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이유 있는 고집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3-08-28 07:45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을 맡고 있는 가수 유희열.

이유 있는 고집이다. 최근 200회를 돌파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얘기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심야 음악 프로그램. 지난 2009년 4월 첫 전파를 타기 시작해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가요계는 아이돌 음악 천지다. '음악중심', '뮤직뱅크', '인기가요' 등의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볼 수 있는 건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 뿐이다. 물론 아이돌 가수들의 팬들도 많지만,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음악팬들도 많은 것이 사실.

그런 의미에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역할이 돋보인다. 비교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TV에 얼굴을 비출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는 것.

물론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아이돌 가수들은 절대 안 돼"라고 문을 닫아놓은 것은 아니다. "아이돌이냐 아니냐를 떠나 지금 가장 핫한 가수들은 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행을 맡고 있는 유희열의 얘기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누구나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고집이 드러난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고 있는 최재형 PD는 최근 열린 2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섭외의 기본적인 원칙은 라이브를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물론 실수로 라이브를 잘 못하는 팀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한 번 출연한 이후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 아이돌이라고 해서 못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음악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똑 부러지는 원칙이다. "기계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음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유희열의 생각 역시 같다.

이런 맥락에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지향하는 것은 '문턱은 높지 않지만 만만해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다.

여기엔 다 이유가 있다. 이런 '유희열의 스케치북'만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비교적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전파를 탈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음악 프로그램과 다른 '뭔가'가 있어서다. 그리고 그 '뭔가'는 바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보여주는 장르적 다양성이나 음악적 완성도와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현재 공중파에서 방송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아티스트가 출연해 자신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공중파 무대에 서는 것 역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들다.

한편 지난 23일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200회 특집 방송엔 이효리, 윤도현, 박정현, 장기하가 자신이 평소 팬으로서 좋아했던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