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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바로 키스신, 베드신, 목욕신, 수영장신 등 시청자들의 눈요기가 될 만한 장면들이다. 드라마 측이 이런 장면들을 통해 노리는 건 역시 시청률 상승 효과다. 방송 전 해당 장면이 전파를 탄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본 방송 땐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극 전개상 꼭 필요한 장면인 경우도 많지만, 자극적인 장면이 전파를 타게 되면 아무래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더 몰릴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관계자는 "자극적인 장면이 방송되면 시청률에서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시청률이 오르지 않더라도 해당 장면이 기사화 돼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도 드라마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키스신이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예도 있다. 김혜수와 오지호의 '벚꽃 키스'가 공개됐던 KBS '직장의 신' 4회는 전회에 비해 소폭 시청률이 하락했고, 정윤호와 수애의 키스신이 전파를 탔던 SBS '야왕' 4회 역시 전회에 비해 시청률이 떨어졌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들은 어떨까? 지난 3일 방송됐던 드라마들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미남, 미녀 배우들의 스킨십 장면들로 눈길을 끌었다. MBC '구가의 서'는 이승기와 수지의 애틋한 키스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KBS '상어'에선 손예진과 하석진의 베드신이 그려졌다.
시청률은 어땠을까? '구가의 서'는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지난 방송분(18.2%)에 비해 0.7% 포인트 하락한 17.5%를 기록했다. '상어'는 지난 방송분과 동일한 6.7%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최하위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스킨십 장면으로 인한 시청률 상승 효과는 없었던 것. 물론 '구가의 서'와 '상어'의 경우 시청률 상승만을 위해 극 전개와 상관 없는 주연 배우들의 스킨십 장면을 무리하게 끼워 넣은 케이스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장면과 시청률 사이에 절대적인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관계자는 "자극적인 장면을 통해 순간 시청률이 높아지는 등의 반짝 효과는 누릴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충성도 높은 시청자층을 사로잡긴 힘들다"며 "전체적인 만듦새가 좋지 못하고, 스토리 자체가 흥미롭지 않은 드라마는 아무리 자극적인 장면을 방송해도 결국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키스신, 베드신 등이 시청률 상승을 위한 '응급약품'이 될 순 있어도 '만병 통치약'은 될 순 없는 셈이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