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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조보아, 발연기로 내몰았던 결정적 계기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11-22 18:14



21일 신인 배우 '조보아'의 날이라 부를 만했다. 하루 종일 조보아는 여러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검색어순위에 노출됐고, 그녀와 관련된 기사는 쉴새없이 쏟아졌다. 특히 모 유명 포털사이트에선 버스노조파업과 관련한 검색어가 실시간을 장악한 와중에서도, 조보아만이 인기검색어 1위로 버스파업과는 무관한 이슈로 고군분투(?)하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덕분에 '조보아, 버스파업마저 눌렀다.'식의 타이틀을 앞세운 언론 기사도 무더기로 양산됐다.

그렇다면 대중에게 덜 알려진 신인배우 조보아가 종일 인터넷을 후끈 달구며 이슈의 중심에 섰던 이유는 뭘까. 표면적으론 조보아의 연기력 논란이다. 월화드라마 마의 16회에서 보여준 조보아의 연기력은 기대 이하였고, 이에 실망한 시청자들은 그녀의 연기를 발연기로 규정지었다. 조보아가 연기를 얼마나 못했길래 비판적인 반응과 기사가 쏟아지고, 넷상에선 핫이슈가 됐을까.

드라마 '마의'에서 조보아는 미모의 청상과부 서은서 역으로 등장한다. 16회에서 서은서는 자결을 시도했고, 응급처치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백광현(조승우)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살아났다. 이 상황에서 조보아의 연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죽은 것처럼 보였던 그녀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다. 독사과를 먹은 백설공주를 연상시키듯 아름답기까지 했다.

문제는 살아서 백광현과 재회한 장면에 터지고 말았다. 또 다시 은장도로 손목을 긋고 자결을 시도하던 은서를 광현이 막아내고선 화를 냈다. 뭐하는 짓이냐고. 그러자 은서가 오히려 호통을 쳤다. "네 놈이로구나, 감히 내 몸에 손을 댔다는 그 방자한 천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두 인물의 충돌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 긴장감이 느껴져야 마땅하지만, 지켜 본 많은 시청자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조보아의 연기가 어설펐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깼다. 발성은 튀었고, 호흡은 거칠고, 크게 뜬 눈은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연기가 광현과 대화를 나누는 약 5분간 이어졌다. 그런데 조보아의 연기력이, 연기력 논란이 포털의 실검을 장악하고, 데일리 스타로 우뚝 설 정도의 핫이슈가 될 만큼이었나. '동이' 임성민을 방불케 하는 과장된 발연기였는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일주일동안 방송되는 드라마는 공중파, 종편방송, 케이블방송을 합쳐 수십여 편에 이른다. 그 중에서 조보아라는 배우만이 유독 튈 정도로 수준이하의 연기력을 보여줬는가. 솔직히 조보아수준의 연기력을 보이는 배우를 찾으면 널렸다. 조보아가 개선할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나, 그녀를 향한 연기력논란이 버스파업을 이길 정도로 화제가 되고, 관련 기사를 무더기로 쏟아낼 만큼 문제시 되는 건, 다소 지나치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

오히려 은서가 혜민서로 광현을 찾아갔을 때, 조보아의 연기를 살펴보면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몸종에게 차분하게 말했던, "백광현이란 의생은 만나 보았느냐?"에서 조보아의 연기는, 비록 빛났다고 볼 순 없지만 나무랄 데 없는 안정감을 주었다. 즉 조보아의 연기력은 개선되고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서은서라는 캐릭터가 광현을 차분하고 총명하게 돕는 미모의 젊은 과부 설정이라면, 분명 다음 회에선 보다 나아진 연기력을 기대할 수 있다.

핫이슈가 된 조보아 연기력논란의 핵심이자, 문제는 처음 보였던 임팩트였다. 자결을 시도하고 죽은 듯 연기했을 때 빛났던 청순한 미모와 연기력에 대한 기대감이, 적반하장 모드에서 어색한 대사처리, 발성 및 감정조절의 실패로 실망감을 주었던 게 컸다. 여기에 결정타로 은서가 이글아이로 탕약을 버리며 광현에게 "왜 당황스러우냐?"라며 빠르게 내뱉은 대사는, 마치 시청자에게 '내 연기가 당황스러우냐?'고 묻는 것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빵터지게 만들었고 '이건 발연기다!'로 사실상 확인 사살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이 장면은 인기드라마였던 '천년지애' 성유리가 오버랩 될 정도였다. "나는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다."를 어색하게 외쳤던 신인 배우 성유리. 안하무인의 부여주로, 어설픈 발성에 대사처리, 눈을 치켜뜨면 다 될 것 같다는 식의 표정연기. "나는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다."는 극중인물보다 시청자에게 더 실소를 낳게 만들정도로 임팩트가 워낙 컸다. 극중에서 툭하면 어색한 이 대사를 반복하는데, 결국 한 마디로 '어쩌라구?'의 반응을 낳았다. 덕분에 '천년지애'속 성유리의 다른 감정연기도 모두 발연기로 치부되고 인식되도록 기름을 부었던 결정적 계기였다.

즉 '마의'의 제작진이 신인 배우인 조보아가 아직은 소화하기 힘든 장면이나 상황을 배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현장에서 조보아의 적반하장 연기가 어설프다고 느꼈다면, 그녀가 소화할 수 있는, 이글아이를 죽이고 좀 더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에서 연기나 대사를 유도하는 게 옳았고, 조보아의 연기력논란, 발연기 등 수식어는 지금처럼 난무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다음 촬영을 임하는 그녀의 부담감도 덜 수 있다.

물론 조보아의 연기력논란으로 덕본 점도 있다. 조보아는 인지도를 쌓았고, 드라마 '마의'는 드라마 홍보를 톡톡히 했다. 사실 그동안 '마의'는 조승우-이요원-김소은 등 성인연기자들이 합류한 이후로는 기사들이 호평일색이었다. 그것이 홍보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조보아의 연기력논란이 터졌다. 여기에 극중 조승우의 '나쁜 손'을 부른 조보아의 노출까지 가미돼 남심을 흔들었기에, '조보아'란 키워드가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검을 휩쓰는 위력을 과시했던 셈이다.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낳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드라마 '마의'의 제작진도, 조보아도 서은서라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살리는 방향에서 접근하고 시청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 조보아가 모태미녀인 게 중요하지도 않고, 설리와 닮은 도플갱어를 연상시키는 것도 의미가 없다. 마의 속 미모의 청상과부 서은서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으로 승부할 때, 드라마도, 배우도 하루를 달군 실검 인기의 허상을 벗고 애정어린 시선속에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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