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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고 비꼬기, 이게 우리 드라마다!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2-11-06 11:40 | 최종수정 2012-11-06 13:52


LTE 급 폭풍 전개, 영리하다 싶은 비틀기, 짧은 시간에 제 자리를 알아서 착착 찾은 캐릭터

인상적인 비틀기, 이게 우리가 만드는 드라마다

월드컵과 광우병 정도의 사회적 이슈가 아닌 이상에야 만드는 드라마마다 대박을 쳤던 흥행 불패의 아이콘 앤서니 김(김명민). 타고난 건지 아니면 피땀을 흘려 노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앤서니가 가진 '좋은 수완'은 모든 상황을 확률로 계산하며 배팅하는 그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주장 확실하고 콧대 높은 앤서니가 폭삭 무너지기만을 바라는 많은 적들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앤서니는 죽기보다 싫은 일이 실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앤서니는 지금 그 실패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절대 반지를 잃어버리자마자 위기에 봉착한 우리의 히어로는 과연 골룸처럼 되지 않고 멋지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스타 작가의 원고료를 포함한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PPL 상품 때문에 작가의 예술에도 가차 없이 칼질을 가해야만 하고, 시청률 상승을 위해 타 방송국 프로그램보다 1분이라도 더 길게 방송하려고 회상 씬을 편집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생방크리에 쫓기는 촬영 팀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피곤하기 이루 말할 데 없는 상황 속에서 졸면서 드라마를 찍고, 편집 팀은 광속의 실시간 편집 신공을 발휘해야만 한다. 어디 그뿐이랴, 방송 테이프를 제 시간 안에 전달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아차, 여기에 엄연히 똑같은 작가임에도 '보조 작가'라는 이유로 업신여김을 당하는 설움도 보태야 한다.

LTE 급 전개였던 <드라마의 제왕> 첫 방송에서 드라마 제작자 앤서니 김과 보조 작가 이고은(정려원)이 보여준 건 여태껏 누누이 지적되어 왔거나, 혹은 그렇지 않았어도 다들 은연 중에 알고 있던 대한민국 드라마의 어두운 제작 현실이었다. 퀵 기사 아저씨의 교통사고에서는 어느 작품들마다 꼭 있던 배우나 스태프들의 사고가, 도 넘은 PPL에서는 갑툭튀를 일삼는 제품들이,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자꾸 늘던 플래시 백 등이 왠지 데자뷰처럼 떠올랐던 건 나뿐만이 아닐 듯. 그야말로 '대 놓고 폭풍 디스'의 연속이었다. 그 중 압권은 역시 오렌지 주스 PPL. 그마저도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아마 현실 PPL이었을 텐데 이걸 극에 그렇게 녹여내다니 기발하다는 생각도 들었더랬다.

이렇게 <드라마의 제왕>은 셀프 디스를 서슴지 않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영리한 자기 비판의 자세 속에서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을 비꼬면서 드라마를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주 흥미진진하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집중하면서 볼 수 있게끔 일조한 캐릭터들의 공도 크다. 아직 모든 캐릭터가 다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 등장한 인물들은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제 자리를 알아서 착착 찾은 듯. 특히 김명민씨는 정말 명불허전의 압도적인 포스로 화면을 장악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래도 <드라마의 제왕> 첫방은 충분히 스무스하게 잘 흘러갔고, 앤서니 김을 중심으로 자기만의 매력도 그럭저럭 잘 어필했다. 개인적으로는 <온에어>와 <그들이 사는 세상>과는 또 다른 드라마 얘기를 하겠다는 포부도 조금 느껴졌던 것도 같다. 아마 <드라마의 제왕>은 관련 업계 종사자나 드라마 애청자들에게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담

1. 역시 명민좌. 딱딱한 말투에 독설이라니 강마에랑 겹치면 어떡하냐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우를 잠시나마 가슴에 품었던 절 용서하세요.


2. 그런데 BGM은 이게 뭡니까. 괜히 힘만 잔뜩 들어가 있거나 엔딩 곡은 생뚱맞게 들렸다. 댓츠 낫 코?軀?

3. PPL 자연스럽게 넣으랴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속도 상하실 대한민국 드라마 작가님들 힘내세요.

4. <드라마의 제왕> 오프닝 영상 너무 근엄하고 또 웃기다. 보자마자 웃음이 빵 터졌음. 나폴레옹 명민좌라니! 뭔가 어울리면서도 코믹함.

<토오루 객원기자, 暎芽 (http://jolacandy.blog.me)>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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