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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여왕' 고현정, '미스김' 김혜수 뛰어넘을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6-24 07:31


사진=KBS

사진제공=MBC

'미스김'이 떠나자 '여왕'이 찾아왔다. 김혜수와 고현정, 카리스마 넘치는 두 여배우가 안방극장에서 바통터치를 했다.

다른 듯 닮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비교 선상에 놓인다. 우선 두 드라마 모두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이다. 김혜수가 출연한 KBS2 '직장의 신'은 '파견의 품격'이 원작이고, 고현정이 출연 중인 MBC '여왕의 교실'은 동명 드라마가 원작이다. 둘 다 여성 원톱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캐릭터 드라마다. 작품 외적으로 김혜수와 고현정은 충무로에서 40대 여배우 파워를 대표하는 존재다. 그리고 한동안 스크린에서 활동하다가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해 호평받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김혜수가 연기한 미스김은 상반기 안방극장에서 가장 사랑받은 캐릭터다. 회사보다 위에 있는 '슈퍼갑' 비정규직. 이력서에 적힌 자격증만 120개다. 누가 뭐라 해도 점심시간 1시간은 칼 같이 지켜야 하며 회식은 시간 외 업무로 계산해 수당을 청구한다. 뛰어난 업무 능력 덕분에 정규직 제안을 받아도 3개월 계약 기간이 끝나면 미련없이 회사를 떠난다. 어떻게든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는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미스김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판타지 안에 날카로운 현실 감각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간혹 굴착기 운전도 하고 홈쇼핑에서 빨간 내복을 입고 춤도 추지만, 미스김의 주요 업무는 생수통 교체, 복사, 커피 심부름, 복사용지 재활용 정리 같은 단순 작업이다. 전문성을 요하지 않기에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 이런 단순 업무로 미스김이 '슈퍼갑'의 지위를 얻었다는 설정은, 쉽게 쓰여지고 쉽게 버려지는 현실 속 비정규직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직장의 신'은 평균시청률 13.0%로 동시간대 MBC '구가의 서'에 뒤쳐졌다. 그러나 화제성만큼은 뒤지지 않았다. 여기엔 김혜수의 연기 변신의 힘이 컸다. 영화 '도둑들' '타짜' 등을 통해 선 굵은 연기를 펼쳤던 김혜수는 이 드라마에서 과장된 몸동작과 독특한 어투를 선보이며 미스김 캐릭터를 코믹하면서도 공감가는 인물로 그려냈다. 드라마에 그려진 직장인들의 애환이 절망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적절한 함량의 웃음과 눈물을 배합한 김혜수의 연기력 덕분이었다. 김혜수가 빨간 내복을 입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직장의 신'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직장의 신'의 김혜수가 직장인들의 삶을 대변했다면,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은 위악적인 캐릭터를 통해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산들초등학교 6학년 3반의 담임교사 마여진(고현정)은 꿈과 희망을 말하는 대신 현실의 생존법칙을 아이들에게 주입한다. 시험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성적에 따른 차별이 당연하다고 가르친다. 꼴찌에겐 청소와 허드렛일이 벌로 주어지지만 1등에겐 무한한 특권을 제공한다. 어른들의 세계를 지배하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법칙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저항과 반발을 이끌어내 그들이 스스로 변하게 만든다. 학교폭력을 당하던 오동구(천보근)는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에게 용기 있게 맞섰고, 반장 심하나(김향기)는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어 친구가 됐다.

아이들에게 가혹하리만치 냉정한 마선생 캐릭터는 고현정을 만나서 무게감과 카리스마가 배가됐다. 마선생은 고현정의 전작 '선덕여왕'의 미실 캐릭터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극을 장악한다. 고현정 특유의 카리스마도 마선생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김향기, 천보근, 김새론, 서신애 등 아역배우들과의 연기 호흡도 탁월하다. 이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고현정이 아니면 누가 마선생 역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여왕의 교실'이 7%대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끊임없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도 고현정 덕분이다.

'여왕의 교실'의 배경인 6학년 3반 교실은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내가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남을 왕따 시켜야 하고, 내가 특권을 누리려면 다른 친구에 대한 차별을 묵인해야 한다. 일명 '돼지엄마'(자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엄마들의 대표를 뜻하는 은어)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학부모 모임이나 맹목적인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모습도 현실과 다르지 않다.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는 아이들의 노력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그 동력이 되는 것이 바로 마선생이다. 마선생의 숨겨진 진심이 현실적인 맥락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갖느냐가 관건이다. 아직 4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고현정의 연기는 이후의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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