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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변방으로 밀려났던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제 2의 도약을 선언했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에 비해 그간 화제성이나 매출 등에 있어서 뒤로 밀려났던 JYP가 합병(상장 JYP Ent와 비상장 JYP) 공식화 이후 지난 12일 첫 공식 투자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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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는 내년 실적 가이던스로 매출액 556억 9600만원, 영업이익 109억 7800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상당히 자신감 넘치는 행보인데, 지난 2011년 11월 YG가 코스닥 시장에 직상장할 때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던 것과 상당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2012년 61.5% 수준이었던 매니지먼트 매출 비중을 35%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콘서트(25%), MD상품(15%) 매출을 확대,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외에 JYP는 신규 아티스트들을 대거 선보일 계획. 그간 투자자들이 JYP의 한계로 지적했던 얇은 가수층을 대거 보완할 예정이다. 실제 2012년 아티스트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2PM이 절대적 비중(47.6%)을 차지했다, 이처럼 2PM 중심의 매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JYP는 신규 4개 팀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JYP Ent와 JYP의 합병 효력을 발생시킴에 따라 JYP Ent는 그동안 반쪽짜리 상장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리고 비상장 소속이었던 2PM, 원더걸스 등은 합병 이후 JYP Ent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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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를 지켜본 뒤 반응은 엇갈린다. 이중 회의적인 여론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출발한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정욱 JYP 대표 또한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사업보다 기존 사업의 다변화를 통해 탄탄한 실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내년부터 새롭게 JYP 수익으로 잡히게 되는 콘서트 매출이야 탄탄한 수익원으로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장치. 그러나 탄탄한 실적 달성을 위한 사업안으로 제시된 여행업이나 영화 제작업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여행업의 경우, 시장의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한 신선한 사업 아이템이 아니다. 이미 JYP는 아이돌그룹 2AM을 내세워 여수엑스포 개막에 맞춰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크루즈 여행상품에 참여한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처럼 여행사를 아예 인수해 본격적인 매출 실현을 제시하기 전엔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으리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JYP 관계자는 "조만간 여행사 인수를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영화 제작의 경우, 지난해 '500만불의 사나이'의 악몽을 어떻게 씻어버릴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박진영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0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치며 흥행에서 참패했다. 박진영이 3억여원을 투자했으나 본전도 건지기 힘든 흥행 성적을 거뒀던 것. 따라서 이미 한 차례 수익적 측면에서 선구안의 낙제점을 받은 박진영과 JYP이 영화제작업에 본격 뛰어든다고 시장의 기대수치가 올라가지는 않으리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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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회의적인 시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기대의 목소리도 높다. 이유는 일단 박진영의 포지션 이동이다.
그간 넘치는 끼를 주체못해(?) 직접 전방위 엔터테이너로 뛰었던 박진영에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런 태도 변화는 투자간담회에서도 명백히 읽혀졌다. 박진영은 간담회에서 "본질적으로 저는 사람들이 기뻐할 수 있는 음악, 감동받을 수 있는 드라마, 즐길 수 있는 영화, 행복해할 수 있는 스타를 발견하고 만들 것"이라며 "그 일은 주식 시장에 등록이 되든 안 되든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아이폰을 만든 애플의 뜨거운 가슴, 아직까지 시장에서 탄탄함을 유지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차가운 머리를 더한 JYP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진영이 이후 프로듀서로서 후배를 키우고, 음반 제작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간곡히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11년 말 미국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세운 자회사 JYP Creative를 지난해 정리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미 프로듀서로서 박진영의 타고난 감각에 대해선 수차례 입증된 바 있다. 뭐니뭐니해도 다른 중소형 기획사들은 넘볼 수 없는 JYP의 탄탄한 트레이닝 시스템이 더해진다면, SM의 대박 신인 엑소(EXO)를 능가하는 대형 신인의 탄생도 시간문제라는 기대도 가능해진다.
정욱 대표 또한 "이미 10년 이상 연평균 20회, 6만 5000명이 참가한 글로벌 오디션 경험이 있다"며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과 국내 유일의 25명의 인하우스 퍼블리싱 등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고 이날 간담회서 강조했다.
한편 JYP의 투자심리 회복은 여러차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전반적으로 증시에서 엔터산업에 대한 기대수치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JYP의 부활 여부는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제2군들의 이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이미 꺼낼 카드는 다 꺼내보인 SM이나 YG에 비해 JYP는 투자자들을 놀라게 할 여지가 훨씬 크다"며 "따라서 어찌보면 현재 엔터시장의 분위기 전환을 위한 키는 바로 JYP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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