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도 조용필처럼!'
조용필의 성공적인 컴백은 그동안 가요계 중심에서 밀려난 것으로 간주되었던 실력파 중년 가수들이 얼마든지 가요계 트렌드를 이끌어 갈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지난해 조용필을 시작으로 이승철, 신승훈 등이 잇따라 성공적으로 컴백한 것은 이런 흐름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실력파 중년 가수들이 가요계 중심임을 입증하기 위해 야심차게 컴백한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컴백이 앨범 준비부터 신곡을 발표하는 과정까지 과거 중년 가수들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조용필이 성공적인 컴백을 할 수 있었던 여러 요소들이 이들의 컴백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
지난해 조용필이 중년 가수의 파워를 보여주는데 선봉을 섰다면 올해는 이선희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이선희는 지난 2009년 정규 14집 '사랑아…' 이후 5년 만에 정규 15집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오는 25일 발표한다.
가요계 최고의 디바로 꼽히는 이선희는 지난 30년 동안 'J에게' '아름다운 강산' '나 항상 그대를' '갈등' '한바탕 웃음으로' '아! 옛날이여' '인연'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소녀의 기도' '여우비' 등 수십 곡이 넘는 히트곡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 2011년 뉴욕 카네기 아이작 스턴홀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가 전석 매진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그해 5월 21일과 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 역시 매진되는 등 여전한 티켓 파워도 과시하고 있다.
이선희와 비슷한 시기에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도 컴백한다. 이승환은 2010년 5월 10집 '드리마이저' 이후 4년 만에 정규 11집을 이달 말 공개한다.
지난 1989년 데뷔한 이승환은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너를 향한 마음',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내게', '덩크슛', '천일동안', '가족' 등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불렀고 특히 방송보다는 공연 위주로 활동하며 1000회 이상 라이브 콘서트를 펼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또 한 명의 기대주는 6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이소라다. 그동안 수차례 새 앨범 발표가 미뤄져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이소라 이지만 오는 4월 8일 정규 8집 '8'을 발표하기로 최종 확정지었다.
지난 1991년 낯선 사람들의 멤버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한 이소라는 그동안 '난 행복해' '제발' '기억해 줘' '처음 느낌 그대로' '믿음' '바람이 분다' 등을 특유의 고혹적 창법으로 불러 히트시켰다.
그동안 사랑과 이별, 삶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과 변화하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들로 대중들과 소통해 온 이소라가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음악적인 스타일과 색깔의 변화를 보여줄 지 궁금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
|
4~6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이선희, 이승환, 이소라에게 앨범의 완성도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만큼 그동안의 내공만으로도 충분히 믿고 들을 만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력파 중년 가수들이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아이돌 가수들처럼 세밀하게 홍보를 하지 못했던 것도 크다. 실제로 아이돌 가수들은 신곡을 발표하기 전부터 뮤직비디오 티저 공개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노래로만 승부를 하던 중년 가수들의 흐름을 바꿔 놓은게 조용필이었다. 조용필은 19집 타이틀곡인 '헬로'를 발표하기에 앞서 '바운스'를 선공개해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이어 '헬로' 뮤직비디오 티저 공개로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 후 프리미어 쇼케이스를 개최해 극적으로 새 앨범의 베일을 벗겼다.
'헬로' 뮤직비디오 역시 비주얼 아티스트 룸펜스가 감독을 맡아 매력적인 스토리와 고난도의 CG작업, 세련된 영상미로 높은 완성도의 판타지 영화를 보는 느낌을 선사했다.
컴백을 앞둔 3李 역시 조용필의 성공 스토리를 따라간다.
이선희는 앨범 발매일인 25일에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 아트홀에서 특별한 쇼케이스를 연다. 윤도현, 거미, 임정희, 타카피, 이승기 등 후배 가수들이 출연해 이선희의 히트곡들을 본인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부른 뒤 이선희가 등장해 15집 수록곡 중 3곡을 최초로 라이브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소라는 오는 31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마리아 칼라스홀'에서 최첨단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8집 수록곡 전곡을 최초로 공개하는 프리미엄 음감회 '이소라 8 미리 봄'을 연다. 이 자리에는 온라인 음반, 음원 사이트를 통해 음감회 참여 이벤트에 당첨된 VIP들과 언론, 음악 관계자들이 모여 이소라 8집을 미리 감상하게 된다.
이승환은 28일과 29일 우리금융 아트홀에서 '이승환옹 특별 회고전+11'이라는 타이틀로 11집 기념 콘서트를 연다.
|
지난해 조용필의 새 앨범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요 시장의 주 소비층인 10대와 20대를 사로 잡았기 때문이다. 젊은층이 '바운스'와 '헬로'에 열광,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무한 반복으로 청취하며, 자연스럽게 각종 차트에서 정상을 휩쓸었고 이는 '조용필 신드롬'을 가속화 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는 조용필이 앨범 준비 과정부터 10대와 20대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용필 19집에 조용필과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MGR(박용찬), 박병준은 "앨범의 기본 모토를 '유대(Bonding)'"라고 밝히며, 조용필의 지나온 역사와 그의 새로운 음악의 유대, 그의 오랜 팬들과 그를 처음 접하는 젊은 팬 층과의 유대를 이번 앨범에서 표방했다고 전했다.
이선희 역시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여러곳에서 감지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가인 이단옆차기, 박근태, 미스케이, 에피톤 프로젝트 등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음악의 신선함을 살렸고 동시에 이선희가 직접 작곡, 작사에 참여해 본인 만의 색을 담아냈다. 또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이효리 등과 작업했던 차은택 감독에게 맡겨 젊은 세대의 감각과 눈높이를 맞췄다.
이승환은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가수 이소은에게 타이틀곡 피처링을 맡긴 것을 비롯해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팝재즈 싱어 바우터 하멜과도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또 미국 네쉬빌에 위치한 오션웨이 스튜디오와 LA 헨슨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소라 역시 정지찬, 김민규, 이한철, 정순용 등 유명 가수 겸 작곡가들과 메이트 출신의 정준일, 임헌일 등 새로운 조류를 이끌고 있는 신진 뮤지션들을 작곡에 참여시켰다. 또 천재 베이시스트 정재일, 드러머 이상민 등 국내 최고의 뮤지션들이 가세해 이소라의 음악적 변신을 도왔다.
강태규 문화평론가는 "이선희, 이승환, 이소라가 지난해 조용필과 같은 인기몰이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 팬층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호응이 절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80년~90년대 음악적 정서에서 음악적 변화와 진화가 담보되어질 때 가능하다"며 "그러한 음악적 변모는 동시대의 10. 20대 팬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롱런할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중년 가수들이 올해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면 K-POP의 인기로 아이돌 가수 위주로 편중 됐던 가요계가 한 층 탄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