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프콘, 정준영, 샘 해밍턴, 조정치, 박형식….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차세대 예능인들이다. 이들 모두 지난해 MBC가 발굴해 키워낸 '새 얼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예능 대세'로 각광받게 됐을까. 이는 지난해 MBC의 히트 상품인 '관찰 예능'의 공이 크다. 관찰 카메라 촬영 방식은 비예능인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했다.
'나 혼자 산다'에 데프콘을 캐스팅한 이지선 PD는 "오랫동안 방송 활동을 해온 연예인의 경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며 "반면에 데프콘은 오랫동안 유명인과 일반인 중간 쯤에서 살아오며 생활인으로서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지니고 있고 자신을 꾸밈 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와 관찰 예능에 적합한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특히 음식과 재테크 같은 데프콘의 관심사는 일반 시청자들도 관심 있는 분야라 더 공감하는 것 같다"고 전하며 "생활인으로서 데프콘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시류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들이 치열한 예능 전쟁터에서 눈 밝은 연출자의 눈에 띄어 고정 출연의 기회를 잡은 데는 그보다 앞서 일종의 '검증' 과정이 있었다. 데프콘과 조정치는 각각 '무한도전'의 조정 특집과 못친소 특집에서 신선한 매력으로 주목받았고, 샘 해밍턴은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해 걸죽한 입담을 뽐냈다. 정준영도 온스타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리얼리티 프로그램 '정준영의 비 스튜피드(BE STUPID)'를 선보였다.
권 CP는 "케이블 프로그램과 집단 토크쇼에서 두각을 보인 게스트 출연자 중에서 새 얼굴을 발굴하는 경우가 많다"며 "'라디오스타'와 '해피투게더', 과거의 '놀러와' 같은 토크쇼는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해보는 시험대이자 등용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예능인들의 활동 무대가 넓어지는 데 대해 권 CP는 장점과 우려점을 동시에 짚었다. 그는 "출연자들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이면 기존 프로그램도 힘을 받는 부분이 있다. 그들이 잘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연출자에겐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노출이 많아지면 식상해질 수 있다. 특히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캐릭터가 중요한데 프로그램마다 다른 캐릭터로 출연하게 되면 진정성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