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4월, 함경북도 성진의 한 중학교 운동장 채소밭에 있던 한 조선인 학생이 자신도 모르게 조선말 한 마디를 하고 말았다. 이를 놓치지 않은 일본인 학생이 표정을 돌변하며 다그치자 조선인 학생은 기가 죽어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또 다른 일본인 학생이 앞으로 나서며 "조선 사람이 조선말 한 것이 무엇이 나쁘다는 거냐"며 목청을 높여 일갈했다.
격동의 긴 세월이 흘렀으나 조선인 소년은 식민지 학생의 가슴을 울린 이 일본인 친구의 우정을 잊을 수 없었다. 천문학 교수가 된 소년은 마침내 40년 만에 일본인 친구를 찾아 나섰다. 그리하여 저명한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친구와 극적인 해후가 이루어졌고, 두 사람은 다시 과거사의 상처를 넘어 소년시절의 우정을 되살렸다.
연세대 천문학과 명예교수인 나일성 교수와 일본 TV 카나카와 원로 프로듀서인 사가에 다다시의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담은 책. 두 사람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