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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야왕' 2회 마지막에서,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하류(권상우)를 아내 주다해(수애)가 목격하고 말았다. 스스로를 '등신'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여자손님들(다해의 직장동료들)앞에서 옷을 홀라당 벗고 웃음을 파는 남편 하류를. 주다해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착하고 순하고 아내 밖에 모르는 바보 하류가, 호프집 지배인으로 일한다고만 믿었지, 호빠의 호스트일 줄 상상이나 했겠나. 충격과 공포다. 깨고 싶은 악몽이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사는 다르다. 현실은 다르다. 드라마 '야왕'의 시청자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다해가 하류를 용서는 커녕, 오히려 평생 고마워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모두 같지 않다. 만일 같은 상황이라면, 남편을 이해하며 고마워하는 아내도 있을 것이고, 무식해서 할 줄 아는 건 몸파는 것밖에 없다며 가차없이 남편을 내칠 아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다해는 후자의 경우가 극대화되어 드라마 '야왕'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로 매력을 발산한다. 지독한 '악녀'라는 주홍글씨를 달게 되더라도 말이다.
여기에 백합그룹의 회장(이덕화)의 외아들로 등장하는 백도훈(정윤호)이 주다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해에게 남편이 있고, 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체 말이다. 때문에 주다해로선 남편 하류가 더욱 미워질 것이 자명하다. 다해의 눈에 하류는 자신의 인생에 걸리적거리는 밉상, 훼방꾼에 불과한 존재로 비칠 것이다. 백도훈이란 왕자를 잡아, 한큐에 인생역전이란 또 다른 꿈을 꿀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 '야왕'은 3회부터 어떤 내용이 전개될까. 백합그룹 후계자 백도훈과 가까워지며 극단적일만큼 이기적으로 돌변해 갈 주다해의 악녀본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그에 따라 하류는 더욱 불쌍하고 안타까움을 자아낼 것이고. 둘 사이에 태어난 귀요미 딸도 불행해 질 수밖에 없고. 결국 아내 주다해의 배신과 남편 하류의 복수. 종합적으로 볼 때, 야왕 권상우는 '착한남자' 송중기가 아닌 '청춘의 덫' 심은하에 더 가까움을 알 수 있다.
99년 엄청난 인기와 시청률로 사랑받았던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청춘의 덫'은, 한 남자(이종원)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지고지순한 순종형의 여자(심은하)와 야망을 위해 사랑을 버리는 남자를 중심으로 애증과 화해를 다룬다. 남자는 성공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는 회장의 딸(유호정)을 선택하고, 여자는 남편의 배신과 딸의 죽음이후에 복수를 결심한다.
"부숴버릴꺼야!"
강렬했던 심은하의 이 대사와 표정은 드라마 '청춘의덫'에 모든 게 설명될 정도로 화제를 낳았다. 여리고 순하고 착해 빠진 아내가, 남편의 배신으로 강하고 차갑고 무섭게 돌변한다. 이를 기가 막히게 소화한 심은하는 당시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과연 드라마 '야왕'의 권상우가 심은하가 될 수 있을까. 2회까지 보여준 권상우의 연기는 출중했다. 비록 고질적인 발음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하류라는 캐릭터엔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지만, 오직 순수한 사랑만으로 아내와 딸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캐릭터가 배우 권상우를 통해 빛을 발한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하류' 권상우의 헌신적이고 따뜻한 사랑이, 계산적이고 냉정한 '주다해' 수애의 이기적이고 차가운 욕망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시너지를 낳는다.
드라마 야왕 2회를 보면, 왜 권상우가 방영 전 시청자에게 1,2회를 꼭 봐달라며 자신감을 보였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야왕 2회는 잘 빠졌다. 카메오로 특별출연한 권상우의 아내 손태영의 깨알같은 장면도 하류 권상우에게 힘을 보탰다. 야왕이 2회 만큼만 뽑아준다면, 권상우가 심은하가, 수애가 이종원이 될 수 있는 2013년판 '등신의 덫'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