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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만큼이나 난이도가 높은 질문. tvN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 중에 누구를 응원하나? 아니면 이건 어떤가. SBS '상속자들'에서 김탄(이민호)과 최영도(김우빈) 중에 골라야 한다면?
'착한 남자' 유연석
대학야구 최고의 에이스 칠봉이. 나정(고아라)이 지켜보고 있으면 절로 힘이 솟아 강속구를 뿌려댄다. 나정의 응원 없이 우승을 한 후 모자 안에 숨겨둔 나정의 사진을 보며 빙긋 웃는 장면은 시청률 '최고의 1분'에 올랐다. 부드러운 서울 말씨로 "너만 보면 웃음이 난다"며 나정을 귀여워하는 모습에 '밀크남'이란 애칭도 붙였다.
올해로 데뷔 10년. 주목받는 연기파 배우. 그러나 폭발적인 인기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던 유연석은 이제 완전한 대세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얄미운 강남오빠와 '늑대소년'의 악랄한 부잣집 도련님은 잊혀졌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가리지 않고, 일일드라마,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 시트콤까지 수많은 장르를 거치며 쌓은 연기력이 유연석과 딱 맞아떨어지는 캐릭터와 만나자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칠봉이가 나정의 남편이 아니면 어떠하리. 유연석이란 걸출한 배우를 건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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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도는 약한 친구만 골라서 괴롭히는 악랄한 고등학생이다. 제대로 나쁜 남자다. 처음에 그가 차은상(박신혜)을 건드린 건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러다 어느새 그를 좋아하게 된 후론 돌직구 고백을 수시로 날리는 중이다. "네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눈 그렇게 뜨지마. 떨려", "왜 이런 데서 자냐. 지켜주고 싶게", "너 오늘부터 내 거야" 같은 달콤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그의 매력 때문에 '상속자들'을 본다는 시청자도 많다. 상황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표정과 뜻밖의 귀여움은 덤이다. 급기야 최영도의 대사만 모은 어록까지 생겼다.
그렇다고 최영도가 무작정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상처를 드러내며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맨스물의 정석대로라면 최영도의 짝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않을 터. 시청자들은 아마도 오랫동안 아쉬워할 듯하다.
김우빈은 익히 알려진 대로 모델 출신이다. 필모그래피는 이제 막 채워지기 시작했지만, 앞서 KBS2 연작 시리즈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학교 2013'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새기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곽경택 감독이 '친구2'에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드라마 촬영장까지 찾아왔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렇게 출연하게 된 '친구2'는 요즘 극장가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충무로와 안방극장 '터프가이' 계보를 이를 재목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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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남 열전에서 꽃미남이 빠지면 섭섭하다. 장근석이 오랜만에 KBS2 '예쁜 남자'와 함께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전작 KBS2 '사랑비'가 저조한 성적을 거뒀던 터라 더욱 기대되는 복귀다.
천계영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예쁜 남자'는 뛰어난 외모와 남다른 감각을 지닌 독고마테가 잃어버린 가족과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여자 10명을 유혹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근석이 또 다시 꽃미남 역을 맡았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사실 장근석만큼 그 역할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과 '꽃미남 라면가게'로 '꽃미남 제조기'라는 명성을 얻은 정정화 감독과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히트시킨 제작사 그룹에이트의 뒷받침이 있으니, 어쩌면 역대 최고급 '꽃미남'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장근석은 만화 같은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살려내는 데 독보적 재능을 갖고 있다. SBS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 같은 '자뻑' 캐릭터도 장근석이라서 더욱 매력있게 살아났다. '예쁜 남자' 제작진은 장근석이 연기한 독고마테 캐릭터를 원작만화와 비교한 스틸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장근석의 연기로 독고마테에게 현실감이 부여됐다. 2D가 3D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예쁜 남자'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상속자들'과의 맞대결이 어떻게 펼쳐질지도 관심사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