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오지호 "'직장의 신' 연장 안 해서 서운할 정도로 즐거웠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6-09 21:48 | 최종수정 2013-06-12 06:41


'장규직' 오지호가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5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지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종영한 '직장의 신'은 계약직의 애환과 직장인들의 회사내 고충을 현실성있고 코믹하게 그려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05.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었던 작품은 정말로 처음이에요."

구릿빛 얼굴 가득히 싱글벙글 웃음이 번진다. 3개월 동안 '빠마씨'로 살았던 오지호에게 KBS2 드라마 '직장의 신'은 이름만 들어도 절로 기분 좋아지는 작품이다. 그는 "내심 연장을 기대했는데 16부에 딱 끝나버려서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고도 했다. 오지호가 얼마나 이 작품에 푹 빠져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해 얼마나 뿌듯해하고 있는지, 그의 들뜬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직장의 신'에서 오지호가 연기한 정규직 팀장 장규직은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회사 위에 군림하는 미스김이 비정규직의 안타까운 현실을 반어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라면, 회사 편에서 서서 비정규직 직원들을 못 살게 구는 장규직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아야 하는 냉정한 현실 사회를 대변했다. 오지호는 "요즘 시대가 미스김 같은 영웅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고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오지호에게 '직장의 신'은 MBC '신입사원'과 '내조의 여왕'에 이어 세번째 직장 드라마다. 그래서 직장인의 삶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안 했다. 오랜 회사 생활을 끝내고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친동생을 통해 간접경험도 충분히 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비정규직 문제를 환기시키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까지 하게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 촬영 중간엔 노동부 장관이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점심 식사를 제안한 적도 있다. "장규직이 미스김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통쾌함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실제로 각자의 상황 때문에 회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제가 그분들의 애환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미스김을 통해 힘과 용기를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장규직이 독할수록 미스김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회사 체육대회 때 장규직이 임신한 비정규직 여직원에게 못되게 구는 장면은 스스로도 좀 심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장규직의 밉상짓이 그리 얄미워 보이지 않았던 건 오지호의 순박한 '빠마머리'와 물오른 코믹 연기 덕분이다. 원래 대본에 충실한 편인데 이번 작품에선 애드리브도 실컷 했다. 파트너 김혜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혜수 누나가 빨간 내복을 입고 춤까지 추는데 제가 어떻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누나를 보면서 톱배우가 저래도 되나 걱정될 정도였죠.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연기 외적으로도 혜수 누나는 착하고 배려가 많아요. 처음에는 누나 앞에서 저절로 두 손이 공손하게 모아졌지만(웃음) 나중엔 모든 사람과 허물 없이 어울리면서 현장 분위기를 이끄는 누나 덕분에 연기하기 무척 편했어요. 드라마가 종영한 후에 MT도 가고 단체대화방에서 계속 교류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 모든 게 '김혜수'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장규직' 오지호가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5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지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종영한 '직장의 신'은 계약직의 애환과 직장인들의 회사내 고충을 현실성있고 코믹하게 그려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05.
오지호는 '직장의 신'에서 보여준 자신의 연기에 80점을 줬다. "스스로 즐기며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오지호는 코미디가 버무려진 작품에서 좋은 반응을 많이 얻었다. '환상의 커플', '내조의 여왕', '칼잡이 오수정'이 그 예다. 오지호도 자신에게 로맨틱 코미디가 잘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젠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여도 캐릭터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는 노하우도 갖게 됐다. "로맨틱 코미디에선 여배우를 잘 받쳐주는 게 제 역할이죠. 하지만 간혹 제가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기도 해요. 물론 아직은 더 시행착오를 겪고 다듬어져야 하죠. 배우로서 저의 다른 모습을 찾아낼 수 있는 작품이라면 흥행에 실패한다고 해도 과감히 출연할 것 같아요."

오지호는 배우 생활을 시작할 때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욕을 먹더라도 신경쓰지 말자고, 욕을 먹어야 연기할 때 채찍질이 되지 않겠냐고 자신을 다잡았다. 올해로 배우 생활 15년차. 새로운 10년 계획의 반환점을 돌아서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5년, 오지호의 목표는 혼자서 극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오지호만의 '명작'을 남기는 것이다. 그는 "꼭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드라마 '추노'에 출연할 때 장혁과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미키 루크처럼 50대가 되어서도 멜로 연기가 가능한 꽃미남 중년배우가 별로 없다고. 그러니 우리는 늙지 말고 멋있게 나이 들어 가자고요. 중년이 되어서도 섹시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꾸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해요. 어쩌면 이것이 저의 또다른 목표일 수도 있겠네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장규직' 오지호가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5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지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종영한 '직장의 신'은 계약직의 애환과 직장인들의 회사내 고충을 현실성있고 코믹하게 그려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05.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