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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원톱이 전부였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이른바 서브(Sub) 주인공들이 메인 주인공의 인기를 뛰어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말 그대로 두번째 주인공이었던 그들이 오히려 인기 대세로 떠오르면서, 엄청난 수입까지 올리고 있다. 인풋에 비해 엄청난 아웃풋을 거두게 된 서브주인공들의 경제학, 그 현주소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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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메인 주인공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게 된 또 다른 배우는 MBC '기황후'의 지창욱, '오로라공주'의 서하준, tvN '응답하라 1994'의 유연석 등이 있다. 이중 지창욱은 다른 한류스타가 거절한 '타환'역으로 뒤늦게 '기황후'에 합류했으나, 결과적으로 데뷔 이후 최고 인기를 누리게 됐다. 극중 하지원을 향해 "절대로 못보내. 알에서 깨어난 나에겐 네가 어미새였다"고 절절히 고백을 할 때 여성 시청자들의 입에선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유약한 듯하면서도 사랑앞에 솔직한 캐릭터로 여심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
'오로라공주' 서하준의 경우 제작발표회때 참여도 안했던 얼굴. 그러나 종방을 앞둔 이 논란의 드라마에서 서하준은 주인공인 오창석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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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의 최첨단에 서있는 광고계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상속자들'의 김우빈은 요즘 '부르는게 값'이란 말까지 나온다. 광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우빈의 모델료는 최소 4억원 이상이다. '상속자들' 출연 전, 2억원 가량이었던 모델료가 두배 이상 뛴 것이다. 이렇게 몸값이 급등했는데도 광고계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의류, 음료,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탐을 내고 있으며, 김우빈 측은 이중 엄선한 브랜드들과 계약서 사인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불과 몇달 전과는 180도 달라진 파워맨으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며, 주도적으로 계약 조건 등을 결정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유연석도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칠봉이 신드롬'에 힘입어 유연석은 최근 남성 정장, 캐주얼, 아웃도어, 골프웨어 브랜드와 차례로 모델 계약을 마쳤다. 유연석은 김우빈과 더불어 군 입대한 송중기의 공백을 메울 20대 핫스타로 CF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앞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 '비밀'로 연달아 존재감을 새긴 이다희도 마찬가지. 최근 신원 씨(SI)의 대표 얼굴로 낙점을 받으면서, 모든 여배우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패션 브랜드 모델로 나서게 됐다.
이같은 서브 주연을 향한 관심은 흥행 부담 때문에 웬만해선 검증된 대어만을 쓰는 영화계도 마찬가지. 유연석은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대선배인 임수정과 당당히 호흡을 맞추게 됐다. 서하준은 영화 '바다가 부른다'의 주인공으로 내년 스크린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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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주연의 인기 급등 뒤엔 탄탄한 대본이 있다. 미드 등에 단련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웬만한 대본으로는 승부를 걸 수가 없다. 과거엔 남녀주인공만으로도 충분히 장사가 됐지만, 이젠 주조연급 배우들의 개성넘치는 캐릭터가 살아야하고 그들간의 이야기를 '쫄깃'하게 엮어내지 못하면 바로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이번에도 대박을 친 김은숙 작가만 봐도 그렇다. 일찍이 '온에어' '신사의 품격' 등 이른바 '떼 주연'으로 승부수를 던져온 김 작가는 이번 '상속자들'에서 '떼주연'의 극한에 도전, 성공했다. 기본 메인 남녀주연과 서브 남녀주연 외에도 이들의 친구들에게도 모두 힘을 실어주고 일일이 조명을 받게 한 것.
또다른 이유로는 서브 주연들의 운신 폭이 훨씬 자유롭다는 점이다. 타이틀롤 역할을 하는 남녀 배우들의 경우,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해 시청률 안전장치 구실을 하게 마련이다. 이야기 전개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담도 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이 과정에서 자유로운 서브 주연들의 경우, 보다 개성을 살린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팬들 반응에 따라 캐릭터의 변화도 가능하다. '상속자들'의 김우빈이 대표적인 예. 극 초반 김우빈은 동기를 왕따로 만들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거친 면모가 부각됐다면,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외사랑에 상처입는 여린 면모와 더불어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귀엽고 유쾌한 면이 덧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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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스피드로 콘텐츠를 소비해버리는 요즘 디지털 세대에겐 주조연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 단기간 자신만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배우들에게 급호감을 보이게 마련"이라고 분석한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예능 출신 작가들이 드라마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짧은 몇개의 장면과 상황에서 강렬한 캐릭터 연출에 강하기 때문"이라며 이후에도 서브주연들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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