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가 컸던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국민 걸그룹' 소녀시대가 5주간의 국내 활동을 마무리했다. 지난 1월 1일 정규 4집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를 들고 나온 소녀시대에는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1월 한달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 가운데 각종 차트를 휩쓸며 자존심을 세웠다.
|
소녀시대는 컴백과 함께 Mnet '엠카운트다운'과 KBS2 '뮤직뱅크'에서 3주 연속 1위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뮤직비디오는 한 달만에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수 3500만을 돌파했다.
또 1월 한달간 음반 판매량은 국내에서 약 26만5000장이다. 이는 지난 2011년 발표한 정규 3집 '더 보이즈(The Boys)'와 비교하면 약간 높은 수준. 당시 정규 3집은 첫 달 판매량이 22만여장이었다. '더 보이즈'의 2012년까지 누계 판매량이 44만장으로, 이는 2000년 이후 데뷔한 여자 그룹으로는 단일 앨범 판매량 최고 기록이다. 따라서 이를 넘어선 이번 4집의 외형적 수치는 소녀시대로서는 자존심은 세웠다고 평가될 만한 성적이다.
특히 멤버들의 전방위 오락프로 출격을 통해, '온실 안 소녀' 이미지를 벗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지난 한달간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전방위 출격한 이들은 성형 논란, 원빈과의 열애 루머 등 온갖 소문을 직접 해명했다. 또 제시카는 "호텔에서 야동을 보려고 했다"고 깜짝 고백을 했고, 써니는 막강 주량을 자랑하기도 했다. 서현은 성숙한 매력을 과시하는데 성공했다. 효연은 외모 콤플렉스를 고백하는 솔직 토크로, 호감도를 확 끌어올렸다.
이슬만 먹고 살 듯한 소녀들이 유리상자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4집 활동은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
지난 8일 소녀시대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종가는 3만8750원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어닝쇼크로 인해 주가가 반토막이 난 이후 영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두 달여 동안 3만7000~4만8000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엔터 대장주 자리를 내어놓은지 오래고, 구원투수로 등장한 소녀시대마저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SM이 기대치 이하의 실적을 내놓은 데 따른 투자자들의 실망이 이어지고 있다"며 "소녀시대의 신곡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주가 회복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같은 흐름 뒤엔 양현석 프로듀서가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지난 한해 업계의 기대 이상으로 급성장한 탓도 있다. SM도 잘했지만 YG가 업계의 상상을 초월하는, 메가톤급 대박을 터뜨리면서 주가를 단숨에 끌어올린 것이다.
YG의 1등 공신은 당연히 '월드 스타' 싸이다. 여기에 이하이 등 신인들마저도 성공 데뷔, 그간 YG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얇은 선수층까지 대거 보강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향후 전망에서도 양현석 프로듀서가 일단 유리하다. 환율 흐름만 놓고 봐도 그렇다. YG의 대박 주자인 싸이는 미국 유럽 중남미를 넘나들며 수입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수만 프로듀서는 올 한해 '엔화 가치 하락'이라는 큰 적과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
소녀시대는 지난 9일 일본 고베시 월드 기념홀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당분간 일본 활동에 집중한다. 고베, 오사카, 히로시마, 후쿠오카, 나고야, 사이타마, 니가타 등 총 7개 도시에서 총 20회에 걸쳐 공연을 하며 대대적인 바람몰이에 나선다. 그러나 엔저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콘서트 수익이 획기적인 실적 개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치는 낮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번 소녀시대 4집이 남긴 과제를 향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있다.
|
이와 함께 소녀시대 멤버들은 2007년 데뷔 이후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됐다는 지적. 이번 4집 활동을 통해 변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만큼 이후 활동을 통해 롱런의 가능성을 확실히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올 한해 그룹 전체, 그리고 멤버들 각각의 좌표를 어떻게 설정하는 지가 더욱 중요하게 됐다"며 "당분간 9명 전체 활동보다는 유닛 활동이나 개별 활동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능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른 장르에서 자기자리를 잡기 위해 9명이 부지런히 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봤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