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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동화' '올인' '풀하우스' 그리고 '그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까지 배우 송혜교는 잊을만 하면 우리에게 '대박'작품을 안겨주며 본인의 위치를 각인시킨다. '그 겨울'은 오랜만에 대중에게 송혜교의 슬픈 멜로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15.8%(닐슨 코리아)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던 '그 겨울'을 끝낸 후 아직도 오영을 잊지 못하는 송혜교를 만나봤다.
하지만 송혜교 본인은 "노력해야 연기가 나오는 배우"라고 말한다.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서 노력을 해야해요. 늘 노력하죠. 이번 '그 겨울'은 그런 노력들이 조건과 박자가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그 겨울'에서도 그는 시각 장애인의 멜로를 멋드러지게 연기해냈다. "시선을 한 군데에 두고 감정 표현을 해야하는 것이 처음에는 막막했죠. 처음이라서 공부만 해서 연기를 하니까 매번 물음표였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해주셔서 미세한 떨림을 잘 잡아주셔서 오영을 표현하는데 좋았어요. 이번 작품은 제가 가진 모든 감정을 빼낸 것 아닌가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너무 몰입했던 순간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오영에서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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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가 요즘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이번 작품이 잘 돼서 한 다섯 작품은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해도 될 것 같다"는 말이다. 송혜교 정도의 위치가 되면 편한 작품만 하고 싶기 마련이다. CF들어오는 것만 촬영해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송혜교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에서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만으로 재탕 삼탕하려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아요. 모험하시는 분이 많지 않은거죠. 저에게도 들어오는 시나리오만 계속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송혜교는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해외 배우들과 함께 한 '페티쉬'나 독립영화 성격이 강한 '오늘'에 출연한 이유도 그런 것이었다. 배우들이 출연하기를 가장 꺼려한다는 왕가위 감독의 작품 '일대종사'에 출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대종사'를 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다 말렸어요. 몇년동안 촬영해야 할지도 모르고 최악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는 거였죠. 하지만 '노느니 뭐하나, 한 컷은 나오겠지'라는 생각에 선뜻 한다고 했어요.(웃음)"
그래도 4년이나 걸릴줄은 몰랐단다. "비행기 타고 가서 헛걸음 한 적도 많아요. 내일 찍을 거라고 얘기하면서 한달을 그냥 보낸 적도 있어요. 일주일에 두 신 찍으면 다행이고 다음에 가면 또 똑같은 걸 계속 찍죠. 이런 시스템이 적응이 안돼서 4년 동안 힘들었어요. 한 3년째 될 때는 그냥 그만두자는 생각도 했는데 버텼죠. 그리고 4년 만에 다 찍었어요. 아직 저는 영화를 못봤는데 '두컷은 나오겠지'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6~7분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제 영화라고 생각하시고 보시면 실망하시는 분들도 많으실걸요.(웃음) 장쯔이는 이 영화때문에 무술을 4~5년 연마했는데 3컷 나왔대요. 그래도 왕가위 감독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다들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저요? 저도 감독님이 다시 하자면 할래요." 그리고 현재는 오우삼 감독의 영화 '생사련' 촬영을 앞두고 피아노와 왈츠를 배우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