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인종차별 논란

이탈리아를 처음 방문한 월드스타 싸이(36, 본명 박재상)가 이탈리아컵(코파 이탈리아) 결승전 무대에서 갈채 대신 야유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싸이는 앞서 예고된 대로 27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AS로마와 라치오의 대회 결승전에 초대됐다.

경기장 중앙 특설 스테이지에 백댄서들과 함께 오른 싸이는 경기장을 양분한 양팀 팬 5만여 명 앞에서 무척 낯익은 '강남스타일' 무대를 꾸몄다.

하지만 관객의 반응은 늘 기대하던 그것이 아니었다.

전반부 간간이 흥을 맞추던 관중들은 곡이 진행할수록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중간중간 큰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일부에선 자신들의 응원가를 부르거나 심지어 폭죽을 터뜨리며 공연을 훼방 놓으려는 듯 보였다.

곡을 마치자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싸이는 당황했지만 이탈리아어로 "이탈리아 사랑해요"를 외치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관중들의 이같은 반응은 이미 예견됐다.

코파 이탈리아는 가장 이탈리아적인 스포츠 이벤트인데다, 올시즌엔 '로마 더비'로 치러져 그 의미가 더욱 강했다. 자존심 강한 현지 팬들은 축구나 이탈리아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싸이의 공연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결국 싸이를 초청한 주최 측에 대한 불만이 공연 당일 싸이에게 집중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야유가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소행인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양팀 팬들이 최근 잇따른 인종차별적 행위로 구설에 휘말렸다고 지적했다.

싸이는 전날까지 싱가포르 일정을 소화하고 당일 오전 로마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 인증샷과 함께 설레는 마음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공항에서부터 싸이를 알아본 팬들이 강남스타일을 흥얼거리는 등 인기를 실감케 했다"면서 "싸이는 담배와 누들을 준비해달라고 요구했을 뿐 전혀 대스타답지 않게 소탈한 행동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싸이가 높은 인기를 누리던 유럽국가 중 하나였다. 지난해 로마 포폴로 광장과 밀라노 두오모 광장 등 주요 도시의 명소에서 시민 수만 명이 어우러진 '강남스타일' 플래시몹이 펼쳐지며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