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라스트 스탠드'가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김지운 감독은 이 오합지졸 군단의 사투를 박진감 있고, 스피디하게 그려냈다. 감독 스스로 "차가 한 3대 들어갈 법한 넓이의 길에서 버스를 운전해 180도 회전하는 것이 가능할까?고 자문했을 정도로 좁은 길에서 아슬아슬하게 회전하는 버스, 슈퍼카의 현란한 레이싱, 광대한 옥수수밭에서 벌어지는 추격신 등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뉴멕시코에 준비한 옥수수밭 대결은 이 영화의 백미다.
여기에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활력을 불어넣었다. '터미네이터'로서 미국 액션 영화의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나이든 보안관으로 돌아왔다. 주름진 얼굴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육탄전이 끝난 뒤엔 "늙었다"며 힘든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터미네이터'가 '인간'으로 돌아온 셈이다. '좋은 놈, 이상한 놈, 나쁜 놈'의 송강호를 연상시키는 딩컴(조니 녹스빌),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경찰 피기(루이스 구즈만) 등 다양한 캐릭터가 출동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극 중후반이 되면서 비로소 김지운 감독의 색이 여실히 보여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김지운 감독은 "초반엔 시스템의 갭을 크게 느껴 힘들었다. 중반이 지나면서 시스템에 적응,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내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모습의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만나볼 수 있지만, 이전의 강인한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조금은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위크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김 감독은 "관객들은 여태까지 그를 통해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싶을 거다. 그런데 이미 10년을 영화를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작인데 자연적으로 어떤 변화가 분명 있는거다. 이 영화를 처음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하게 된다고 했을 때 분명 자신도 스크린 상에서는 인류 최강의 인물, 최강의 남자로 그려지길 원할텐데 난 현실적인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 그가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현실의 아놀드, 인간의 모습을 한 그런 아이콘을 그리고 싶었다. 첫 미팅 날 대저택에 가서 조심스럽게 '나는 돌아온 노쇠한 아버지 같은 영웅, 한때 강력 범죄반에 있었던 강한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낙향해 평화와 여유를 즐기는 아버지 같은 인물이 마지막 일생일대 최악의 싸움 벌이는 내용이었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현재 나이를 옮기고 싶다. 그래야 액션이 현실감 있다. 그래서 이 영화 통해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흔쾌히 수락해줬다"고 설명했다.
'라스트 스탠드'는 21일 개봉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