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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미래다②] 키워드로 꼽아본 2014년 대중문화 트렌드 전망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2-13 08:39


그래픽=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사진제공=MBC

사진제공=tvN

대중의 요구에 응답하라. 감성을 건드리는 콘텐츠가 세상을 움직인다. 2014년 대중문화 트렌드 전망. 키워드로 정리했다.

키워드 1 싱글턴, 나 혼자 산다

나 혼자 산다. 외로워 보인다고? 걱정 마시라. 누구보다 '잘' 산다. 대한민국 네 집 중 한 집은 1인 가구인 시대. 싱글턴(Singleton)은 또 다른 삶의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1인용 가구와 미니 가전이 불티나게 팔리고 1인용 식당 호텔 노래방도 생겨났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에서는 2013년 11월 기준으로 관객 5명 중 1명이 1인 관객이다. 급증하는 싱글턴의 소비 파워. 경제현상은 대중문화에도 반영됐다. TV는 싱글턴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소환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리얼 라이프를 관찰 카메라로 포착한 예능이다. 미혼남, 이혼남, 기러기 아빠 등 다양한 형태의 싱글 연예인이 출연해 평균 7~9%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본격 1인 가구 드라마'를 표방한 tvN '식샤를 합시다'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먹방'과 스릴러 코드를 결합해 젊은층 사이에서 큰 화제다. 가공식품 조리법을 소개하는 올리브채널 '마트를 헤매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즐거운 일상을 담은 온스타일 '펫토리얼리스트'와 KBS2 '슈퍼독'도 1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관심은 결국 혼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방법으로 모아진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관계 맺음에 집중한다. 개인은 독립돼 있지만 쇼셜네트워크를 통해 인간관계는 더욱 촘촘해졌다. '혼자' 그리고 '함께' 잘 사는 문제로 외연을 확장시키면서 공감대도 넓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년 1인 가구의 비중은 32.7%로 증가할 전망이다. 더불어 싱글턴에 대한 편견,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도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싱글턴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과 시장 잠재력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더 함 스튜디오
키워드 2 실버세대, 황혼도 빛난다

초라한 황혼은 없다.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영위하려는 노령층의 요구가 대중문화에서도 발견된다. 서울시가 2009년 개관한 종로의 헐리우드 실버영화관은 개관 4년 만에 누적 관객 53만 5000명을 달성하며 영화 산업에서도 실버세대의 수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TV에는 tvN '꽃보다 할배'가 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평균 연령 76세 원로배우들의 배낭여행기를 담은 '꽃보다 할배'는 평균 시청률 7.1%, 최고 시청률 9.8%를 기록했다. 근엄함을 내려놓은 출연진에게 '감히' 귀엽다는 시청평이 줄을 이었고, '직진 순재', '구야형' 같은 애칭도 붙었다.


'꽃보다 할배' 이후 실버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폭주했다. KBS는 '꽃보다 할배'에서 모티프를 얻어, 김수미, 김용림, 김영옥, 이효춘 등 중견 여배우들의 여행기를 담은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를 선보였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님과 함께'에서는 중견배우 임현식과 박원숙의 가상재혼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있고, SBS '오 마이 베이비'는 황혼 육아를 기본 컨셉트로 출발했다.

드라마도 이런 흐름과 함께한다. MBC 주말극 '사랑해서 남주나'는 퇴직 판사(박근형)와 이혼 후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온 반찬가게 여주인(차화연)의 애틋한 황혼 로맨스로 인기몰이 중이다. 근래 막장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중장년층 이상 실버세대의 영향력으로 분석된다.

'꽃보다 할배'는 지난해 유럽편과 대만편에 이어 올해 스페인 편을 방송할 예정이다. 잘 만든 실버 콘텐츠는 전세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사진제공=tvN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키워드 3 복고, 추억을 팔아라

대중문화를 강타한 복고 열풍은 이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2012년 영화 '건축학 개론'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가 불지핀 복고 열풍은 지난해 '응답하라 1994'로 이어지며 영향력을 키웠다. 농구대잔치, 서태지와 아이들, 농구대잔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90년대 시대상을 반영한 '응답하라 1994'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3040 세대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 더 블루의 '너만을 느끼며', 에코의 '행복한 나를' 등 드라마에 삽입된 90년대 인기가요의 리메이크곡도 사랑받았다.

10년 만에 정규 19집을 발표한 '가왕' 조용필의 귀환은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번지며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오프라인에선 앨범을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10대 20대까지 조용필의 음악에 호응했다. 대중음악 소비자로 다시 등장한 3040세대로 인해 LP 판매량도 급증했다.

JTBC '히든싱어'와 KBS2 '불후의 명곡'은 중장년층에게 사랑받았던 70~90년대 뮤지션과 그들의 음악을 다뤄 인기를 끌었다. 두 프로그램에서 모두 다뤘던 고 김광석의 경우, 지난 1월 22일 탄생 50주년을 맞아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김광석의 음악으로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만 해도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날들',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 등 무려 세 편이나 제작됐다.

영화계에서는 '라붐' '레옹' '해피투게더' '러브레터' '8월의 크리스마스' '중경삼림' '올드보이' 등 추억의 명작들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재개봉됐다. 현재도 1982년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복고풍 영화 '피끓는 청춘'이 관객들과 만나고 있고, TV에선 1997년 IMF 시절을 배경으로 한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방영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4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중장년층 인구 비율의 증가로 향수 및 추억 소구형 감성 콘텐츠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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