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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심상치않다. '삼성 태풍'이 엔터비즈니스계를 강타한다. 조짐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1회적인 행사나 '얼굴만 빌려주기'식 협업도 아니다.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큰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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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오는 6월 1일 '삼성뮤직'이란 이름의 음악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이번에 저작권자와 1대 1로 계약을 맺지 않았고, '올레뮤직'을 운영하는 KT뮤직과 손을 잡았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겁다. 이같은 사실이 발표되자마자 KT뮤직은 13일까지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4815원에 장을 마감했다. 단숨에 52주 신고가도 경신했다.
이처럼 삼성이 음악 서비스 등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삼성 제품의 차별적 우월성은 날이 갈수록 희석되는 상황.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 제품의 차별성을 극대화하기 어려워졌기에, 콘텐츠 확보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한 판매 수량은 이미 세계 1위지만 이용시간에선 절대 강자 자리에 오르지 못한 점을 극복하려는 삼성전자 관계자들의 고민의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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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에버랜드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손잡고 3D 홀로그램 콘서트 전용관을 만든다. 개장시기는 7월이다.
3D 홀로그램 콘서트는 실물 크기의 가수 캐릭터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심지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등 10~15분짜리 영상 콘텐츠로 꾸며진다. 마치 가수가 눈앞에서 실제 공연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동안 일본 등에선 콘서트에서 홀로그램이 1회성 이벤트로 활용된 적은 종종 있었지만, 상시 운영하는 홀로그램 콘서트 전용관은 세계 처음이다. 이를 위해 싸이는 이미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의 별도 영상 촬영을 마쳤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일본인 등 방한객과 국내 팬의 긍정적인 평가가 있을 경우 YG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으로 홀로그램 사업을 확장해 자사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홀로그램 콘텐츠를 국내외에 유통하면서 한류를 선도하는 오픈 플랫폼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리 제작된 홀로그램 컨텐츠를 상영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나면 추가적인 수익 창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2013년, 2014년 홀로그램 사업의 매출액은 각각 31억원, 207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외의 분야에서도 삼성가의 움직임은 눈에 띈다. 패션 쪽에서 제일모직이 YG와 손잡고 패션 기획사인 내추럴 나인을 공동 설립한데 이어 편집숍 10 꼬르소꼬모 서울 5주년을 기념해 SM엔터테인먼트와도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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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엔터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들은 끊임없이 매니지먼트 이외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자 고심해왔다. 고유 콘텐츠를 수익으로 연결하고자 수많은 시도를 해 온 것.
특히 증시 상장 광풍이 불었던 2000년대 중반, 웬만한 기획사들은 갑자기 몰려들어온 큰 돈에 흥분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새 사업을 벌였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경험 부족에 한정된 시장 자체가 수익성을 담보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획사들은 과거 '유통'에 과욕을 부렸고, 반대로 과거 삼성은 콘텐츠 '생산'까지 독점하려 했다. 그러나 요 근래 삼성가가 보여주는 행보에선 새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업계 최고 강자들이 만나서, 각자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책임지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양상이다.
더불어 이같은 삼성의 선택은 상당히 영리해보인다. CJ E&M을 통해 엔터산업에 확고히 자기 영역을 만들어온 CJ에 비해 지름길을 찾아야 하는 삼성으로선 어쩌면 당연한 선택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후 삼성 태풍의 파장은 어디까지일까.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이라는 거대자본이라면, 엔터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나 모양의 한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릴 수 있다. 앞서 언급된 3D 홀로그램 극장 사업만 해도 한국에선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는 "업계 리딩 브랜드로서 삼성과 엔터산업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올 한해 삼성을 필두로 이후 거대 자본의 엔터산업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2013년은 한국 엔터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