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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 게임산업의 전망과 과제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4-01-13 12:34


'청마(靑馬)'의 해가 시작됐다.

한국 게임산업은 지난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절을 버텨냈다. '4대 중독법'을 비롯해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았고, 인기 게임 플랫폼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급변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업체들이 큰 폭의 수익하락을 겪었다. 지난해 주식시장에 상장된 25개의 게임사 가운데, '블레이드&소울'의 중국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에서 재미를 본 넷마블과 조이시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 주가가 하락했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플랫폼인 카카오만 큰 수익을 벌고 중소 게임사들은 버거운 수수료로 인해 좋은 게임을 만들고도 흑자를 내지 못하며 전형적인 '레드오션'으로 변해버린 상황이다. 중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게임계에도 양극화가 심해졌다.

하지만 새로운 해의 시작은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 올해 게임산업에 지원되는 예산이 26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0억원 가까이 증액되는 등 정부도 규제보다는 진흥에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게임등급에 자율규제가 시작되고, '롤드컵'과 같은 대형 e스포츠 대회도 한국에서 열리는 등 게임과 e스포츠가 다시 활성화될 호재는 분명 있다. 한국 게임산업의 2014년 전망과 과제를 살펴본다.

규제, 진흥과 조화 이뤄야

지난해를 끝으로 지난 2006년부터 8년간 시행된 정부 주도의 게임물등급심의위원회 시대가 저물고 민간이 게임 등급분류를 하는 자율규제 시대가 도래했다. 부산에 자리잡은 게임문화재단 산하의 민간등급기관은 청소년 이용가 게임을 심의하게 된다.

대신 예전의 게임위는 게임물관리위원회로 재편돼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과 아케이드게임, 게임 사후관리 등을 책임지게 된다. 당초 모든 게임을 민간에게 맡긴다는 취지에서는 다소 후퇴한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북미나 유럽처럼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국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심의할 수 있어 좀 더 활발하고 유연한 창작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관리위원회가 청불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의 심의에 있어 예전 게임위의 과오를 반복한다면 설립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구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강제적, 선택적 셧다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자율규제를 올해 중점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게임 이용 결정권을 가정으로 돌려주자는 의미에서 즐기는 게임의 종류와 시간, 행태 등을 학부모와 자녀들이 대화를 통해 스스로 결정하는 일종의 '자율적 셧다운제'인 셈이다.

웹보드 게임 규제도 2월에 실시된다. 월 게임머니 구매를 30만원으로 제한하고, 회당 사용 가능한 게임머니를 1만원 이하로 낮추며 하루에 10만원 이상 잃은 유저들의 게임접속을 48시간 차단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게임사들의 매출은 타격을 입겠지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는데는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웹보드 게임 매출이 큰 NHN엔터테인먼트와 넷마블, 네오위즈게임즈 등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로 사업방향을 전환할 예정이다.


한편 문화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카카오 등과 손을 잡고 상생 협력안을 발표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도 게임 지원에 2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진흥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자율규제와 진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계류중인 '4대 중독법'과 같은 강제적 규제안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또 오는 6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게임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포퓰리즘 정책'이 얼마든 고개를 들 수 있다.

기회를 기폭제 삼아야

올해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 모두 위험과 기회 요소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의 경우 '블레이드&소울'과 '아키에이지' 등 지난 2년간 발표된 대작 MMORPG가 온라인 최대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 등에서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다. 한국형 MMORPG가 단 한번도 전세계적인 흥행을 이끈 적이 없기 때문에, 해외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든 두 게임에 거는 기대감은 상당하다. 게다가 '검은사막' '이카루스' '킹덤언더파이어2' 등 첫 선을 보일 대형 MMORPG도 한국 게임산업의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은 치열한 생존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콘진원을 중심으로 한 정부 기관을 비롯해 스마일게이트, 창유, 쿤룬 등 국내외 기업들이 모바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카카오에 쏠렸던 플랫폼도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와 아프리카TV 등이 낮은 수수료와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워 대체재로 등장하고 있다.

넷마블, 위메이드, 넥슨, NHN엔터 등 지난해 모바일게임에서 선전한 게임사들이 올해도 신작을 대거 출시할 예정이고, 이들에 밀려 지난해 한 몸이 된 게임빌과 컴투스 등 기존 모바일 전문게임사들이 2014년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쨌든 모바일게임은 국내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e스포츠는 소치동계올림픽, 브라질월드컵, 인천아시안게임 등 계속되는 기존 스포츠 이벤트와의 정면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인기를 받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이 오는 9~10월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e스포츠의 위력을 다시 한번 떨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 전병헌 회장은 "'롤드컵'과 같은 기간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과 한판 대결을 통해 e스포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넥슨이 지난해 말 서울 강남역 인근에 개관한 e스포츠 전용경기장 '넥슨 아레나'가 벌써부터 새로운 명소로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협회는 지난해보다 10억원이 증액된 예산을 통해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격상시키는 한편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e스포츠를 만들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데 기여할 예정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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