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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한테는 궁금한 거 없나요?" 1년 전 MBC '일밤-아빠 어디가' 제작발표회 현장. 윤후의 돌발 질문에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단상에 자리한 아빠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산만한 아이들을 챙기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당시엔 아빠도, 제작진도, 시청자도, 취재진도, '아빠 어디가'가 이렇게 잘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섯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에 시청자들은 금세 동화됐고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커가는 모습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어느덧 다가온 작별의 시간. 1년간 흠뻑 정든 이 아이들과 헤어지는 마음이 여간 서운하지 않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성장한 교감여행
추운 날씨 속에 한라산 산행에 나선 아이들. 아빠의 도움이 없어도 될 만큼 아이들의 발걸음은 의젓하고 씩씩했다. 훌쩍 자란 키만큼 마음도 한 뼘 더 자란 모습이었다. 여행이 끝난 후 가족들은 1년간의 여행이 차곡차곡 담긴 앨범을 선물받았다. 아빠들은 아이들과 함께 지난 추억을 한 페이지씩 넘겨보며 카메라 없이 떠나는 '진짜 여행'을 약속했다.
여행을 통해 아빠와 아이는 함께 성장했다. 첫 여행에서 열악한 집에 걸리자 울음을 터뜨렸던 민국이는 듬직한 맏형이 됐고, 말 없던 준이는 한층 쾌활해졌다. 배려심이 남다른 윤후에겐 동생들이 생겼고, 개구쟁이 준수는 한글과 두발 자전거를 배웠다. 사랑스러운 지아는 오빠들 사이에서 홍일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제 아이들에게 버스 타기, 장보기, 닭장에서 달걀 꺼내오기, 저녁 재료 구하기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아이들과의 관계에 서툴었던 아빠들도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좋은 아빠로 거듭났다. 이종혁의 놀이상, 윤민수의 요리상, 김성주의 MC상, 송종국의 축구상, 성동일의 배우상·유기농상 등 아이들이 직접 붙인 상장의 이름이 아빠들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었다.
'아빠 어디가'는 아이와 아빠의 성장을 그려내며 시청자들과 교감했다. 나아가 아이들간의 관계, 아빠들간의 관계, 아이와 다른 아빠의 관계로까지 외연을 확장했다. 아이들의 청정 웃음과 함께 성장 코드가 공감을 얻었고 가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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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예능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관찰'이다. 그 물꼬를 튼 게 바로 '아빠 어디가'다. 제작진은 관찰 카메라에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 안방에 전달했다. 이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tvN '꼬꼬댁 교실 in 베트남'처럼 관찰 형식을 빌린 가족·육아 예능이 봇물을 이뤘다.
윤후가 불 지핀 '먹방'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찹찹찹' 맛깔스러운 소리와 함께 삶은 달걀, 치킨, 라면 등을 오물오물 먹는 윤후의 모습에 안방극장이 자지러졌다. 윤후가 특히 좋아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는 방송에 처음 등장한 직후 약 2주 동안 출고량이 전년도 동기 대비 각각 87%와 50%가 늘었을 정도다. 이후 '먹방'은 대중문화의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게 됐고, 영화 홍보나 방송 홍보를 위해서 '먹는 장면'이 활용되는 일도 많아졌다.
치솟는 인기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안티카페와 악성댓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자정 노력도 화제였다. 어린 아이들을 향한 악의적인 행동에 충격받은 네티즌들은 힘을 모아 '윤후 사랑해'를 검색하면서 안티카페 검색어를 내렸다. 방송에 노출됐을 때의 부작용을 염려해 기획단계부터 아동심리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아이들에게 방송을 보여주지 않도록 당부한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도 칭찬할 만하다.
무엇보다 '일밤'의 부활을 이끈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수년간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일밤'은 '아빠 어디가'의 인기에 힘입어 일요예능의 강자로 거듭났고, MBC는 지난 연말 '아빠 어디가'에게 방송연예대상을 안겼다.
'아빠 어디가'는 이제 2기로 새 출발한다. 김성주와 차남 민율이, 성동일과 딸 성빈, 그리고 안정환 부자, 류진 부자, 김진표 부자가 함께한다.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이제 맏형이다. 1기 아이들을 보내는 아쉬움과 2기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교차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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