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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흥행' 시대는 지났다, 이유는?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11-06 08:54



파격적인 노출은 영화를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홍보 포인트가 된다. 주연배우의 파격 노출을 잘만 이용한다면 영화 개봉 전 관객들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모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출이 영화의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파격적인 노출이 곧 흥행으로 이어지는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유가 뭘까?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주연배우들의 과감한 노출로 화제가 됐던 영화들의 흥행 성적을 살펴보자.

신예 배우 김고은의 파격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은교'는 134만 6318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했다. 또 박시연이 출연한 '간기남'은 124만 6185명을, 조여정 주연의 '후궁: 제왕의 첩'은 263만 6320명을 불러모았다. 이밖에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던 '돈의 맛'은 116만 6018명의 흥행 성적을 남겼다. 지난 25일 개봉한 곽현화-하나경 주연의 '전망 좋은 집'은 1500명을 동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전망 좋은 집'을 제외하고는 모두 100만 관객을 넘었고, '후궁: 제왕의 첩'은 250만을 넘어섰다. 흥행 대박을 터트리진 못했지만, 아주 나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흥행 이유는 노출 때문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파격 노출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중 가장 흥행한 '후궁: 제왕의 첩'의 예를 보자. '방자전'에 출연했던 조여정이 다시 한 번 노출 연기를 펼쳤다. 장르가 사극이란 점도 비슷했다. '방자전'의 경우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후궁: 제왕의 첩'은 노출이 아니라 궁궐 안 암투를 통해 욕망에 가득찬 인간의 본성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스토리라인도 비교적 탄탄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노출 마케팅이 처음엔 관심을 끌 순 있지만, 그것만으로 영화의 흥행을 보장하진 못한다"며 "결국은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다. 어느 정도 흥행에 관련은 있겠지만, 영화에 노출신이 나온다고 해서 돈을 내고 티켓을 사야하는 극장 관객들이 반드시 그 영화를 선택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불법 다운로드의 천국'이란 것도 한 가지 이유. 일반 관객들 사이엔 노출만으로 화제가 된 영화는 극장에 가지 않고 싼값에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보면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출 마케팅에 대한 관객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노출 마케팅에 질려버린 관객들이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 실제로 관련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면, 노출 마케팅에 대한 비판적인 글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작품의 짜임새가 갖춰져야 한다. 당장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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