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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도 레벨이 있다? 악행 느낌 아는 그녀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09-16 07:49


사진캡처=MBC

'필요악'이라는 단어가 드라마에서만큼 잘 어울리는 곳은 없다. 그만큼 드라마에서 '악인'은 '재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거기다 이 '악인'이 미녀라면 남녀노소에게 관심을 끌만한 소재가 된다. 그래서 드라마속 '악녀'는 빠지지않고 등장한다.

최근에는 이 '악녀'에도 여러가지 재미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 표독스럽고 악랄한 전형적인 '악녀'가 있는 반면 이 친구가 '악녀'인지 아닌지 구분이 잘 안갈 때도 있고, 분면 '악녀'는 아닌데 왠지 모르게 미운 캐릭터도 등장한다.

'깔끔악녀' 악녀가 이래야지

MBC 주말극 '금나와라 뚝딱'에 등장하는 악녀 장덕희(이혜숙) 여사는 그동안 드라마에 등장했던 '악녀'의 스테레오타입이다. 장덕희의 악행은 끊임이 없다. 현수모(이경진)를 모함한 것이 들통나자 민영애(금보라)에게 뒤집에 씌우려했다. 이도 실패하고 자신의 악행까지 발각되자 현수(연정훈)와 동반자살을 하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 아들 현준을 사지에 몰아넣었다. 이런 악녀들의 특징은 대부분 마지막회 즈음에 가서야 갑작스레 죄를 뉘우친다는 것이다.

MBC 월화극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한고은이 사극에 등장하는 정통 악녀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인빈(한고은)은 선조(정보석)에게 안겨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광해(이상윤)에게 오명을 씌우려고 모함을 했다. 선조에게 "광해가 세자 자리에 오르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자신과 신성군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두려움을 느낀다고 읍소한 것. 뿐만 아니라 이판(장광)과 함께 광해의 글씨체를 베껴 마치 광해가 대제학에게 세자 책봉에 힘을 실어달라 청원한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광해의 앞날에 덫을 놨다. 이처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정통 악녀의 본모습이다.


사진제공=KBS
'밉상악녀' 왠지 하는 짓이 밉네

그런가 하면 '악녀'는 아니면서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캐릭터도 있다. 대표적으로 KBS2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수박(오현경)과 이앙금(김해숙)이 그렇다. 왕수박은 이기적인 장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항상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낙으로 살던 왕수박은 그 풍요로움을 잃자 반항심으로 똘똘뭉친 여인이 돼버렸다. 게다가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보다 남탓을 하려는 행동이 강해 더욱 '밉상'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캐릭터에 덩달아 이앙금까지 왕수박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왕수박의 풍요로움에 기대살던 이앙금은 그것이 사라지자 엉뚱하게 첫째사위 고민중(조성하)와 둘째딸 왕호박(이태란)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네티즌들 사이?o '무개념 모녀' '밉상 모녀'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질타를 받고 있는 중이다.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의 김보영 박해미 김혜은 역시 '밉상 자매'다. 이들은 남동생 황마마(오창석)의 모든 것을 간섭하며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유없이 오로라(전소민)를 미워하는 모습도 황당하다는 평이다.


'모호악녀' 이사람들 악녀 맞아?

그런가하면 악녀인지 아닌지 캐릭터가 모호해진 이들도 있다. '금나와라 뚝딱'의 정유나(한지혜) 캐릭터가 전형적인 모호한 악녀의 모습이다. 방영 초반 정유나는 '깔끔악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라졌다 나타난 후에는 '개과천선'(?)을 한 것인지 착한 캐릭터로 돌변해있었다. 남편이 없는 집에서 일부러 시집살이를 하고 이혼하자는 남편 현수에게 장덕희의 비밀을 전달하는 등 선행(?)을 일삼고 있다. 박현태(박서준)의 어머니 민영애도 언뜻 보면 '못된' 시어머니 같지만 여린 캐릭터로 악녀인지 선녀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다.

SBS 월화극 '황금의 제국'은 이 경계가 더 모호하다. 등장하는 최서윤(이요원)과 한정희(김미숙)는 상황에 따라 악녀의 모습을 했다가도 금새 착한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 들어서는 해바라기 사랑을 했던 윤설희(장신영)가 악녀로 돌변할 준비를 하고 있다.

SBS 주말극 '결혼의 여신'에서홍혜정(이태란)은 오직 야망을 위해 3년 넘게 사귀던 남자친구를 차버리고 강태진(김정태)과 결혼하고 임신을 하며 남편의 내연녀 남미라(심이영)과 육탄전도 벌이지만 또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처럼 악녀들의 변주가 최근 한국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악녀들의 모습이 극의 리얼리티를 더하기도 하고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는 것. 한 한 방송 관계자는 "이유있는 악역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면서 악녀들의 변신이 시작됐다"며 "주인공이건 악녀간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같은 악녀들의 변신은 좋은 방향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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