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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막장 없애려면 '타임슬립'이 답이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03-11 08:16


'거침없이 하이킥' '크크섬의 비밀' '커피하우스' '인현왕후의 남자' 등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 3월 11일부터는 타임슬립물인 '나인'을 선보인다. 사진제공=tvN

지난 해 국내 안방극장에 타임슬립물이 붐을 이뤘던 때가 있었다. '닥터진' '옥탑방 왕세자' '인현왕후의 남자' '신의' '프로포즈 대작전' 등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슬립 드라마가 많이 등장했고 '옥탑방 왕세자'나 '인현왕후의 남자'(이하 인남)처럼 성공을 거둔 작품도, '닥터진'이나 '프로포즈 대작전' 같이 기대에 못미친 작품도 있었다. 이 가운데 올해 첫 타임슬립 드라마가 등장했다. 오는 11일 첫 전파를 타는 tvN 새 월화극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이 바로 그 작품이다.

'나인'은 '인남'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의 작품이다. '인남'은 지난 해 '응답하라 1997'과 함께 케이블 드라마 붐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송작가는 타임슬립물을 어떻게 성공시켜야하는 지 아는 작가라는 말이다. 지난 5일 진행된 '나인'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송작가는 '인남'에 이어 또 다시 타임슬립물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우선 타임슬립물은 현대물과 다르게 만남과 소식 전달이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현대는 휴대폰과 인터넷 등으로 연락이 안될리 만무하고 거리가 멀어도 각종 이동수단을 이용해 쉽게 만날 수 있다. 드라마 상에서도 서로 연락이 안되는 상황은 거의 일어날 수가 없다. 이혼도 쉽게 용인되는 세상이다.

반대로 사극이 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정통 사극은 인물들이 과거 속에 있기 때문에 표현하기에 한정적이다. 시청자들도 과거 속 캐릭터에 쉽게 몰입할 수 없다. 그래서 택한 것이 시간을 흩어지게 하는 타임슬립물이다.

송작가는 또 "불륜이나 '막장'이 아니어도 충분히 애절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솔직히 '불륜'은 '막장'드라마 소리를 듣기는 해도 꽤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불륜'을 다룬 드라마들이 대부분 성공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제작사나 방송사들도 '막장'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불륜' 소재를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임슬립을 활용하면 시간이라는 한계가 주인공의 사이를 막아주기 때문에 애절하게 만들 수 있다.

끝으로 악당이 나오지 않아도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나온다. 선과 악은 드라마의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최근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악녀 캐릭터를 하면 뜬다'는 속설도 드라마에서 악당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말해주는 방증이다. 하지만 타임슬립을 활용하면 표독스러운 악녀도, 늘 주인공을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훼방꾼도 크게 필요하지 않다. 송작가는 "나는 사실 악당 묘사를 잘 못한다. 멜로에서도 훼방꾼을 만들고 3각, 4각 관계를 만들기 힘들다. 그런 것을 안만들어 극적이기 때문에 타임슬립이 매력적이다"라고 털어놨다.

사실 지난 해는 타임슬립물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문을 연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확인 시켜준 작품이 바로 '인남'이었다. 송작가는 오는 11일 첫 선을 보이는 '나인'은 '인남'의 프리퀄 격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나인'을 통해 타임슬립물이 다시 대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이진욱(왼쪽)과 조윤희.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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