 다양한 활동 스펙트럼을 그릴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
소유 본인 또한 영화나 뮤지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에 올 상반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멀티엔터테이너로서의 소유를 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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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독립음반 레이블 스타쉽 엑스 엔터테인먼트의 이름으로 새로운 실험을 해왔다. 스타쉽 엑스 엔터테인먼트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산하의 독립 레이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과 영입을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극대화 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어찌보면 모험에 가까운 도전인데, 지금까지 성적표는 상당히 좋다. 아니 기대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드 클라운과 소유의 시너지로 첫 프로젝트인 '착해빠졌어'가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후 힙합 보컬리스트계의 톱스타로 통하는 정기고까지 영입하면서 가요계 안팎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정기고의 단독 앨범 출시에 앞선 이번 '썸'의 히트가 이어지면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도전은 힘찬 항해를 향한 순풍을 만나게 된 셈이다.
이같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도전에 가요계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존 자신들의 시스템에 맞춰 '스타'를 만들어내는 SM이나 YG와는 사뭇 다른 선택이기 때문이다. 연습생 제도를 통해 기존 대형 기획사의 컬러에 맞는 가수들을 양산해 내는 현 가요계의 관행에 상당히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따라서 이어지는 실험 결과에 따라,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그간 가요계 빅3를 위협하는 제 2군의 선두주자로서의 자리에서 탈피해 또다른 가요계의 맹주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은 콘텐츠다. 좋은 노래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따라서 인디 출신 실력파 뮤지션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지금과 같은 접점을 계속 찾아간다면 현재의 빅3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엄청난 성장동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