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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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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기획자들 사이에서 걸그룹 섭외의 최고는 단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녀시대와 2NE1이다. 하지만 이들은 CF모델 관계나 인맥을 제외하면 거의 행사를 뛰지 않기 때문에 그저 허수에 가까운 '행사비'가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걸그룹들은 생갭다 행사로 재미를 못보는 추세. 멤버들이 개별 활동을 많이 하기에 단체로 움직여야 하는 행사에선 한정된 스케줄만 소화 가능하다.
반면 요즘 보이그룹들의 몸값은 자고 나면 오르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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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특히 일본에서는 보이그룹이 출연하는 행사가 유료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의 경우 해외 행사 한 번에 8000만원에서 1억원을 받을 수 있고, 덤으로 해외 프로모션까지 진행하는 등 말그대로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다보니 국내 행사는 아예 안하려 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국내 행사 러브콜을 받으면 4000만원에서 5000만원을 부르는 소속사들이 많다. '주면 좋고, 아님 말고'라는 식의 배짱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가요계의 가장 핫한 아이콘인 '가왕' 조용필과 '국제가수' 싸이를 행사에 '모시려면' 얼마나 줘야 할까. 정답은 '산정 불가'이다.
조용필은 지난 10여년간 행사를 뛰어본 적이 없어 행사비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없다. 싸이의 소속사 관계자는 "'강남스타일' 인기 이후에는 행사비와 상관없이 스케줄을 뺄 수 없어 행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그래도 굳이 행사비를 따진다면 국내의 경우 예전에 받던 액수가 있어 갑자기 높일 수 없지만, 해외의 경우 한도끝도 없이 올라간다. 해외 유명 스타들처럼 5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요즘은 '젠틀맨' 미국 프로모션 기간인 만큼 아무리 높은 가격에 제안이 와도 소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섭외가 줄 서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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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행사에 강한 가수들이 있다. 가창력 뛰어나거나, 속된 말로 잘 놀아주는 가수들이 바로 그들. 이들은 신곡을 발표한 지 수년이 지났더라도 때만 되면 행사 기획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다.
대학 행사의 최강자를 꼽으라면 화끈하게 놀아주는 싸이('강남스타일'이 히트하기 이전)와 DJ DOC다. 이들은 몇 곡을 부를지 정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뒤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우면 앙코르에 앙코르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요즘은 한시간 넘게 무대를 달구는 힙합 그룹들도 사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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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행사에 강한 솔로 3대 지존이 있다. 남자솔로는 로이킴과 허각, 여자 솔로는 에일리가 섭외 1순위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지 좋고 노래도 잘 하기 때문이다.
가수들은 행사에 한 번 가면 대개 히트곡 네 곡에 앙코르 곡으로 한 곡을 더 부른다. 즉 자신의 레퍼토리가 다섯 곡은 되어야 된다는 이야기. 따라서 활동 경력이 길지 않은 아이돌 스타들은 행사에서 위험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히트곡이 다섯 곡을 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행사장 분위기를 띄우는 게 아니라 가라앉힐 수 있다.
그렇다면 가수들의 행사비는 어떻게 분배가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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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최고 성수기는 당연히 5월. 이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니저들은 여러가지 노하우를 발휘한다. 기본은 오전 일정이 없는 틈을 타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 부산에서 행사를 시작한 뒤 올라오면서 광주 대전 등을 찍는 삼각형 동선을 그린다.
하루에 가능한 행사는 몇개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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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그룹 관계자는 "최고 전성기때 하루 다섯번 무대에 세운 적이 있다"며 "행사를 다니다보면 타이어 펑크나 차량 고장 등 불의의 사고로 지각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그런 경우 같은 행사에 출연하는 가수의 매니저들끼리 연락을 취해 서로 무대에서 시간을 끌어주는 등 상부상조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최근 장윤정 측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는, '하루 행사비 1억 8천만원'은 가능한 일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그 돈을 받으려면 행사를 하루에 최소 6개에서 8개는 뛰어야 한다는 이야긴데, 그렇게 스케줄을 짜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특히 아이돌 그룹을 부르는 행사는 한정적이다. 또 날이갈수록 지방 행사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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