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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한 방 먹었다. 그것도 한때 한식구로 지냈던 사람에게 말이다. 나영석 PD와 KBS의 얘기다. 나 PD의 '의도치 않은' 공격 때문에 KBS가 궁지에 몰렸다.
'마마도'는 방송 시작 전부터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김영옥, 김용림, 김수미 등 '할매'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할배'들이 여행을 떠나는 '꽃보다 할배'의 컨셉트를 그대로 베꼈다는 것. 이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마마도'란 제목 대신 '꽃할매'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마마도'는 첫 방송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출연진은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다. '마마도' 측으로선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대했던 상황.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나 PD가 KBS를 완전히 보내버리려는 것 같다", "이제 '마마도'는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지는 걸까"라는 등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나 PD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겉모양새가 그렇다는 얘기다.
사실 나 PD의 전작인 '꽃보다 할배' 역시 KBS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 프로그램은 '1박2일'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나 PD가 만들어낸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여행 버라이어티였다. '1박2일'이 동시간대 시청률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등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꽃보다 할배'는 연일 화제 몰이를 했다. '1박2일'을 통해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던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에 '할배'들의 '짐꾼'으로 출연하며 맹활약했다.
시기도 묘하다. KBS는 전반기 예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후반기에 다양한 새 프로그램들을 파일럿 형식으로 선보이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중매 오디션 프로그램인 '너는 내 운명', 남자 연예인들의 육아 도전기를 그린 '날 보러와요' 등이 KBS가 새롭게 내세운 프로그램들. 하지만 나 PD의 새 프로그램이 인터넷상에서 끊임 없이 이슈 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 프로그램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꽃보다 할배'에 이어 '배낭여행 프로젝트 2탄'까지, '한 발짝 앞서가는' 나 PD 때문에 KBS로선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