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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능계는 '귀농' 행렬을 이루고 있다. 농촌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알찬 웃음을 수확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최근엔 체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농촌을 단순한 배경이나 소재로만 활용하지 않고, 속살 깊숙이 들어가려는 노력으로 시청자들과 교감한다. 출연자들은 시골 어르신의 가족이 되고, 아이들에게 삼촌이자 선생님이 돼주면서 농촌에서의 삶을 배운다.
MBC '사남일녀'의 김구라, 김민종, 서장훈, 김재원과 '고명딸' 이하늬는 시골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듬직한 아들 딸이 되어 4박 5일간 함께 생활한다. 오손도손 일손도 돕고 시골장에서 함께 장도 보고 말벗이 돼주며 진짜 가족 못지않은 정을 쌓는다. 최근 종영한 tvN '섬마을 쌤'도 이런 흐름에 놓여 있다. 샘 해밍턴, 브래드, 아비가일, 샘 오취리 등 외국인 연예인 4명은 섬마을로 떠나 분교 초등학생들에게 방과 후 원어민 교사가 돼 영어를 가르치고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주민들과 어울렸다. tvN '팔도방랑밴드'는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음악을 매개로 지역 주민들과 교감하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신개념 '농촌 음악 예능'을 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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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로망스'에서 개그맨 양상국, 요리사 강레오, 전 야구선수 양준혁, 배우 강성진이 농사에 도전한다. 네 사람은 실제로 농촌에서 태어났거나(양상국, 강레오), 노년에 귀농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양준혁, 강성진) 사람들이다. 연출자인 정민식 PD는 과거에 일반인들의 귀농기를 담은 SBS '농비어천가'를 3년이나 연출한 경력이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표 농업대학인 한국벤처농업대학에 입학해 강원도 인제군 소치마을에서 농촌수업을 받는다.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사람들과 제2의 인생으로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농촌의 실제 모습 그대로를 전하겠다는 목표다. 그래서 제작진은 농사 짓기뿐만 아니라 작물 재배 체계나 유통 과정까지 프로그램에 담아낼 계획이다.
'삼촌 로망스'는 국내 방송 최초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 매체를 활용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통해 모금된 금액을 출연진이 실제 농사를 위해 사용할 종자와 비닐하우스 농업용 난방기 구입, 폐교를 활용한 캠핑장 건설 등에 사용해 농촌재생 프로젝트의 의미를 더한다.
정민식 PD는 "이전의 농촌 예능은 체험이 주를 이루지만 우리는 멤버들이 농사를 짓는 것에서 나아가 어떻게 마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농촌이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 한다. 농촌에 살면 용달차와 경운기를 타고 옷도 작업복만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일상생활을 할 때엔 깔끔하게 차려입고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농촌에 대한 틀에 박힌 이미지를 깨고 싶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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