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이 있다. 서로 비슷해서 차이점을 못 느낀다는 뜻이다. 요즘 예능계에서 강호동-이수근 콤비가 그렇다. 두 사람의 궁합이 좋은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바늘과 실처럼 붙어다니는 모습이 항상 좋게만 보이는 건 아니다.
이수근은 음주운전 자수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유세윤을 대신해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투입됐다. 이수근과 KBS2 '개그콘서트'에서 함께 활약했던 장동혁도 고정 MC로 발탁됐다. 그리고 원년멤버인 올밴 우승민은 11일 녹화를 끝으로 하차했다. 지난 3월 황광희의 빈 자리에 다시 불러들인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앞서 5월 말에는 MBC 예능본부의 인사 이동에 따라 연출자와 작가진이 대거 교체됐다. 사실상 강호동만 빼고 모든 것이 바뀐 셈이다.
이로써 KBS2 '1박2일'부터 호흡을 맞춰온 강호동과 이수근은 현재 방영 중인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 이어 '무릎팍도사'까지 세 번째로 프로그램을 함께하게 됐다. 두 사람이 출연한 '1박2일' 시즌 1이 2007년부터 2012년 초까지 5년 동안 방송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를 안방극장에서 무려 7년째 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조합이 더 이상 신선하다거나 색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더구나 화요일 오후 11시대에 '우리동네 예체능'이 방송되고 불과 이틀 뒤에 '무릎팍도사'가 방송된다는 점에서 반복에 의한 인한 지루함과 식상함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호동과 이수근은 앙숙 관계를 형성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강호동이 호랑이라면 이수근은 여우다. 강호동이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세우며 위악적으로 나설 때 이수근이 그 옆에서 특유의 재치와 장난기로 강호동을 도발해 결국 그의 위악을 무너뜨리는 식이다. 만화 '톰과 제리'에서 고양이 톰이 강자인 것 같지만 결국 제리에게 번번이 당하듯이, 강호동을 쥐락펴락하며 놀림감으로 만드는 건 이수근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권위의 전복에서 오는 카타르시스와 맞닿아 있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1박2일'에서 보던 그 콤비 플레이가 재현되고 있다. 이수근은 강호동이 경상도 사투리 억양 때문에 '어웨이(away)' 발음을 잘 못하자 "'의외의' 경기라고 하는 줄 알았다"고 핀잔하기도 하고, 강호동에게 '소녀동'이라는 별명이 생긴 이후 수시로 그를 놀린다. 벌칙을 정해놓고 두 사람이 내기를 해도 항상 지는 쪽은 강호동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을 통해 강호동이 되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게 된 데는 이수근과의 찰떡 호흡이 큰 힘이 됐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활약을 보면서 '1박2일'이 떠오르는 것 또한 어쩔 수가 없다. 생활체육 고수들과의 대결에서 승부욕을 발휘하는 모습은 '1박2일'에서 복불복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과도 겹친다.
강호동과 이수근이 또 다시 만나게 된 '무릎팍도사'는 MC들이 아닌 게스트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두 사람이 버라이어티에서 웃음을 합작하던 방식과는 호흡이 많이 다르다. 강호동과 이수근의 콤비 플레이가 살아날수록 오히려 게스트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사람이 유발하는 웃음이 이전 프로그램들과 비슷할 거라는 사실도 불 보듯 뻔하다. '무릎팍도사' 제작진은 12일 "강호동과 함께할 때 가장 시너지를 발휘하는 진행자를 찾았고 이에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이수근, 장동혁을 새 MC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3~4%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는 '무릎팍도사'가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다지 큰 기대감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최근에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장동혁이 고정 MC로 합류했다는 것도 의아스럽다. 강호동, 이수근, 장동혁 세 사람은 모두 거대 기획사인 SM C&C 소속이다. '끼워팔기'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강호동과 이수근의 콤비 플레이가 뛰어나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둘을 제각각 떼어놓고 보더라도 강호동, 이수근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예능인이다. '따로 또 같이'라는 말도 있듯이, 때론 발전적 해체도 필요한 법이다. 최소한 '무릎팍도사'에서만큼은 그랬어야 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